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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이들에겐 무용 병사들에겐 학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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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얼쑤!”

학생들이 동작과 장단에 맞춰 만들어내는 추임새에 저절로 흥이 돋는다. 서툴지만 그만큼 역동적이었다. 11월 26일 오후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통진중학교 나루관 다목적실에서는 한바탕 신명나는 춤사위가 펼쳐졌다. 한 학생이 실수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됐어, 좋았어. 완벽해!” 구석에서 연습하던 다른 학생은 만족한 듯 외치며 미소를 띠었다.

이들은 통진중·고교 학생으로 무용 동아리 ‘우쌤단’의 일원이다. 중2부터 고2까지 32명의 학생들이 무용이 좋아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우쌤단은 통진중에서 한국창작무용을 가르치는 예술강사 우선영(47) 씨와 아이들을 지칭한다. ‘우쌤’은 우 선생님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요즘에는 12월에 있을 교내 예술제 준비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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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사·학생 모두 신명나는 예술교육

“아이들이 색동저고리 소품이 필요하다며 연구하더니 옷에 빨간 테이프를 붙여보는 등 여러 의견을 내요. ‘선생님,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할 때도 있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자발적인 참여에 그저 흐뭇하죠.”

우 강사는 얼마 전 제자들로부터 “선생님 칠순잔치 때 요리해 드리고, 장례 때는 공연을 오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는 친자식만큼이나 가까운 아이들이다. 종종 학부모들에게서도 감사의 메시지를 받는다. 통진중은 2006년부터 무용을 정규수업의 하나로 편성했다. 1주 8시간의 무용수업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인근 통진고에 진학해서도 중·고교 선후배들이 함께하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통진고 2학년 손현욱(17) 군은 “중학생이 돼 처음 무용수업을 들었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하다 보니 큰 재미를 느껴 5년째 (무용을) 하고 있다”며 “졸업 후에 진학해도 동아리 멤버로 계속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과생인 손 군은 전교 석차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모범생이다. 손 군처럼 무용을 전공하지 않아도 동아리활동에 적극적인 학생이 대다수다.

예술과 교육이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간 협업의 결과물이다. 문체부는 2006년부터 ‘예술강사 파견 지원사업’의 하나로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무용·국악·공예 등 분야의 외부 전문강사들을 초빙하고 있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을 통해 전국 각지 학교들의 신청을 받은 다음 시·도별로 강사들을 배치한다. 때로는 각 학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강사별 교육시간을 재배분하거나 추가 지원에 나선다. 대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주기적으로 각 학교를 찾아 중간평가를 한다.

예술교육은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 통진중 김성기 담당교사(41)는 “예술교육은 이전까지 엘리트 양성용이라는 제한적인 목적만을 가졌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일선 교육현장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아이들에게 예술적 감수성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원격강좌 참여 대학 올해 99곳으로 늘어

특히 통진중·고교처럼 외곽에 위치한 도·농 복합지역의 경우 학생들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예술교육은 이를 보완하는 한편 창의력을 계발하고 자신감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예컨대 우쌤단은 지역 내 조강거리를 모티브로 창작극을 만들어 공연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게 되는 한편 지역문화 발전에도 힘이 된다.

이처럼 교육 분야에서 부처간 협업 사례가 늘고 있다. 다른 예도 있다. 국방부와 교육부가 협업한 ‘군 복무 중 원격강좌 학점이수제’다. 국방부는 육·해·공군 본부를 통해 해마다 전국 각 부대의 여건을 파악한다. 이어 교육부를 통해 일선 국·공·사립대학들에 원격강좌 개설을 요청하면 협조하는 대학들이 사이버강좌를 연다. 병사들은 영내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동영상 강의 등으로 원격학습을 하면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원격강좌 참여 대학 수도 2007년 6곳에서 올해 99곳으로 대폭 늘었을 만큼 반응이 좋다. 한 학기에 3학점, 1년이면 6학점을 딸 수 있다. 육군 50사단에는 얼마 전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이 수업 듣는다고 20만원을 부쳐달라는데, 군에서 무슨 공부를 해요? 혹시 아들이 사고 친 거 아닌가요?”

이 학부모는 전후 사정을 듣고서야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육군 50사단 김성배 중령은 “예전에는 군대 간다면 ‘몸 건강히 다녀와라’는 인사말이 끝이었는데 이제 몸 건강은 기본이고 ‘뭔가 생산적인 군 복무를 하고 오라’고 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군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중령은 “군에서는 직접적으로 교육기관과 접촉하기 어려운데 국방부와 교육부가 긴밀히 협업해 이런 애로점을 해소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글·이창균 기자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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