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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꼭 부자여야 행복하다고 생각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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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여러분, 부자 되세요~.”

2002년 한 TV 광고 문구는 ‘부자’라는 키워드를 담았다.

부자가 되는 것, 즉 소득과 재산이 많은 것이 우리 사회 행복의 조건이라는 의미를 담았는데 큰 공감을 끌어냈다. 이후 ‘부자 되세요’란 말은 마치 ‘행복해지세요’ 같은 긍정적인 인사말로 인식됐다. 십 수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국민들은 부자가 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할까.

“아이들 학원비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물가까지 치솟아서 걱정이 많죠. 대형마트에 가서 가족끼리 함께 먹고 싶은 음식 재료를 발견해도 가격표부터 확인하고는 다시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남편이랑 ‘월급봉투는 거의 그대로인데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종종 나눠요.”

서울 개봉동에 사는 주부 신미주(36·가명) 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신 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유치원 다니는 딸, 두 명의 자녀를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신 씨는 “꼭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많은 돈을 가진 부자가 돼야만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많은 돈은 인생에서 모든 선택의 폭을 넓게 하는 만큼, 행복에 관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신 씨처럼 행복한 인생에서 소득·재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들은 대체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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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수 많고 배우자 있으면 행복하다”

행복 수준은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행복 수준이 가구원 수가 적을수록, 배우자가 있는 경우(7.1점)보다 없는 경우(6.6점)에 낮은 것으로 나타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달리 말하면 식구 수가 많고 배우자가 있으면 행복을 많이 느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한국인의 인생에서 가족의 존재가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아울러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행복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매우 행복하다’를 10점, ‘전혀 행복하지 않다’를 1점이라고 할 때, 가구 소득이 월 99만원 이하인 응답자(5.9점)와 월 800만원 이상인 응답자(7.5점) 집단 사이의 행복 수준 차이는 1.6점에 달했다.

우리 국민들은 소득·재산이 행복 수준의 차이를 크게 나타낸다고 봤다. 행복한 삶을 위해 각 분야별로 얼마나 중요한지 10점 척도로 질문한 결과 응답자들은 ‘건강’(9.4점) 다음으로 ‘배우자’(8.9점), ‘자녀’(8.6점), ‘소득·재산’(8.6점), ‘직장생활’(8.4점), ‘친구’(8.1점),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여기에 분야별로 실제 얼마나 만족하는지 10점 척도로 질문한 결과 ‘자녀’(8.4점) ‘배우자’(8.3점) ‘친구’(7.8점) ‘건강’(7.8점) ‘종교생활’(7.2점) ‘직장생활’(7.0점) ‘소득·재산’(6.6점)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들은 ‘소득·재산’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재 그 만족도는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했다.

‘소득·재산’의 중요도와 만족도 간 괴리가 분야별 항목 중 가장 큰 것(-2.0점)으로 나타났다. 소득이나 재산을 기대한 만큼 벌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재산·소득의 괴리감은 건강(-1.6점)이나 문화·여가생활(-1.5점) 등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는 편이다. 소득·재산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상대적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김대균 정책여론과장은 “중요도와 만족도 간의 괴리가 가장 큰 ‘소득·재산’에서 국민 만족도 수준을 높이는 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유일한 길은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들의 소득·재산 수준을 높이는 것이 전반적인 국민 행복 수준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시기 아시아 10개국에서 실시한 각국별 삶의 질 조사 결과를 참고할 만하다. 아시아조사연구학회가 지난 11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에 대한 만족도는 조사에 참여한 아시아 10개국 중 인도, 태국, 미얀마, 마카오, 홍콩, 중국, 필리핀보다도 낮았다. 한국 다음으로 일본과 대만이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한국, 일본, 대만이 다른 나라보다 소득 만족도는 오히려 낮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니게타대학 다카시 이노구치 교수는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저소득계층의 소득이 정체돼 선진국일수록 빈부 격차가 벌어진 결과”라며 “잘사는 나라일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져 전반적인 소득 만족도가 낮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글·이창균 기자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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