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홍명보(45)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뒤 고개를 떨궜던 홍 감독이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7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월드컵 부진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며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 감독이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뒤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달라고 홍 감독을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이 최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면담한 뒤 마음을 바꿨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은 홍감독의 유임을 지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7월 1~2일 전국의 성인 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2퍼센트가 “감독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31퍼센트, 기타는 17퍼센트였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이뤘던 한국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소 16강, 내심 8강까지 노렸다.
하지만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에 무승(無勝)으로 조별리그에서 고배를 들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던 지난해 6월, 당시 한국축구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기성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파문과 경기력 논란 등으로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월드컵을 치를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가 홍 감독이었다. A대표팀을 맡기에는 나이나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홍 감독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 월드컵 경력, 리더십 등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허정무 “준비기간 1년뿐… 축구협회 책임이 더 크다”
그렇지만 16강 탈락 이후 여론은 싸늘했다. 인터넷 등에서는 ‘의리축구’, ‘고집축구’ 등 홍 감독을 질타하는 말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몇몇 전문가들은 매스컴에 출연해서 조목조목 홍 감독의 실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던 게 사실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원조 레전드’인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홍명보 감독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홍 감독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차 위원은 조별리그 동안에는 홍명보호의 경기력을 날카롭게 지적했지만 탈락 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되레 후배를 감싸고 나섰다. 허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협회집행부에서 논의한 바로는 홍 감독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기간이 부족했다. 준비 기간 1년을 부여한 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된다. 한류스타 못지않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자리에 오르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홍 감독 이전 역대 대표팀 감독은 총 65명이었고, 그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채 1년도 안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에 일조했던 핌 베어벡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직후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가 이듬해 7월 사표를 던졌다. 2004년 6월 지휘봉을 잡았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독일 월드컵 예선전 부진 탓에 1년여 만에 사퇴해야 했다. 이전 2003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표팀을 맡았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에 이어 월드컵 예선 기간 사령탑 두 명이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차범근 “홍 감독은 소중한 자산”… 언론에 휘둘리지 말아야
국내 지도자들이라고 수난을 피하지는 못했다. 1997년 1월 지휘봉을 잡은 차범근 감독은 1998년 6월 프랑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면서 대회 기간에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 1983년 세계청소년대회 4강 신화를 이뤘던 박종환 전 감독은 1995년 4월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했으나 6월 코리아컵 준결승에서 약체 잠비아에 2-3으로 패한 뒤 물러났다.
역대 사령탑 가운데 ‘장수 만세’를 부른 사람은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궜던 허정무 현 협회 부회장이다. 2007년 12월 지휘봉을 잡은 허 부회장은 2010년 6월까지 2년 6개월 임기를 다 채운 뒤 명예롭게 물러났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 1개월간의 재임 기간을 더하면 총 4년 7개월이다.
한국에서는 허 부회장이 단연 으뜸이지만 외국의 명장들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그리스 대표팀을 11년간이나 맡았고, 요아힘 뢰브 감독(독일)과 오스타 타바레즈 감독(우루과이)은 2006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글·최경호 기자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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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