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7월 16일 첫 위원회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들이 20대 대학생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청년위원회 청년발전분과 박기준(27·세종대학교 총학생회장), 소통·인재분과 김윤규(27·청년장사꾼 대표), 소통·인재분과 박신영 위원(30·폴앤마크 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참여한 대학생은 이혜원, 성지영, 금승훈, 최순호, 최영수, 김은아씨다. 장소는 20대 창업 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대표가 네번째로 연 가게인 ‘열정감자’ 4호점이다. 밀려드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대는 가운데 청년위원들과 대학생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윤규 위원 “이 가게를 연 지 이틀밖에 안돼서 좀 혼잡스럽네요. 창업해 장사를 하고 있지만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해서 대학생들의 고민과 생각을 잘 알아요.
저도 대기업 취업을 위해 공모전, 기업 기자단 활동, 봉사활동 등등 이력서에 낼 만한 스펙을 30개나 쌓았거든요.
취업 대신 가게를 열기로 작정한 건 남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 대신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뭔지 고민해서 나온 결론이었어요.”
김은아(경희대·22) “저도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대외활동을 하고 있어요. 멘토링 홍보대사나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도 해보고 대학생 연합 마케팅 동아리 활동, 대기업 마케팅스쿨에도 참여했고요. 어릴 땐 대학생이 되면 듣고 싶은 교양과목을 수강하고 책도 많이 읽으며 여유롭게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토익 공부다, 공모전 응모다, 준비할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최영수(홍익대·26) “요즘 다들 스펙이 너무 좋아서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도 들어요.”
박신영 위원 “저는 대학생 때 공모전 응모를 많이 해서 상을 23개나 받았고 졸업 후에는 제일기획 전략기획팀에서 일했어요.
사실 저는 취업 때문에 공모전 응모를 한 게 아니라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는 심산이었죠(웃음).
요즘은 공모전 경험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제가 공모전을 몇십 개씩 준비할 때 사람들이 다 ‘너 뭐하냐’고 핀잔을 줬어요. 말 그대로 ‘삽질’ 하는 것처럼 보였겠죠. 그런데 청년이라면 처음에는 당연히 삽질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그럴싸한 작품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인데 요즘 사회는 청년들에게 너무 빨리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최순호(단국대·25) “저는 딱히 스펙을 쌓기보다는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어서 멘토링, 봉사활동 같은 대외활동을 많이 했어요. 덕분에 홍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결정할 수 있었고요. 오히려 목표가 뚜렷해진 거죠.”
성지영(이화여대·23) “맞아요. 저는 제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서 공모전에 많이 응모했는데 스펙 쌓기라고만 보는 시선이 싫었어요.”
금승훈(숭실대·27) “본인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는 후배들한테 취업에 목매기보다는 책도 읽고 무전여행이라도 떠나보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해줘요.”
박신영 “청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저는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어요. 위원회에서 같이 일하는 공무원들이 ‘950만 청년들을 생각해달라’고 하시거든요. 대기업 취업을 고민하는 대학생도 있지만 당장 하루 벌어 하루 생계를 꾸리는 청년도 많아요. 그런 다양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작은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더군요.”
성지영(이화여대·23) “청년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 건가요?”
박신영 “대통령에게 청년들과 관련된 의견을 전하는 컨설팅그룹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이 뭔지 생각해보고 공무원들과 함께 해결책도 고민해보면서 청년 이슈를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거죠. 솔직히 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고 보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서 무기력함을 느낀 적도 있어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많고요. 하지만 손 놓고 있기보다 작은 변화를 실천해나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봐요.”
금승훈 “제가 만약 청년위원이면 청년 창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싶어요. 벤처 창업을 위해서 정부가 예산도 많이 배정한 것 같은데 실제 창업자들에게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취업이 안 돼서 창업을 하는 게 아니라 젊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최영수(홍익대·26) “제 친구는 창업했다가 실패해서 빚이 생겼는데 그걸 갚느라 외국까지 가서 힘들게 돈을 벌고 친구들한테도 돈 좀 빌려달라고 부탁하고 다녀요. 창업이 쉽지 않은 일이라 첫 도전이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이 사람들이 재기하고 또 도전할 수 있어야 그 경험을 잘 활용하지 않을까요. 요즘 대학생에게 창업을 많이 권유하는데 이런 제도적 지원 없이는 쉽사리 창업 생각을 못 할 거예요.”
김윤규 “저는 연봉 1억을 받는 삶을 살고 싶어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제 적성에 맞더라고요. 오늘도 타우린 음료 3캔 마시고 일하고 있어요(웃음). 그만큼 절실해요. 빚도 있고, 기복이 심한 장사라 지금은 잘되어도 걱정이 그치지 않죠. 단지 돈벌이를 떠나서 청년들이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알고 그대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서 어떻게 자력으로 갱생할 것인지 고민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이혜원(이화여대·22) “취업한다 하더라도 언젠가 결혼해서 출산과 육아도 하게 될 텐데, 대기업에서 그런 부분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지, 육아휴직과 같은 여성 복지를 보장해줄지 걱정되더라고요.”
김은아 “맞아요. 요즘 여성 직장인들이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상 좋은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시지 않는 이상 한 사람 월급이 고스란히 육아비용으로 들어가게 되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아예 애를 안 낳겠다는 부부도 주변에 많아요. 저는 집이 경기도라 등교 시간이 2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숙사 시설을 늘리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요.”
박기준 위원 “총학생회장직을 맡으며 다양한 대학생들을 만나는데 이들의 고민도 여러가지예요. 취업도 스펙 쌓기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자기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할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봐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느라 자기계발에는 전혀 시간을 못 내는 학생도 있어요. 청년 이슈 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에요. 학생 복지를 위해 공공기숙사 건립을 한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요. 학생들이 많아지면 시끄럽대요. 실제로는 지역 상권이 발전하는 등 이점도 많거든요.
청와대나 정부 부처에서 결정권을 가진 중·장년층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도 청년들의 속사정을 자세히 몰라서 정책으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청년위원들이 그런 역할을 잘해나가야죠.”
글·박미소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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