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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사람 중심 문화’가 인적재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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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3일 새벽 5시 6분, 승객 7명과 승무원 21명을 싣고 일본 도쿄에서 가고시마로 운항하던 여객선 아리아케호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왼쪽 선미(船尾)가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하고 있었다.

선장은 재빨리 승무원 21명에게 역할을 분담시켰다. 구조당국인 해상보안청에 구조 요청을 보내는 동시에 국제 초단파 무선송신장치인 ‘VHF 통신기’를 통해 조난 신호를 보냈다. 사고 발생부터 구조 요청까지 16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28명 전원이 구조됐다.

평소 투철한 안전의식 함양과 끊임없는 반복 훈련의 결과였다.

같은 해 1월 15일 오후 3시 26분,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US 에어웨이 1549 여객기가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지 1분 만에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자칫 대형 추락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기장의 기지로 전원 무사했다. 기장은 관제탑에 연락을 취한 뒤 허드슨강 비상착륙을 감행했다. 추락 후 3분 만에 탑승자 모두 무사히 여객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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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미국의 이야기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모범적인 구조 사례로 기록됐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전원 생존이라는 기적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전 선진국’을 마냥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이들 국가로서도 수많은 사고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얻어낸 성과다.

자연재해는 말 그대로 자연현상인 만큼 대비는 할 수 있지만 원천적으로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화재·교통사고·해양사고 등 인적재난은 사전에 대비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고,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사건·사고로 1년에 약 3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하루 평균 88명, 시간당 3명꼴이다. 43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15명은 교통사고로 숨지며 4명은 산업재해로 생명을 잃고 있다.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등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건수는 연간 1천만건이 넘고 여기에 드는 직접비용만도 27조5천억원에 이른다. 산업현장의 재해, 교통사고, 가정 내 안전사고 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안전사회의 척도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국민 체감안전도 29.8퍼센트로 낙제점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각종 사고와 그에 따른 인명·재산피해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3년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년 대비 6.5퍼센트 감소했고 풍수해·대설 재산피해는 지난 10년 평균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3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는 전체 사망 중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 비율이 12.4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높은 편에 속한다. 독일 마니치그룹 연구소가 전 세계 대도시를 대상으로 자연재해 위험을 평가한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은 1천점 만점에 15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일본 도쿄는 710점으로 평가됐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안전체감도는 지난해 기준 29.8퍼센트로 낙제점 수준이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4년간 144만여 건의 인적재난 사고가 발생했다. 국립재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13년까지 50년 동안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총 276건에 이른다.

대형 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재난안전관리체계가 취약한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의 안전관리시스템의 기초가 약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표면적으로는 자연재해처럼 비치는 것도 사실은 대부분 인재이거나 인적재난요소가 더해지는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는 “우리나라는 매우 역동적으로 사는 나라다. 역동성이란 곧 불안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그동안 불안전성 같은 것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이어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많은 국민이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인적재난을 줄이고, 또 재발을 막으려면 사람과 자연이 중심이 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며 “또한 민방위훈련 같은 것도 안전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활훈련이 돼야 한다. 앞으로는 전국 226개 시·군·구 중심, 즉 현장 중심의 재난관리체계가 확립돼야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최경호 기자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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