문화/생활

박근혜정부가 내건 4대 국정지표 중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아직 그 개념이 다소 모호한 구석이 있다.
팔순을 맞은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유진룡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월 19일 방송된 TV조선과 조선일보의 공동기획 대담 프로그램인 ‘행복의 조건, 이제는 문화다’에 출연해 ‘문화융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1990~1991년 문화부가 문화공보부에서 분리독립할 당시 초대 장관을 지냈으며, 당시 문화부 국제교류과장이었던 유 장관이 모셨던 ‘직장 상사’다. 대담 진행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가 맡았다.

‘문화융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으면 좀 당혹스러운 느낌이 든다. 옛날 성문종합영어의 번역처럼 오래되고 계몽적인 느낌 말이다.
유진룡 장관 “일반적으로 ‘문화융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예술 진흥을 떠올리지만, 이보다는 더 넓은 뜻이 있다. 나라는 발전하는데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물질위주, 성적위주, 성장위주의 사회로 치닫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다. ‘문화융성’은 문화적 가치가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기본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령 전 장관 “정부가 ‘문화융성’이라는 말을 너무 정확하게 정의해 놓으면 국민이 상상할 여지가 줄어든다. 지금 장관처럼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역대 정부에서 현 정부처럼 ‘문화융성’을 국정의 주요 화두로 꺼낸적이 없다.
이어령 전 장관 “교육부가 교육을 맡고, 산업부에서 경제를 담당한다면 당연하게 여긴다. 유독 문화부한테만은 문화부가 뭘 하는 곳인지 묻는다. 우표 도안 하나에도 국가의 이미지와 디자인이 녹아 있다. 문화는 국가가 관장하는 한정된 영역이 아니라 통합적인 지속성을 갖고 있는 흐름이다. 모두 ‘경제 제일주의’만 이야기하니까 경제가 잘되기 위해서라도 문화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문화주의’와 ‘문화 접근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유진룡 장관 “삶으로서의 문화, 경제에 도움이 되는 문화, 대외적으로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국격(國格)을 높이는 문화를 중심에 놓고 정책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수 싸이 덕분에 저 같은 동양 남자에 대한 이미지도 더불어 좋아졌다. 기존의 우중충한 존재에서 다가가서 이야기하고 싶고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 된 것이다. ‘한류’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과 정책은.
유진룡 장관 “한류는 우리 민족의 끼와 흥, 정서가 극대화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류는 민간의 자율적인 흐름에 맡겨야 하고, 정부는 그 배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류가 금방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싸이가 만들어낸 성공 경험은 또 다른 싸이의 성공 신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어령 전 장관 “말(馬) 한 마리로 세계를 정복한 두 명이 칭기즈칸과 싸이라고 한다. 물론 싸이는 말이 아니라 말춤이었지만. 국격 중심으로 싸이를 바라보면 결코 창조적인 것이 나올 수 없다. 기존의 스타 이미지를 버리고 친근하고 즐겁게 노래하니까 세계 사람들이 함께 춤춘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은 각자의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지 어떤 목적성이나 이해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대체 휴일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이 제도를 제안한 문화부가 경제 논리에 밀리는 모양새다.
유진룡 장관 “궁극적으로는 될 것으로 보지만,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갈등처럼 보이는 이번 상황이 (대체 휴일제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본다. 산업사회에서 여가사회로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 휴대전화도 놀이 기구이지 통화의 도구만은 아니지 않은가.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이어령 전 장관 “놀이와 일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던 이분법의 시대는 끝났다. 죽어라 하고 뽕만 따는 사람보다는 뽕도 따고 님도 보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죽어라고 뽕을 따면 다음 날 또 따기 싫지만, 님도 볼 수 있으면 다음 날도 뽕 따고 싶다. 노는 것처럼 일하고 일하듯이 놀아야 일이 즐겁고 사회도 행복해진다.”
하지만 요즘 한국 사회를 이야기할 때 ‘피로 사회’ ‘불안 사회’ ‘위험사회’라고 한다. 경제 위주의 국가 운영에 대해 문화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진룡 장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관대함과 다양함, 다이내믹함을 알리고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문화 기본법과 지역 분권(分權)을 보장하기 위한 지역문화 진흥법이 바탕이 될 것이다. 현재 문화 관련 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의 1.2퍼센트인데, 최종 목표는 2퍼센트다. 2017년까지는 2퍼센트가 될 것이다. 모든 부처의 정책이 문화적으로 변하는 것이 예산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어령 전 장관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한마디로 해달라’는 거다. 모두가 창조적 인재가 될 수는 없다. 천재성이나 능력은 국가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중국 고사에서는 하루 천리를 가는 말도 소금 짐을 지우면 동네 나귀만도 못한 법이라고 한다. 모두가 천리마가 될 수는 없지만, 천리마의 능력을 알아보는 백락(伯樂)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내가 장관 할 때 과장이었던 유 장관이 내 눈에 띄었다. 나도 백락은 되는 건가(웃음).”
정리·김성현(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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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