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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흔에 시작한 자원봉사 인생의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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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연수(90) 어르신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집에서 맨손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맨손체조 후에는 집 근처 공터를 걷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 온 운동이지만 요즘에는 운동시간을 더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식단도 조절한다. 과식하지 않고 콩 위주의 건강식단으로 식사를 한다. 여름철인 요즘에는 음식 먹을 때 더욱 조심해서 먹는다. 그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최근 들어서는 건강관리에 한층 신경 쓰고 있다. 바로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일본어통역전문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 30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자원봉사자로 최종 선발됐다. 1만3,500여 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최고령자다. 그를 포함해 일본어통역전문 자원봉사자는 10여 명이다. 이번 대회에서 인천 구월동 아시아드선수촌에 배치됐다. 경기 시작은 9월 19일부터이지만 선수들은 대회기간보다 먼저 입촌하고 늦게 퇴촌하기 때문에 그는 9월 5일부터 10월 7일까지 33일간 활동해야 한다. 그가 사는 부평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에 건강을 더욱 생각할 수밖에 없다.

주최측에서도 그의 나이를 고려해 일정이나 시간을 조정해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남들과 똑같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내 몸이 건강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신청한 건데 나이 때문에 특별한 배려를 받는다면 그것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당당히 면접을 보고 합격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버스 두세 정거장은 걷고 하는 게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관리에 이어 일본어 공부에도 한창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인천 간석동에 위치한 인천노인문화회관에서 일본어 원어민 회화수업을 듣는다. 이곳에서도 최고 연장자이지만 30명 남짓한 학생들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

이 어르신이 일본어를 접한 것은 일제 치하 보통학교 시절부터다. 1924년 4월생인 그는 보통학교와 경성공립중학교에서 일본어 교육을 받았다. 이후 일본회사 취업과 사업을 위해 일본 관련 서적 등을 읽기는 했지만 생업에 집중하면서 손을 놓았다.

십수 년이 흘러 사회에서 은퇴한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언어를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영어와 중국어에도 도전했지만 늦은 나이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입에 익었던 일본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2010년 다시 일본어 책을 손에 들었다.

체력 키우려 매일 체조와 걷기연습

이연수 어르신은 “인천에 있는 노인복지관에서는 수업이 초급 수준이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인천노인문화회관에 일본 원어민 교사가 가르치는 회화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3년 전부터 이곳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자원봉사자로 지원하게 된 것도 일본어에 자신이 있고 내가 봉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1차 서류합격 이후 2차 면접시험에서 일본인 면접관은 “자원봉사 경험이 있느냐”, “스포츠에 대해 잘 아느냐” 등을 물었다고 한다. 열정과 회화능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원봉사 경험도 없고 스포츠도 잘 모르는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길래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는 그다.

여기에 젊은 학생들 위주로 선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난 떨어졌구나” 했는데 합격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그는 “합격 후에 무엇보다 내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장 기분 좋았다”며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회봉사여서 뜻깊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걱정도 다소 되긴 하지만 기대가 많고 너무 즐겁다”고 덧붙였다.

의욕이 넘치는 그에게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고 한다. 술은 입에 한잔도 못 대지만 하루에 반 갑을 피울 정도로 애연가다.

외국인에게 통역을 해 주다 혹시 담배 냄새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그는 “담배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면서 “외국인들에게 담배 냄새로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대회기간에는 담배를 줄일까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기간이 끝나더라도 건강만 유지된다면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이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열정이 있고 해 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김성희 / 사진·김현동 기자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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