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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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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월의 따사로운 햇볕 아래 옥상 가득 놓인 장독들이 줄지어 빛난다. 우리 마을 부녀회원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려 담근 된장이 가득 들었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부녀회원들끼리 힘을 합쳐 직접 장을 담가 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해 2월의 일이다. 주부인 나도 된장, 고추장은 사다 먹는 게 당연했지 직접 만드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건강한 먹거리, 우리 전통 먹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일념 하나로 회원들의 뜻을 모으고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참다래 장독대 사업’이라는 이름을 달아 신청해 장독을 살 지원금도 받았다.

솜씨 없는 초보들만 모였으니 그저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충남 청양군까지 가서 질좋은 고추를 고르고 전통 방식 그대로 고추장 담그는 법을 전문가에게 가서 배웠다. 엿기름에 찹쌀가루를 개어 여섯 시간 동안 고아 고추장에 넣을 조청을 만들었다. 장을 담은 커다란 장독들은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응암3동 주민센터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초에는 음력 정월에 해서 맛이 좋다는 정월장을 담가 메주를 띄웠고 봄에 메주를 꺼내 으깨어 만드는 ‘된장 담그기’ 행사를 했다. 유례가 없는 장 담그기 행사에 구청장도 오셨고 동네 주민들도 몰려왔다. 이 참에 장맛 자랑 좀 해 보려고 커다란 대야에 나물과 밥, 고추장을 넣고 비벼 비빔밥을 만들어 다같이 나눠 먹었다. 모인 사람들 모두 남김 없이 먹는 모습이 어찌나 흐뭇하던지….

처음 담그는 장이라 완성하기 전까지 다들 불안했지만 웬걸, 장독을 열고 맛본 장맛에 감탄이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생활협동조합에서 찾아와 맛을 보더니 납품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국내 산지의 좋은 재료로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서 그랬겠지만 무엇보다 부녀회원들의 정성 맛이 아닌가 싶었다.

장맛도 장맛이지만 더 큰 기쁨은 ‘나눔의 맛’이었다. 각자 담근 고추장, 된장을 퍼가면서 가구당 한 바가지씩 기부를 받았다. 자발적으로 두세 바가지씩 퍼주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잘 포장해 동네 어르신들이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 먹고, 메주콩 자루를 짊어져가며 물심양면 도와준 주민센터 직원들에게도 전달했다. 공무원들과 청국장을 끓여 점심으로 나눠 먹었던 추억 덕분에 이제 주민센터는 서류 발급받는 곳이 아닌, 친근한 사랑방 같다. 얼마 전에는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부추기는 바람에 참다래 장독대 사업을 하며 겪은 이야기를 글로 옮겨 ‘주민자치 우수사례 체험수기 공모전’에 제출했는데 덜컥 은상을 수상했다. 상금으로 푸짐하게 떡을 해서 응암3동 이웃들, 특히 주민의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준 주민센터와 함께 나누고 싶다.

 

글·박영숙 서울 은평구 응암3동 새마을부녀회 회장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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