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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시설 현대화돼도 장터 인심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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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淸道)는 경상북도 남단 중앙에 자리한 고장으로 동쪽으로는 경주, 서쪽으로는 대구와 인접한 곳이다. 이름 그대로 ‘맑은 땅’이라는 의미의 청도는 예로부터 물 맑고, 산 맑고, 인심이 후하다 하여 삼‘ 청(三淸)의 고장’으로 불렸다.

청도는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 근대화의 초석이 된 마을 살리기 정신을 이어받은 곳이기도 하다. 새마을정신은 한마을 공동체가 더불어 잘살자는 실천운동 정신인데, 산골마을 청도에 가보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근면·자조·협동의 마을정신을 느낄 수 있다.

‘청도 우시장’ 하면 먼저 생각나는 수필이 있다.

“움머 움머 새끼를 부르는 어미 소의 길고 느릿한 여음 뒤로 음매 음매 어미 소 찾는 송아지의 여린 울음소리가 메아리 되어 울려 퍼지는 우시장의 오후, 생이별한 어미 소의 연신 껌벅거리는 그 커다란 눈망울에 맺혀 있던 그렁그렁한 눈물방울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부디 크고 맑은 눈에는 정 주지 말지어다. 가슴에다 우물 속 같은 공동(空洞)을 내어놓는 까닭에.” (곽흥렬 수필 <우시장의 오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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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청도에 마지막 남은 우시장이 있는 ‘동곡오일장’에 갔다. 1930년대 형성된 동곡오일장은 청도지역 상권의 중심지로 1960~70년대 큰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동곡오일장에 있는 우시장은 1959년에 문을 연 뒤 1998년 청도축산업협동조합으로 이관·운영됐다. 우시장은 1999년 지금의 건물로 이전해 한우와 송아지를 거래하고 있다. 우시장이 열리던 그날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2010년 전자경매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옛 풍경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애지중지 키운 송아지가 좋은 주인을 만나 잘 먹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 모 마음’만은 옛날과 다르지 않았다.

소몰이꾼들은 새벽을 가르며 송아지를 실어 나르고, 또 소를 트럭에서 끌어내리느라 안간힘을 쓴다. 새벽잠을 놓친 송아지가 트럭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곳으로 팔려간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 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정든 소 판 허전한 마음 막걸리 한 잔에 달래고

소몰이꾼에게 물어보니 송아지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미소가 밥도 안 먹고 밤낮으로 울어대서 차마 볼 수 없다고 했다.

소가 여물을 안 먹으니 인간 역시 밥숟가락 넣는 것이 힘들다.

3소몰이꾼들은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달려와 정든 송아지를 팔고 돌아간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막걸리 한 잔을 걸치고 한껏 술주정을 부린다. 그 외침은 팔리기를 기다리면서 어미소를 그리는 송아지의 울음소리보다 더 구슬프다.

동곡우시장에 다녀온 뒤로 우시장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관련 소식을 이따금 살펴보고 있다.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청도의 목장에서 자란 송아지라 그런지 경매가격이 다른 지역 송아지보다 월등하게 높다. 깨끗한 자연만큼 인간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는가 보다.

영화 <워낭소리>에는 달구지를 끄는 소와 지게에 나무를 짊어지고 터덜터덜 걷는 노인의 모습이 나온다. 불교의 선종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는 기회만 있으면 도망치려 하니 소를 찾았으면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탐욕·분노·어리석음이라는 삼독(三毒)을 소를 찾는 과정에서 깨달으며, 소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인간 내면 성찰의 결실이 나온다.

마지막 초월경지는 아공법공(我空法空)으로 들어가서 소가 사라진 뒤에는 자기자신도 잊어야 한다는 경지다. 소몰이꾼들에게서 우리는 인생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소야말로 인간과 가장 가까이서 살아가고 있으며, 가장 잘 소통하는 동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글·최순육(서울신학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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