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예전에는 독이 비쌌어요. 그래서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독이 깨지면 이렇게 꿰매 썼습니다.”
옷이나 양말도 아니고, 흙으로 만든 독(항아리)을 꿰매 쓰다니.
충남 당진시의 ‘신평양조장’ 2대주 김용세(71) 대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양조장 안 마당가에 서 있는 오래된 독들 가운데 몇몇이 철심으로 꿰매고 흙으로 틈을 메운 독이다.
당진의 간척지 쌀로 빚은 ‘하얀연꽃 백련맑은술’로 유명한 신평 양조장은 막걸리 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다. 발효 과정에 하얀연꽃의 줄기잎을 말려 넣어 부드러운 맛이 밴 백련맑은술은 2012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살균탁주 부문 대상, 2013년 영국주류품평회(IWSC) 동메달 수상 등으로 유명하다.

1933년부터 변함없이 그대로 당진시 신평면 중심가에 자리 잡아온 신평양조장의 청색기와지붕 제조시설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독에서 발효되는 막걸리 향이 코 안으로 들어온다. 제조시설을 지나 안마당으로 들어가면 꿰맨 독을 비롯한 거대한 독의 행렬과 고택이 눈에 들어온다. 고택에 전시되어 있는 옛날 양조 도구와 고도서, 각종 상장과 증명서 등은 막걸리를 중심으로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시대 변천, 지역사회에서의 양조장의 위상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과 한층 가까워진 당진시는 근대 역사와 문화의 색채가 짙게 남은 고장이다. 지난해부터 신평 양조장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운영돼 당진을 찾는 이들이 향유할 지역의 근대문화 향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주산업이 국내 농산물 수요 확대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난해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시작해 신평양조장과 단양8경과 이어지는 대강양조장(충북 단양)을 지정했다.
국내 농산물 수요 확대·지역 일자리 창출 기여
신평양조장은 마침 김용세 대표의 아들인 김동교(40) 씨가 2009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대표를 맡아 양조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참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3대주로 가업을 이은 김 부대표는 막걸리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기존의 페트병보다 원가가 비싼 유리병 용기를 도입했다. 화가인 어머니와 누나의 도움으로 라벨 등의 디자인을 바꿨으며, 막걸리가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서울 강남에 막걸리 전문식당 2개를 열었다.
지난해 신평양조장이 전통성과 역사성을 겸비한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게 되자 김 부대표는 양조장 외관을 체험장에 걸맞게 정비하고, 일본의 청주(사케) 양조장들을 방문해 체험장 운영을 위한 노하우를 배워오기도 했다.
김 부대표는 “이전에도 간간이 전통주 제조법을 배우러 오는 분들이나 막걸리 마니아의 방문이 있기는 했으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알려지면서 체험객들이 크게 늘어 이전에는 거의 없던 외국인 관광객 300~400명이 신평양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고두밥을 쪄서 식힌 다음 누룩을 빚고 술을 담그는 반나절 코스의 본격 막걸리 제조체험, 또는 걸쭉한 막걸리 원주를 직접 짜보고 비교 시음을 할 수 있다. 또한 굳이 막걸리를 즐기는 이가 아니더라도 최대 500킬로그램의 고두밥을 쪄내는 거대한 찜솥과 막걸리 발효과정, 역사가 깃든 고택을 둘러보는 단순 관광도 가능하다. 8월이면 신평양조장 바로 옆에 체험관이 완공된다. 김 부대표는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갖춰 보다 체계적으로 체험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80년 된 제조장 건물과 고택 앞의 좁은 안마당에서 체험행사를 하다 보니 늘어나는 체험 신청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농식품부는 신평양조장과 대강양조장 방문객(일반 방문객 포함)이 2012년 4만3,800명에서 2013년 4만5,940명으로 5퍼센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7월 13일 총 8곳의 ‘찾아가는 양조장’을 추가 선정했다. 오는 2017년까지 총 3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8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며 막걸리의 전통을 이어온 신평양조장, 새로운 사고와 시도를 접목해 전통주 양조장들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며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양조장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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