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3년 전 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웹 개발자로 일하던 한휴(36)씨는 항상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하지만 체인이 빠지는 게 늘 골칫거리였다. 자전거는 크기가 다른 스프라켓(페달 안쪽에 달린 원형 톱니바퀴)을 체인이 오가며 변속한다.
이 과정에서 체인이 빠지기도 하고 소음도 생긴다. ‘왜 모든 자전거는 이렇게 달릴까’ 궁금해진 한씨는 새로운 자전거 변속기를 떠올렸다. 스프라켓이 없는 변속기다. 그림을 그려 형인 한기(39)씨에게 보여줬는데 동생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한 형은 직접 만들어보자며 칭찬했다.
“기존 변속기는 체인이 작은 원(스프라켓)에서 큰 원으로 이동하면서 톱니에 체인에 맞물리는 형태잖아요? 이걸 없애보려고 한 거죠. 쉽게 말해 여러 개의 스프라켓을 하나로 모은 형태예요. 이 안에서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변속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체인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으니 변속 충격도 소음도 없죠.”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한휴 씨는 모형을 들고 설명에 여념이 없다. 두 사람은 올해 4월 경기 안산시 중소기업연수원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했다. 그리고 형제의 이름을 따 ‘기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들이 개발한 자전거 변속기는 이달 중 시제품이 탄생한다. 구동 테스트를 마친 뒤 9월 중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자전거 변속기는 수입에 의존해왔다. 일본 시마노, 이탈리아 캄파놀라 등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기휴의 변속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자전거 변속기의 국산화는 물론이고, 시장 전체에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전공과 무관한 제조업에 뛰어들었지만 형제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친다.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 형제가 동시에 창업에 뛰어들었으니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며 농담을 건네자 한기씨는 “안 그래도 온 집안이 걱정”이라며 웃는다. 한씨는 “기술과 디자인에 더 신경 써서 세계를 휩쓰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청년창업사관학교에는 한씨 형제와 같은 500여 명의 예비 창업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사업화 성공률은 10~40퍼센트 정도다. 영국(70퍼센트)·미국(69.3퍼센트)·일본(54.1퍼센트) 등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창업자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실제로 기업을 설립하는 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011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설립했다.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정부 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공간과 개발비를 지원하고 각종 컨설팅을 제공한다. 판로지원과 투자유치, 자금융자도 돕는다.
원래 경기 안산시 한 곳만 운영했지만 올해부터는 광주광역시와 경북 경산, 경남 창원 등 전국 4개 권역으로 확대됐다.

무더위 잊은 개발 열정… 사업화 앞둔 아이템 많아
무더운 날씨에도 사관학교 건물 안을 오가는 예비 창업자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모니터 하나에 5~6명씩 모여 논쟁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 동기인 김정민(24)·최세헌(24)씨는 ‘애디슨 이펙트’라는 회사를 만들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하고 있다. 통화 연결 중에 음성 광고를 제공하는 앱이다. 김씨는 “통화 연결 중에 광고를 들려주고 통화가 연결됐을 때 자연스레 그 광고에 관한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위치정보와 거는 사람의 나이와 취미 등 회원정보에 맞춰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앱을 설치하고 광고를 듣는 사람에겐 포인트를 쌓아준다. 그 포인트로 전용 스토어에서 쇼핑까지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김씨가 대학 내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했던 주제다.
두 사람은 이 아이디어를 살려 실제 창업에 나섰고, 현재 마무리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앱은 9월 중 출시된다. 이제 막 군대를 다녀온 어린 나이지만 두 사람에겐 CEO다운 냉철함이 엿보인다. 김씨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앱 하나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광고의 제작과 공급 전 영역을 아우르는 광고기업을 만드는 것”이라며 “독특하고 창의적인 광고 플랫폼 개발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상공인의 경우 자체 음성 광고를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고, 이를 유통시킬 채널도 마땅치 않다”면서 “소상공인이 음성 광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미스타’를 창업한 최유항(36)씨는 발광다이오드(LED)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LED 전문가다. 그가 하는 일은 LED 전구 소켓에 담긴 구동 드라이버를 단일칩 고주파 집적회로(MMIC)로 대체하는 작업이다.
구동 드라이버는 LED 전구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칩 하나로 해결하자는 게 최씨의 의도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한 작업이지만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최씨는 창업해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당연히 크기가 줄겠죠. 그러면 다양한 모양의 전구 개발도 가능할 겁니다.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MMIC 가격이 낮아지면서 시장성도 커졌죠.”
광효율을 높이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현재 5퍼센트 정도의 개선 효과를 봤는데 효율을 20퍼센트 정도 좋게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최씨는 “효율이 좋아진다는 얘기는 그만큼
LED를 적게 써도 된다는 뜻”이라며 “크기도 작아지고 생산비용도 줄어드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10월 중 특성 측정에 들어갈 계획인데 좋은 평가를 받으면 내년 초쯤엔 LED 전구 완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글·장원석 기자

‘제2의 청년창업사관학교’ 문 열었다
스마트 벤처창업학교 입교식…7개월간 창업 과정 단계별 지원
스마트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스마트 벤처창업학교’가 성공 창업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중소기업청은 8월 8일 남민우 청년위원장 등 주요 인사와 입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권 지역 ‘스마트 벤처창업학교’ 입교식을 개최했다. 스마트 벤처창업학교는 미래 일자리 창출을 이끌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융합 등 유망 지식서비스 분야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자를 발굴해 사업계획 수립에서 개발과 사업화를 단계별로 일괄지원한다.
지난 6월부터 4주간 신청자를 모집해 2차에 걸친 서류와 발표 심사를 거쳐 수도권 지역 55개 팀을 선발했다. 창업학교 입교생들에게는 앞으로 7개월간 창업교육, 전문가 멘토링 등 사업계획 수립에서 서비스 개발, 또 사업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체계적으로 지원된다. 개발과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도 총사업비의 70퍼센트 이내에서 최대 1억원까지 제공한다.
우선 초기 3주간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보유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계획을 구체화한다. 사업계획 평가 결과에 따라 선정된 45개 창업팀은 2주간 창업 및 경영에 필요한 실무교육과 함께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 15주 동안 창업학교 내 전용 개발공간에서 분야별 전문 멘토링과 개발·마케팅 교육을 통해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개발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거쳐 최종 40개 창업팀을 선정한다. 이들은 시장 진출, 지적재산권 등록, 홍보물 제작 등과 함께 기업 제휴 및 투자 연계 등 사업화 기회를 제공받는다.
우수 졸업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1억원의 추가 자금을 제공하고, 이와 함께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 및 정책 자금 등 후속 지원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은 졸업 후에도 5년간 졸업 기업의 경영 성과 등을 모니터링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이날 “입교생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이 창조경제를 실현해 나가는 원동력”이라면서 “각자 기획한 일에 최선을 다하여 세계 속의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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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