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실천하는 저항시인 이상화 교우님께. 교우님! 교우님께서 사랑하셨던, 그리워하셨던 봄을 기억하실는지요? 불멸의 저항의지와 광복의 믿음에 대해 저희들은 그저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중략) 교우님의 삶을 돌아보고 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조그마한 고난에도 너무 쉽게 포기하는 저희들. 글로는, 말로는 못하는 것이 없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중앙고등학교가 매년 실시하는 ‘역사 편지쓰기’에서 씌어진 편지 본문 중 일부이다. 올해 6월 21일 중앙고의 성용훈, 김찬, 김진구군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로 유명한 민족 저항 시인 이상화에게 편지를 썼다. 역사 편지쓰기는 역사 속 주제와 관련된 중앙고 출신의 교우에게 편지를 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의 역사교육도 돕고 건학이념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역사교육에 있어 중앙고만의 차별점은 ‘참여’와 ‘체험’이다. 기존 한국사 수업은 진행하되 수행평가를 활용해 학생들을 능동적 배움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역사 편지쓰기와 더불어 실시하는 UCC 경연대회는 역사 주제를 정해 학생들이 직접 동영상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캐릭터 그리기 대회를 열어 역사 속 독립운동가를 그림으로 표현케 하기도 한다. 1926년의 ‘6·10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는 자리에선 대강당에 모여 만세 삼창을 외쳐보기도 했다.
역사교육은 학교 담장 밖을 넘어 역사와 관련된 체험 교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1년 4월에는 4개 반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 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동참했다. 학생들 각각은 옛 서대문 형무소를 견학한 후 각자 쓴 항의 편지를 일본 대사관에 전달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교사인솔로 독도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일본·대만 학교와 역사교육 교류도 가져
중앙고 역사교육을 이끄는 주축은 박범희, 조경훈, 최현삼 교사 3인방이다. 수행평가를 활용해 참여·체험형 역사교육을 개발해 끌어온 이들이다. 세 교사의 역사교육 철학도 비슷하다. 역사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7월 15일 중앙고를 찾아 박 교사와 조 교사를 만났다. 박 교사는 “역사 수업이 그저 듣고 마는 이야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역사를 통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나라면 어땠을지를 생각하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사도 “6·25전쟁이 1950년에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역사 교육’을 강조하는 배경은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박 교사는 “교과서 내용만 그대로 전달받으면 재밌고 시험엔 유용할지 몰라도 학생을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학생들이 해가 갈수록 성숙이 지체되는 느낌”이라며 현장에서 느끼는 솔직한 기분을 전했다. 이에 문제 의식을 느낀 그는 정부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해보란 과제를 내주는 등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토록 독려한다.
교사들이 내민 과제에 대해 학생들은 교육 의도에 부응하는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중앙고 출신이자 당시 학교에서 4·19혁명을 주도한 남궁진 교우에게 쓴 역사 편지쓰기를 보면, ‘4·19혁명 당시 과연 우리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공부와 게임을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우리들은 부끄럽지만 주도는커녕 참여조차 거의 못했을 것입니다’라는 학생들의 철든 생각이 적혀 있다. UCC 경연대회 수상작을 보면, 헌법 속에 나타난 4·19혁명을 되짚고 이를 공휴일로 지정해야 기억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있다.
중앙고의 역사 교육은 일본·대만 등의 학교와 교류하면서 지금도 꾸준히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한·일 역사교류 모임을 통해 매년 일본의 역사 교사가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진행한다. 올해로 12회째다. 조선 후기 시대의 대중실용화(민화)와 에도 시대 문화를 비교하거나 지배층인 양반과 무사를 함께 배우는 식이다.
조 교사는 “양국 교사의 수업을 통해 일본인들은 전부 나쁘다는 인식을 깨고 동반자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학생들이 갖도록 하는 것이 수업 내용보다 더 큰 배움”이라고 말했다. 중앙고는 대만의 신족고등학교와도 자매 결연을 맺고 역사수업 교류를 진행 중에 있다.
글·남형도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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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