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대 젊은 나이에 소중한 팔다리를 잃은 것이 유감스럽지 않으냐?”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정규군으로 복무한 것은 내게 무한한 영광이다.”
6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핵문제 관련 세미나에 의족에 의지한 몸을 이끌고 참석한 윌리엄 웨버(87·예비역 대령·사진)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과 나눈 대화다.
그는 마치 젊은 현역처럼 우렁차게 답했다.
웨버 회장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전 참전용사 중 한명이다.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 옆에 서 있는 19명의 미군 병사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그를 만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일본군과 싸울 때만 해도 한국과 중국, 일본은 모두 똑같은 나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1950년 한국에 처음 갔을 때, 한국인은 일본인과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진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한국인들을 위해 싸운 것은 더없이 가치 있는 일이자 영광이었다.”
웨버 회장은 1950년 8월 육군 187 공수 낙하산부대 소속 대위로 인천상륙작전 때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서울을 되찾은 뒤 평양 등 북한 내 요충지 곳곳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여해 승전보를 울렸다. 중국군의 개입으로 중부전선까지 밀린 1951년 1월, 격전지 강원도 원주에서 북한군의 수류탄에 오른쪽 팔꿈치 아래와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고 말았다. 이 부상으로 그는 전선과 이별했다.
그가 특별한 이유는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그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난 60년간 한국에 또 다른 전쟁이 없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한편으로는 참전용사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앞으로 15년 뒤에는 정전 75주년 기념식이 열릴 텐데 그때는 극소수의 참전용사만 살아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참전용사들끼리 하곤 한다. 한국전쟁이 ‘알려지지 않은 전쟁’에서 ‘잊혀진 전쟁’이 돼가고 있다. 한국전쟁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미국인의 의식에서 한국전쟁이 완전히 실종될 것만 같아 걱정이다.”
한국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온 노병(老兵)은 자신의 사후에 ‘한국전쟁의 역사’가 겪게 될 운명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그는 미국에서 ‘한국전 알리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앞에 있는 한국전 기념비 옆에 미군과 카투사 전사자들의 이름을 모두 새긴 ‘한국전 추모벽’ 건립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중이다.
한국 정부가 참전용사들에게 충분히 보답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웨버 회장은 “그건 말할 필요도 없다”며 “진심을 다해 끊임없이 미국에 감사를 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시 한국전이 일어난다면 참전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당연히 참전할 것”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다 하겠다”고 말했다.
웨버 회장은 올해 세번째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한국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원주를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과 사진·김상연(서울신문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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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