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시!끌!벅!적! 마을축제~ 두근두근 설레여어요~ 재미있는 전!통!놀!이! 맛있는 음식이 가득해요~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 몰라요오오~!”
아이들이 참새 같은 입을 크게 벌리며 목청이 떨어져라 노래를 불렀다. 성남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 6단지 꿈너비도서관. 음악극 놀이프로그램 ‘동화 송(song)으로’에 참여한 아이들의 목소리다. 낯선 동요의 출처는 다름 아닌 어린이들로, 허밍으로 작곡하고 가사를 붙여 만든 자작곡이다. “선생님, 여기 이 부분 율동은 이거 아니에요?” 윤지성(6) 군은 양손을 번쩍 들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반짝반짝 시늉을 흉내내며 말했다. 옆에 앉은 주부 방태옥(37) 씨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곡인데다 안무도 짜서 더 전문가예요”라고 귀띔해 줬다.
아이와 엄마들은 9월 27일 토요일에 열린 ‘행복 봇들마을축제’의 공연 연습에 들뜬 모습이었다. 이 행사는 1년에 한번 봇들마을 6단지 주민 2천여 명이 참석하는 큰 축제다.
‘봇들마을 6단지 꿈너비공동체(이하 봇들마을공동체)’는 3년 전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문화마을공동체다.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은 현재 전국 31개 마을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도 마땅치 않고 육아정보도 없는 엄마들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지요.” 6단지 봇들마을 공동체가 빠르게 결성된 건 무엇보다 입주자들의 적응문제 때문이었다. 2012년 분양 당시 총 9개 단지의 아파트 중 5단지와 6단지만이 국민임대아파트였다. 6단지 1,297세대에 거주하는 5천여 명 중 아이만 1,500명.
신혼부부와 다자녀 세대 우선순위 분양으로 유독 다둥이 집들이 많았다. 다자녀 세대들은 육아에 대한 정보 부족과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삼평동은 판교신도시로 뛰어난 거주환경을 자랑하지만 오랜 이웃이 없어 모든 주민이 환경에 낯설어했다. 안양에서 온 방태옥 씨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이 동네에서 어떻게 적응해 갈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공동의 고민을 갖게 된 6단지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영숙(46) 씨는 봇들마을공동체 초기 멤버이자 ‘마을 리더’로 불린다. 그는 “친구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해 ‘함께 놀 공간’으로 마을 커뮤니티 장소를 만들게 됐다”고 말하며 꿈너비도서관을 가리켰다. 이 도서관도 관리사무소 2층에 있던 유휴시설이었다. 지 씨는 ‘봇들 6단지 사랑방’이라는 온라인 카페도 운영하며 단지 주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방태옥 씨도 놀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엄마들을 불러모으는 등 공동체 만들기에 힘썼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갔다.
판교신도시 아파트촌 “3년간 갈등 한번도 없어요”
봇들마을의 화두는 음악이었다. 가장 먼저 빛을 발한 모임은 ‘마을 중창단’. 올해 성남시에서 후원한 8·15광복절 기념 통일합창대회에서 대상(통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즘은 일정이 너무 많아 연예인만큼이나 바쁘다고 혀를 내둘렀다. 합창단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어린이 모임인 ‘어린이 합창단’, ‘동화 송(song)으로’, 어르신들이 사물놀이를 하는 풍‘ 물단’ 등 세대별 음악동아리가 만들어졌다.
마을공동체의 특징 중 하나는 주민이 주체가 된다는 것.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마을 선생님과 학생들은 모두 6단지 주민들이다. ‘마을 디자이너’ ‘마을 강사’ 등으로 불리며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고 교육한다. 또 1년에 4번 발간하는 <봇들신문>의 기자단은 주민들의 자녀들인 초등학생 12명이다. 신세대 ‘자급자족’ 형태로 마을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의 화합은 놀라울 정도다. 지영숙 씨는 “3년간 신기하게도 단 한번의 갈등도 없었다”고 자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은 참여에 더욱 적극적이다. 주말에 진행하는 놀이·목공·요리·미술 등 가족 단위의 예술문화프로그램 참여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역사 체험 등을 위한 가족 기행이나 캠핑을 갈 때는 아빠들이 서로 솔선수범해 봉사할 정도다.
지 씨는 “봇들마을공동체가 아니었다면 우리 아파트도 조용하고 무미건조한 아파트 단지였을 것”이라며 “이젠 친자매만큼이나 가까운 이웃도 생기고 내 아이에게는 형제가 생겨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사회협동조합 문화공동체 ‘숨’의 본부장인 황정주(44) 씨도 사업 초기부터 이 변화를 지켜온 소감이 남달랐다. 그는 “삭막한 도시에서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감동적인 변화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있는 행사를 많이 하는 마을로 판교에서도 소문이 났는데, 앞으로 봇들마을을 비롯한 신도시 아파트들 사이의 모든 벽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비쳤다.
발길을 돌려 단지 밖으로 나오자 아이들의 노래가사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연습 소리가 도서관 저 멀리까지 들려왔다.
글·박지현 기자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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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