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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군생활 10년간 사회진출 꾸준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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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골든메인 멀티짐’이란 체육관 로고와 한옥 느낌의 차분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체육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운동복을 입은 강덕화(33) 관장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샌드백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강 관장은 10년간 직업 군인으로 근무하다 2011년 10월 전역했다. 군 생활 중 취미로 시작한 무술을 평생 업으로 삼아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무에타이 전문 체육관을 열었다.

그가 건네준 명함에 적힌 직함은 관장이 아닌 ‘오너(owner)’였다. 체육관을 운영한다는 의미를 넘어선 ‘경영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흔히 전직이나 퇴직을 앞둔 이들은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살려 창업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이에 대해 강 관장은 “취미를 업으로 삼으려면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경험과 수련을 통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이라기보다 단지 먼저 이 길로 왔다는 정도로 봐 달라”고 했으나 그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강 관장은 역사학자나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 반대에 부딪치면서 대학 대신 군대를 택했다. 현역으로 입대했으나 우연찮게 직업 군인의 길이 열렸고, 군 위탁교육을 통해 대학에서 심리학·상담학 등을 공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평생 업으로 삼고 싶은 태국 전통무술 무에타이를 만났다.

부사관으로 첫발을 내디디던 날 강 관장은 군대에 있으면서 하고 싶은 것 10가지를 차례로 적어내려 갔다. 그의 첫번째 버킷리스트였다. 강 관장은 “그 중 해외 파병만 빼고 모두 이루어졌다. 군 생활을 10년만 한다는 것도 리스트 다섯번째에 있었다”며 웃었다.

군 복무 기간을 정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제대 이후 무엇을 할지, 그리고 군 생활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막연하게나마 운동을 좋아하니 월급을 모아 체육관을 열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군 생활 중에 술·담배를 안 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운전면허도 따지 않았다. 차를 구입하면 저축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였다.

강 관장의 초기 군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사느냐”부터 시작해 말들이 많았다. 목표가 확실했던 그는 개의치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저 친구는 원래 저래”라며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창업에 대한 불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강 관장은 “군인은 매월 급여가 나오지만 사업은 언제부터 수입이 나올지 모르고, 그리고 망하지 않을까 두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무에타이를 접하게 되면서 창업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씩 덜 수 있었다. 군 인근 체육관에서 무에타이 국가대표였던 정은천 관장(현 대한킥복싱협회 기술전문위원회 의장)을 만난 것이다. 강 관장은 무에타이가 거친 운동이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해 보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무에타이에 푹 빠진 그는 퇴근 후 체육관으로 달려가 운동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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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센터서 사업계획서 작성·상권 분석 등 배워

무에타이로 체육관을 차리자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필요한 자격증들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매월 휴가 기간을 활용해 연수를 받는 등 시간을 알차게 사용한 결과, 2011년 10월 전역 직전 자신의 이름으로 체육관을 개관하고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전역 후 그는 체육관 운영 경험을 할 기회를 찾았고, 그런 와중에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교회 스포츠센터에서 자문을 구해와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무에타이와 킥복싱 장비를 구비하고 가르치며 체육관 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소프트웨어는 갖췄으나 정작 체육관을 어디에 개관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찾은 곳이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다. 그곳에서 강 관장은 사업계획서 작성, 상권과 유동 인구 분석 방법 등을 배웠다. 컨설팅을 통해 그가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조언도 들었다. 그리고 경영 마인드를 배우기 위해 스승인 정은천 관장, 우리나라의 유명 체육관 관장, 운동 지도자들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창업 자금은 총 1억5천만원. 거금이지만 강 관장이 대출 없이 마련한 자금이었다. 문을 연 지 6개월째인 지난 1월부터 회원 수가 100명을 넘어섰고, 운영도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한마디로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훈련 강도는 높지만 제대로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회원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강 관장은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을 믿어야 했다”며 “어렵고 힘든 과정에서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 ‘소원을 이야기하고 믿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끌려온다’는 말들이 힘이 돼 주었다. 지나온 과정들을 되돌아보면 모두 내가 간절하게 원하니 길이 생겼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유명한 체육관 관장,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였다”고 말했다.

당장 보기 좋고 돈이 되는 것 같아도, 내가 즐겁지 않으면 힘들고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 관장이 들려준 전역 후 창업 성공 비결은 원칙 고수와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었다. 늘 그렇듯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있었다.

글·강선임 객원기자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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