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서초구 반포1동에 위치한 한 PC방. 지하 1층에 있는 PC방이지만 음침한 느낌보다는 쾌적하고 안락하다는 느낌이다. 화사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노천 카페 같다. PC방 직원들도 캐주얼한 옷으로 맞춰 입고는 입구에 들어서는 손님을 맞이한다. 이후 손님이 좌석에 앉으면 음료를 대접한다. 테이블마다 놓인 PC가 없다면 잘 꾸며진 카페로 오해할 듯도 하다. 445평방미터가 넘는 넓은 매장에는 총 160대의 PC가 설치돼 있다.
5월 22일 오후 5시. 대부분의 PC방이 한가한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이곳에는 5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PC방 주위 300~400미터 안에는 어림잡아도 10여 개의 PC방이 몰려 있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이곳처럼 손님이 많은 곳은 드물다. 이곳에 손님이 많은 이유는 깨끗하고 산뜻한 실내 분위기 영향도 크다. 강석진(46)씨는 “이곳은 담배냄새가 안나 쾌적하다. 의자도 편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류재국(40)씨도 “담배를 피우지 않다 보니 담배 냄새를 맡는 것도 싫다. 다른 PC방과 달리 이곳에는 흡연실이 따로 마련돼있어 담배 냄새가 덜해 이곳을 찾는다”고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PC방 사장인 박희철(39)씨는 지난 3월 말 스크린 골프장이던 이곳을 PC방으로 리모델링하면서 흡연실을 따로 만들었다. 6월8일부터 시행되는 ‘PC방 전면 금연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비흡연자라는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흡연실 내에 세면대도 마련했다. 담배를 피운 후 냄새가 밴 손을 깨끗하게 씻으라는 의미에서다. 손님들도 담배를 피운 후 손을 씻으러 굳이 화장실을 찾을 필요가 없어 만족해한다.
리모델링을 끝내고 처음 PC방을 개업할 때 박씨는 전체 좌석을 금연석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편안하게 앉아 게임을 즐기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자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이 동네는 한 골목에 PC방이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장사하는 사람이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흡연실을 만들어 놓았지만 게임 중 자리를 뜨기 싫어하는 손님들도 많다. 그래서 다른 PC방처럼 흡연석을 따로 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재떨이 사용 빈도 줄어 일손 크게 덜 듯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는 문을 활짝 열어두고 환풍기를 자주 돌린다. 방향제를 뿌리는 일도 잦다. 담배 냄새로 찌든 PC방은 자신이 원하던 바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노력 때문인지 이 PC방에는 상대적으로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현재 40여 석이 커플석으로 운영 중인데 주말이면 대부분이 찬다. 어머니가 어린아이와 함께 찾는 경우도 있다. 담배 냄새 때문에 PC방에 잘 가지 않지만 급하게 PC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면 꼭 이 PC방에 들른단다. 아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담배냄새가 덜한 곳을 찾다가 찾은 곳이 이 PC방이다.
그는 ‘PC방 전면 금연화’가 실시되는 6월 8일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바랐던 전 좌석 금연석 지정을 이룰 수 있는 날이라는 생각에서다. 앞서 6월 1일부터 손님들에게 공지하고 흡연실이용을 당부할 계획이다.
‘PC방 전면 금연화’가 실시되면 일손을 더는 측면도 있다. 재떨이 사용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는 흡연석에 앉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재떨이를 제공해야 하지만 흡연실에서만 담배를 피우게 되면 1~2개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청소도 편해진다. 흡연석은 날리는 담뱃재로 인해 손님이 자리를 뜨면 매번 구석구석 청소를 해야 했다. 흡연실에서만 흡연이 허용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PC방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손님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흡연자들은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라고 권하면 된다. 손님이 흡연실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신고가 들어간다며 이해를 구하면 그만이다. 손님이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 커지고 있다. 박 사장은 “정부 정책이니까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PC방을 찾는 손님 중에 담배 한 대 물고 마음 편하게 게임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PC방을 잘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연 구역 지정 대상에 당구장이 제외된 것에 대해 “당구장은 체육시설인데도 금연 구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PC방은 체육시설도 아니고 단지 청소년들이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오히려 거꾸로 된 셈이다.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계도 기간을 6개월 부여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PC방 업주들에게 6개월 더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허락해준 기간”이라며 “이 기간 동안 단속을 강화해 단속에 걸린 횟수에 따라 벌금부과 시기를 정하는 게 더 나은 정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나름의 의견을 제시했다.
글·박기태 기자 /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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