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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영토와 역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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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 방송사에서 청소년의 역사 인식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길거리에서 인터뷰를 한 장면이 큰 논란이 됐다. ‘3·1절’에 대해 묻자 ‘삼점일절?’이라고 답한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질문에는 ‘야스쿠니 젠틀맨?’이라고 되묻는 청소년도 있었다.

정말 황당한 대답이다.

4년 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대학생 연합동아리 ‘생존경쟁’팀과 국내외 약 3만명의 손도장으로 만든 ‘안중근 의사 대형 손도장 걸게그림(가로 30미터·세로 50미터)’을 제작해 광화문 일대에 내걸었다. 당시 한 대학생이 안중근 의사에 대해 ‘도시락 폭탄’을 던진 사람이라며 옆 친구와 얘기하는 것을 보고 정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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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의 역사 왜곡은 갈수록 더 심해진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의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일본의 독도 도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동북공정과 독도 문제의 가장 큰 적(敵)은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아닌 것 같다. 바로 우리들의 ‘무관심’이다.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라고 청소년들에게 물으면 하나같이 ‘대한민국 땅’이라고 대답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 땅이냐?’라고 재차 물으면 대부분의 청소년은 명확하게 대답하질 못한다. 이는 기성세대가 독도의 역사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탓이다.

2005년 이후 입시 당국은 대입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한국사를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바꿨다. 그것도 문과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이과는 선택할 수조차 없도록 개정했다. 한국사를 입시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대학은 서울대뿐이니, 서울대에 갈 게 아니라면 그마저도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됐다. 고등학교 전체 수업 비중의 20퍼센트가 역사 교육인 독일과 다른 점이다.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폴란드인 앞에 무릎을 꿇고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이후로도 독일은 지속적인 사죄와 보상을 해오고 있다. 이런 올바른 역사교육이 다음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독일은 세계인들로부터 존경받는 나라로 다시금 우뚝 섰다.

반면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역사수업 비중은 5퍼센트 정도다.

이마저도 2009년부터는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에 몰아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이른바 집중이수제다. 고민하고 곱씹어야 할 역사를 몰아서 배운다니, 이게 이 땅의 현실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6월 초부터 한국사 수능시험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시대로 이행할수록 선진국은 자국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세계사 교육까지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도 잘못된 역사교육 방법을 바로 잡아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영토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글·서경덕(한국홍보전문가·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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