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실천하는 어른이 될게”… 노란 눈물 다짐

1

 

하루 종일 차가운 비가 오락가락했다. 초가을 태풍 같은 바람도 불었다. 참 궂은 날씨였다. 그래도 추모 행렬은 계속됐다. 세월호 침몰사고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지 사흘째인 지난 4월 29일, 서울광장 서울도서관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시민 4만2,610명이 다녀갔다.

오후 들어 비가 좀 잦아들면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이 더 늘었다. 300여 명의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차례가 된 시민들은 40여 명씩 대열을 이뤄 분향했다. 추모의 벽과 나무들은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노란 리본으로 빈틈이 없었다.

 

“나는 미안한 어른이 되지 않겠다.”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너희의 죽음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실천하는 어른이 될게.”

2

 

백합·국화 등 꽃다발을 말없이 놓고 간 이들도 있었고 미리 써온 편지를 벽에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분향은 끝났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회사원 김관용(44·서울 마포구) 씨는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은 대한민국의 상황은 지금 ‘지분혜탄(芝焚蕙嘆·이웃이 당한 재난을 함께 슬퍼하는 것)’이다. 생때 같은 자식들을 한꺼번에 잃은 안산은 물론이고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적으로 78개 분향소가 마련됐다. 5월 1일 현재 전국적으로 57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조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은 올림픽기념관에 있던 임시 합동분향소를 4월 29일 안산 화랑유원지로 옮겼다. 조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합동분향소를 오가는 셔틀버스 7개 노선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행한다. 부산은 4월 28일 오전 9시부터 시청 1층, 광주는 시청 문화광장 야외음악당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대구는 두류공원 안병근 올림픽기념유도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경북은 경북도청 강당에, 충남은 내포신도시 도청사 1층 로비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이역만리 해외동포들도 슬픔을 나누고 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은 4월 25일 일본 도쿄도 미나토(港)구 민단 중앙본부 로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도식을 열었다. 이병기 주일한국대사, 오공태 민단 단장, 도쿄 한국학교 재학생 등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일본 측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참석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재북경한국인회는 같은 날 중국 베이징 소재 한인회사무국에 임시 합동분향소를 열었다. 합동분향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문객을 받는다. 문을 연 첫날에만 200여 명이 넘는 조문객이 영정 앞에 꽃을 바치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중국 상하이한국상회는 4월 28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민항(閔行)구 우중(吳中)로에 있는 한국상회 사무실에 마련했다.

호주에서도 한인회가 4월 28일부터 시드니 서부 크로이든파크 한인회관 내에 분향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도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LA 한인회관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5월 3일 1차 구조·수색작업을 마무리한 데 이어 2차 수색에서는 잠수사들이 진입하지 못한 미개방격실을 집중 수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조팀은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유압식 확장기와 현관문을 개방할 때 쓰이는 소방장비 등으로 선체 출입문을 열기로 했으며 폭약은 시신 훼손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해난 구조장비인 다이빙 벨(Diving Bell)은 투하 시도 세 번째 만인 5월 1일 투입에 성공, 실종자 수색에 나섰으나 이날 추가 실종자 발견에는 실패했다. 물살이 가장 거세지는 사리(대조기)에 접어들면서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신유실 방지 위한 TF도 구성

이와 함께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전담반(TF)을 구성하는 등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다. 유실방지 TF에는 해경과 경찰(육경), 육군, 소방방재청, 지자체 등이 참여했다.

대책본부는 세월호 침몰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마일을 ‘작전구역’으로 정하고 구조·수색작업과 함께 시신 유실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대책본부는 3단계로 그물망을 설치했다.

맹골수도 앞뒤 8킬로미터와 15킬로미터 되는 지점에서는 쌍끌이 어선이 시신 수습에 나서고 있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3척은 사고해역 외곽 신안 가거도와 추자도 해역(40∼60킬로미터)을 수색하고 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시신 유실에 대비해 일본과 중국에 신원미상의 시신이 떠밀려오면 연락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국제공조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편 구조된 뒤 고대안산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었던 단원고 학생 74명 중 70명은 30일 퇴원, 안산 합동분향소를 단체로 참배했다. 고대안산병원 의료진은 학생들의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제공한다.

글·최경호 기자 2014.05.05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