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직장인의 교과서’, ‘국민 웹툰’,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직장인들의 미생의 삶’, ‘근래에 우리가 만난 가장 생생하고 구체적인 노동의 풍경’….
웹툰 <미생>에 대한 후기다. 조회 수 10억 뷰 돌파. ‘2012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 선정,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만화상’ 수상. 전 9권으로 세트화된 단행본은 판매부수 60만부를 넘었다.
<미생>은 영화로,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시장에 날개를 달았다. 윤태호(45) 작가는 이러한 공로로 이번 ‘착한 저작권 굿ⓒ’ 캠페인에 가수 유열과 함께 공동위원장으로 위촉됐다. 4월 21일 경기 성남의 개인 화실에서 그를 만났다.
윤 작가는 최근의 인기에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다. “제 복이 아닙니다. 처음에 워낙 큰 고민과 두려움으로 시작했거든요. 히트는 바라지도 않았고, 욕만 먹지 말아야지 했는데 (작품이) 이렇게 잘될 줄 몰랐어요. 이 자리(공동위원장)도 과분하고요.”

중학생 때부터 만화의 길 고집한 26년 만화쟁이
26년 만화쟁이. 윤 작가는 중학생 때부터 만화의 길만 고집한 사람이다. 1993년 데뷔해 <혼자 자는 남편> <연씨별곡> <춘향별곡>을 거쳐 사회고발 성격의 <야후>로 만화출판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7년 웹툰 <이끼>를 연재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0년 영화로도 제작되면서 저력을 보였다. 이를 뛰어넘은 것이 2012년 1월부터 8월까지 웹툰으로 연재된 <미생>이다.
<미생>은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프로 기사를 꿈꾸다 입단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사회 초년병의 고충, 동료와의 관계, 직장인의 희로애락이 바둑의 한 수 한 수에 비유되며 현실감 있게 그려졌다.
‘누구에게나 바둑이 있다.’ 작품 속 명언 중 하나로 꼽힌다. 윤작가는 직장생활을 바둑에 비유한 것을 “우리 삶이 작은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판 안에서 이런저런 선택으로 ‘지지고 볶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미생>이 전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 ‘존재감’이 아닐까 싶어요. ‘넥타이 부대’로만 묘사되던 상사맨들. 순간마다 열심히 했음에도 가장 소외된 계층이기도 했던 사람들. 자신이 속한 일과 조직의 투사를 통해 증명받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다 “우리 회사 얘기죠?”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특히 중장년층 직장인에게는 향수가 되기도 했다. 아이디 ‘슈퍼맨’은 ‘50대인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그리워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현장은 항상 아름답지는 않지만 돌이켜보니 그곳에서의 꿈과 좌절, 땀과 탄식 등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는 댓글을 남겼다.
40대 중반인 윤 작가가 감정을 많이 이입한 캐릭터도 ‘오차장’이다. 주인공 ‘장그래’의 좋은 멘토가 되기도 하는 그는 충혈된 빨간 눈을 하고 원칙적인 절차를 중시하는 공정한 인물이다. 전형적인 가장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오차장이 가족들과 3년 만에 제주도에 내려가는 장면에서 ‘고독해졌다’고 표현했는데요, 제가 딱 그렇게 느꼈어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20대에 취재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미생>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활용되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영화가 개봉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케이블 드라마로도 방영할 예정이다. 윤 작가는 포털의 덕을 봤다고 말했다. “하루 생활이 포털에서 시작해서 거기서 끝나지요. 카페, 블로그, 댓글도 쓰고, 음악도 듣고, 만화도 보고. 모든 콘텐츠가 다 그 안에 있어요. 독자층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진 이유입니다.”
과거의 출판만화와 달리 웹툰은 중요한 ‘홍보 브로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작가의 웹툰 무료 연재를 통해 영화, 드라마, 광고업계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마련해요. 작품의 ‘상품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독자들의 댓글이고요.”
“문화한류는 콘텐츠 싸움… 세계관 싸움이 시작됐어요”
웹툰은 연재 때는 무료였다가 완료된 이후 유료화된다(작가 재량이기도 하다). <미생>은 온라인에서 회당 1,500원 정도로 볼 수 있고, 단행본은 권당 1만원이 조금 안 된다. “어휴~ 얼마나 욕을 먹었던지, 하하. 정말 많은 분들이 비난했어요. 아직 저작권이 인정되기엔 낯선 문화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한톤 높아졌다. “작가가 특정 회사의 소속처럼 돈만 받는 구조는 시장이라 볼 수 없어요. 지속적인 창작활동이 있으려면 시장의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작가, 출판사,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문화한류를 위한 과제를 물었다. 윤 작가는 ‘콘텐츠’ 싸움이라고 했다. “보편적인 인간 정서를 다루는 소재여야 합니다. 국적·인종·성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이야기를 해야 해요. 세계관 싸움이 시작됐거든요.”
현재 정전 60주년을 기념한 현대사 만화 <인천상륙작전>을 온·오프라인에서 연재 중이며, <신안 앞바다 도굴꾼 이야기>(가제)가 차기작으로 곧 시작된다. <미생> 시즌 2는 하반기에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의 덥수룩한 콧수염이 즐거운 기대감으로 씰룩였다.
글·박지현 기자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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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