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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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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78년 어느 날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의 한탄강가를 산책하고 있던 한 미군 병사가 우연히 이상하게 생긴 돌멩이를 발견하였다. 놀랍게도 이 돌멩이는 구석기시대의 ‘아슐리안 주먹도끼’였다. 서양의 구석기 학자들은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오로지 서양에만 있고 동양에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소위 ‘세계구석기문화 이원론’을 반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대한민국에서 발견된 것이다.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 이후 30여 년간에 걸쳐 학술조사가 이어졌고 1993년부터는 ‘구석기 축제’가 시작되었다. 약 200여 명의 동호인이 모인 고고학 체험행사가 시발점이 된 전곡리 구석기 축제 이후 2011년 4월 25일에는 마침내 전곡선사박물관이 개관하게 된다.

전곡선사박물관 건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문화재보존 운동의 ‘결실체’ 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학술조사 활동을 벌인 구석기 학자들과 유적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구석기 축제에 모였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이런 문화적 현상을 간과하지 않고 박물관 건립이라는 정책적 결정을 내린 행정당국의 의지가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수십만 년 전의 구석기시대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노랫말이 있다.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는 게 아니라 노닐며 즐기는 것~ 옛날에 누가 살았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옛날에 누가 살았는지 생각해 본 사람은 앞으로 미래에 누가 살게 될 것인지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저 노닐며 즐기는 삶이 아니라 한번쯤은 옛날에 누가 살았는지도 생각해 보는 삶.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화적인 삶이 아닐까? 문화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조흥윤 교수는 문화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맛과 멋”이라고 정의하였다.

문화에 대한 참으로 멋진 정의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은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정책일 것이다. 꼼짝도 안 하는 커다란 둥근바위는 한번 움직이기는 어렵지만 일단 굴러가기 시작하면 얼마 안 가 엄청난 속도를 내게 된다. ‘문화가 있는 날’은 커다란 바위를 움직이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문화가 있는 날’, 전곡선사박물관에도 선사시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많은 사람들의 해맑은 눈빛이 가득 차기를 기대해 본다.

글·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 학예팀장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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