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울산 울주군 상북면 소호마을은 해발 550미터 고헌산 중턱에 있다. 마을 주민은 약 400명. 주 소득원은 감자와 고랭지배추 농사다. 울산 도심에서 차로 1시간 넘게 산길을 따라 내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도심과 이 마을을 잇는 대중교통은 하루 4번 다니는 버스가 고작이다. 말 그대로 외딴섬과 같은 산골마을이다.
평범했던 소호마을은 1960년대부터 30년간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마을 사람들은 울산 등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귀농·귀촌바람이 불면서 외지인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5년 98가구(304명)이던 마을은 올해 191가구(438명)로 규모가 커졌다. 그 사이 마을의 유일한 학교인 궁근정초등학교 소호분교는 폐교 위기에서 다시 살아났고, 썰렁했던 마을회관 앞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주민과 원주민이 섞이면서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사소한 일에도 다툼이 잦았고, 이주민들이 추진하던 마을법인 사업을 탐탁지 않게 여긴 원주민들이 울산시와 울주군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소호마을에서 갈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어울려 농사를 짓고, 마을잔치를 연다.
공동으로 설립한 마을법인 ‘소호리고헌산’을 통해 감자와 야생차, 절임배추를 판매한다. 도시 학생의 시골 유학을 돕는 ‘소호산촌유학센터’와 야영장, 힐링 개념을 도입한 ‘치유의 숲’도 운영해 마을 소득을 올린다. 수익금은 마을 주민의 품앗이 비용과 마을기금으로 사용한다.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을 해소한 건 마을 밴드와 시문학교실, 요가강좌와 같은 문화 행사를 만들면서다. 이날 정오쯤 초록잎이 무성한 감자밭 옆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요가 수업이 한창이었다. 주민들이 500만원을 들여 만든 이 비닐하우스는 마을법인 사무실 겸 요가교실로 쓰인다.
“왼쪽 다리를 접어서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오른쪽 다리는 왼쪽 허벅지에 올립니다.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숙입니다.”
체육복과 일바지 차림의 30~60대 여성 7명이 요가 강사 주명애씨의 말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요가강좌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열린다. 요가강좌를 수강하는 주민들은 요가 때문에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서먹함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숙(69)씨는 “함께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져 이제는 처음부터 이웃사촌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며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하러 간다”고 말했다.

40~50대 남성 주민 상대로 색소폰 교실도 열어
지난해 6월 시작된 요가강좌는 울산의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이 소호마을 주민을 상대로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울림은 요가강좌 외에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밴드교실, 40~5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색소폰교실, 시문학교실, 노래교실, 직장인밴드를 운영한다. 기타·드럼·건반·노래는 울림 멤버가 강사로 나서 가르치고, 색소폰과 요가는 외부 강사가 맡아 진행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다. 울림은 매년 5천만원가량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민들은 무료로 수업을 듣는다. 박제광(47) 울림 대표는 “문화는 이제 소호마을의 일부가 됐다”며 “강좌가 없는 날에도 주민들끼리 모여서 연습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호마을과 울림이 인연을 맺은 건 한 편의 시 때문이다.
울림이 2006년 소호분교에 있는 수백년 된 느티나무를 주제로 한 김성준 시인의 시 ‘소호리 느티나무’에 곡을 붙이기로 하면서다.
울림은 작곡을 위해 6개월간 소호마을을 오가면서 소호분교 아이들에게 통기타를 가르치고, 음악 공연을 했다. 그러던 중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마을문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울림의 시도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처음부터 고왔던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운영 첫해인 2011년 운영한 통기타교실과 청소년 연극교실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주민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자고 생각한 울림 측은 김득용(57) 당시 마을개발위원장의 도움을 받아 주민의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마련된 프로그램이 요가와 색소폰 강좌다.
박 대표는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며 “소호마을 주민 스스로 삶 속에서 문화를 꽃피우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 종류와 규모를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과 사진·이보람(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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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