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자신이 던진 표로 텔레비전 속 경연자 순위가 바뀌면 야릇한 기분이 든다.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는 그저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문자투표’는 일상이다. 방송국도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시청자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법부터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디어 문화다. 시청자가 미디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매스미디어가 쌍방향 소통 창구로 바뀐 것이다.
문자투표는 MO(Mobile Originated)라고 불리는 ‘양방향 메시지 서비스’다. 1998년 인포뱅크에서 처음 개발했다.
과학기술에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콘텐츠 산업과 접목하면서 문화가 한 단계 발전했다. 새로운 문화현상이 만들어지면서 부가가치가 생성되고 관련 일자리도 늘어났다. 인포뱅크는 ‘창조경제’를 만드는 전형적인 ‘창조기업’이다.

문자메시지 기반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도
2명의 창업자로 시작한 인포뱅크는 ‘#OOOO’으로 대표되는 이 서비스의 국내 특허를 가진 벤처기업이다. 한국의 방송에서 쓰이는 문자투표는 모두 인포뱅크를 통해 이뤄진다. 문자투표가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86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문자투표는 생소했다. 관련 문화적 기반이 마련되기까지 인포뱅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는 “기술을 개발할 당시는 외환위기여서 국제 특허를 낼 1,000만원의 자금조차 없었다. 그때 국제 특허를 냈더라면 현재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전 세계 문자투표 시장을 모두 가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자투표 문화가 성숙될 때까지 인포뱅크는 여러 방송사를 찾아다니며 기술을 알렸다. 하지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술이 개발되고 한참이 지난 2005~2006년에야 상황이 변했다. 각종 방송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쏟아내면서부터다.
방송 콘텐츠가 달라지면서 문자투표 기술은 각광을 받았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방송 콘텐츠를 바꾸는 등 기술과 문화가 상호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인포뱅크가 가진 메시징 기술 관련 특허는 60건에 달한다. 출원한 것까지 합하면 260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인포뱅크는 최근 문자메시지(messaging)-미디어(media) 사업을 넘어 모바일 결제(money)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문자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을 마련했다. 4월 말 출시되는 ‘바로바로’라고 하는 서비스다.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 사이에서 인포뱅크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도록 만들어 직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이다. 문자메시지만으로도 현지 농산물을 저렴하게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인포뱅크는 사업영역을 유통과 금융 쪽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정부가 추진 중인 유통산업 혁신을 더욱 앞당길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제어하는 기술 개발중
사업영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인포뱅크의 차세대 주력 제품은 모바일(mobile)이다. 휴대전화가 아니라 자동차를 의미하는 ‘모바일’이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전자장치 전반을 제어하는 스마트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미 한국의 주요 자동차 회사 제품에 인포뱅크의 전장 기술이 적용돼 있다.
인포뱅크는 이를 더욱 확대하고 국제 표준에 맞춘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일반적인 전자장비 제어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각 부품의 고장 여부를 스마트폰으로 일일이 점검하는 등 아직 실현되지 않은 많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포뱅크는 기본 기술력을 가지고 혁신적인 사업을 만들고 유관 사업을 찾아 접목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공학을 전공한 두 명의 대표가 함께 만든 회사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장준호 박사와 외국계 은행을 다니던 박태형 대표가 1995년 동업으로 설립했다. 1996년 서울시에 설치된 버스안내시스템(BIS)을 만든 회사로도 유명하다. 인포뱅크의 특징은 단 한 번도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벤처업계에서도 늘 새로운 것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글·박상주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
“새로운 시장 만들기 때문에 우린 경쟁 걱정 없다”
‘문자투표’는 어떻게 나왔나
“외환위기 시절 어렵게 회사를 경영할 때였다. 휴대폰을 쥐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다. 운동 경기를 보면서 점수 맞히기를 할 수도 있고, 가수들이 공연할 때 팬들이 인기투표를 해보고 싶을 것 같았다. 일반 여론조사는 많아야 1,000여 명에게 의견을 물어보는데 문자투표를 하면 1,000만 명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바로 특허로 등록했다.”
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나
“우리는 벤처기업이다. 위험을 안고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로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다.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벤처기업가의 역할이다. 사장뿐 아니라 전 구성원들에게도 이런 벤처기업가 정신을 가져달라고 주문한다.”
새로운 일을 만드는 데 투여하는 업무의 비중은
“80 대 20이다. 80은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업무를 하고 20은 늘 새로운 무엇인가를 도전하는 데 들인다. 이 시간 동안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고안하기도 한다. 직원 모두 업무 시간 중 20퍼센트를 새로운 창안에 할애한다. 연중 업무결과를 통산해보면 실제로 20퍼센트 이상이 신기술이나 신사업 등 새로운 결과물이다. 회사 전체 수익의 20~30퍼센트도 반드시 신제품 개발에 들인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걸 창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중소기업이라서 실패에 따른 타격이 클 수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다양하고 시장을 놓고 다른 업체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타격이 적다. 새로운 것은 보편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가 변해가는 방향을 잘 짚으면 트렌드를 미리 선점할 수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히 크다.”
사업 방향이 창조기업형이다
“창조기업의 방향이라고 특정해서 생각해본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에 사업이 잘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우리의 사업 방향이 창조경제의 방향과 일치돼 반갑다. 창조경제를 이룩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곳에 더 주력할 예정이다.”
일반 정보기술(IT) 기업과 달리 문자메시지 사업에서 자동차 전자장치로 사업을 확대한 이유는
“자동차도 모바일이다. 휴대전화가 들고 다니는 모바일 단말기라면 자동차는 타고 다니는 모바일 단말기다. 이런 의미에서 4년 전부터 자동차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일반 자동차 전자장비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안에서 즐기는 통신과 엔터테인먼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모두 새로운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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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