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섬이 좋아서였다. 섬에서 나고 자라 등대에서 생활한 지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것은 그저 섬이 좋아서였다. 내 고향은 전남 신안군의 섬 가운데 하나인 도초도다. 도초도 인근 비금면의 칠발도 항로표지소(등대)에서 처음 항로표지원 생활을 시작했다. 흑산면의 가거도항로표지소로 온 것이 올 1월, 그 이전까지 홍도에서 근무했다.
가거도는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해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다. 가거도항로표지소에 있는 등대는 1907년 12월 만들어져 흔히들 ‘백년등대’라고 부른다.
그동안 다녀본 섬 가운데 어느 섬이 더 아름다운가 하고 묻는다면, 모든 섬이 다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홍도등대는 연간 1만2천명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되고 있으며, 가거도등대 역시 육로로, 또는 등대 아래 접안시설에 배가 도착할 때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그러다 보니 3명의 근무자가 1일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하며 항로표지 관련 업무를 하고, 시설관리 하랴, 관광안내까지 하랴 분주하다. 관광객이 오지 않을 때에도 잡무에 은근히 바쁘다. 그렇지만 가거도등대를 찾아온 분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이며 등대의 역할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돌아갈 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우리를 격려해주시며 돌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
가거도에서 근무하면서 무엇보다 집안이나 친구의 애경사(哀慶事)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애사의 경우 설사 내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기상이 허락하지 않으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인터넷과 TV로 접하니 외로움과 격리감은 과거보다 덜하다. 휴일 없이 교대로 3주를 근무하다 일주일 휴가를 받게 되면 목포로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 나처럼 섬을 좋아한 아내는 신혼 초 나와 함께 등대 생활을 했으나 아이들 교육 때문에 목포로 나가 살고 있다.
가거도에는 200가구 500여 주민이 산다.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젊은이는 소수에 불과하고 나이 든 어르신들만 계신다. 마을 어르신들은 태풍에 피해를 보거나 다른 애로사항들이 있을 때 우리의 도움을 받고, 우리도 대민 봉사차 주민들을 도와주고 있다.
이렇듯 가거도의 작은 항로표지소도 등대의 불빛을 밝히는 업무 외에 많은 일들이 있다. 어쩌면 항로표지관리소장의 역할은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의 역할과 비슷한 게 아닐까. 배들이 어두운 밤바다를 헤쳐나가도록 인도해주는 등대의 불빛을 밝히고, 그 불빛을 지키는 것이 항로표지관리소장의 역할이라면, 그렇게 국민이 나아갈 길을 밝히고 안전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등대의 불빛이 안전한 항해를 인도하듯, 대통령의 바른 인도가 우리나라를 안전하고 바르게 이끌어서 지금보다 살기 좋은 나라, 국민이 행복해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글·김세훈 목포지방해양항만청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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