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어르신, 지금 안에 계세요? 문 좀 열어보세요.” 3월 11일 오전 11시 35분께 찾은 서울 동대문구 장안2동. 장안2동 희망복지위원회 위원들과 주민센터 복장운 복지팀장이 거리 곳곳을 다니다 한 주택 앞에 멈췄다. 대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서창숙 위원이 “이렇게 사람이 안 나올 때는 먼저 전화를 해야 한다”며 휴대폰을 들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대부분은 문을 쉬 열어주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서 위원이 통화를 마치자 집 안에서 안형자(84·가명) 할머니가 나왔다. “어서 들어와요. 여기 앉아. 따뜻해.” 안 할머니는 집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반가운 듯 말을 건넸다. 한 쪽 벽면은 자식과 손주들의 사진들로 빼곡했다. 딸이 여럿인 딸부잣집이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은 큰딸뿐이라 평소에는 대부분 안 할머니 홀로 생활한다. 정해영 위원장이 “따님들이 자주 돌봐주시느냐”고 묻자 안 할머니는 “다들 살기 바빠 도움받기가 마땅치 않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할머니께 요구르트를 매일 배달해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복지위원회가 홀몸 어르신들에게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다. 왜 하필 요구르트를 택했느냐고 묻자 “요구르트 배달을 핑계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잘 계신지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홀몸 어르신들의 안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요구르트 배달원들이 위원회에 바로 알려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 시스템’이다.
요구르트 외에도 안 할머니는 위원회에서 지원하는 김치, 종량제 봉투, 쌀 등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안 할머니는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일일이 사람들의 손을 잡았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안 할머니를 돌볼 수 있게 된 것은 민관이 협력한 덕분이다. 동대문구청과 주민센터, 그리고 희망복지위원회가 힘을 모았다. 동대문구청 복지정책과는 큰 방향에서 기획과 지원을 맡고, 주민센터는 취약계층을 찾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희망복지위원회는 현장을 잘 알아 어려운 이웃들을 발굴하고 직접 찾아 다니면서 지원한다. 민관이 가진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암 투병 생계곤란자에 생활비·치료비 지원
안 할머니의 집을 나서자 서 위원이 “이번에 들를 집은 노부부가 같이 산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희망복지위원회의 ‘현장 발굴’ 담당이다. 통장만 6년 반을 했을 뿐 아니라 20대부터 봉사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지역 내 취약계층의 사정을 잘 안다. 하지만 아무리 현장에 밝아도 복지 사각지대를 모두 찾아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터. 어떤 방법으로 일일이 찾아내는지 궁금했다.
주민센터의 복지담당자 주문희 씨가 들고 있던 서류를 보여주며 “수도·전기·도시가스 등의 체납자 명단을 바탕으로 취약계층을 찾는다”고 답했다. 체납자는 사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 중에서 소외계층을 발굴해 지원한다.
위원회는 지원이 이뤄진 후에도 재차 방문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두번째 방문한 노부부의 집도 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 곳이었다. 골목을 돌고 돌자 번지수 표기도 희미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정택(62) 씨가 이미 마당에 나와 있었다.
2011년부터 혈액암을 앓고 있는 김 씨는 치료비 부담이 큰 상황. 김 씨는 “연간 150만원가량 드는 약값에 검사비까지 합치면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이 식당 일을 하며 받는 월급이 고정 수입의 전부였다. 하나뿐인 아들은 지방에 돈을 벌러 가겠다고 한 뒤 소식이 끊긴 지 2년이 넘었다. 김 씨가 홀로 있던 집안 곳곳에 걸려 있는 사진들만이 그가 얘기한 가족들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위원회의 발길이 닿은 후 김 씨는 매달 생활비와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지원금은 위원들이 자체적으로 회비를 걷어 마련한 것이다. 위원회는 기존 사업을 포함해 올해부터 ‘홀몸 어르신께 생신상 차려드리기’ 등 새로운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을 나서자 거동도 불편한 김 씨가 마당까지 나와 “꼭 다시 오라”며 몇 번이고 인사를 건넨 후 아쉬워 하면서 집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글·남형도 기자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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