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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다른 문화’를 무기로 새 일자리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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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오후 3시 인하대병원 진료실. 러시아에서 온 환자 2명이 종합검진 결과에 대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인 아브라 크마노바 스베틀라나(37)씨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앉아 있었다. 의사의 설명을 환자에게 알기 쉽게 전하고, 환자의 궁금증을 다시 의사에게 이야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진료가 끝나자 스베틀라나씨는 진료 시간에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스베틀라나씨의 설명에 환자들은 만족스러워했다.

스베틀라나씨는 2011년 6월부터 인하대병원에서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의 주 고객은 그와 언어·문화가 같은 러시아 환자가 대부분이다. 러시아 의료 관광객이 한국에 오기 전 의뢰서를 받고, 공항으로 직접 마중을 나가며 숙소까지 챙겨준다. 병원에선 의사의 설명을 통역하고 진료·검사에 대해 상세히 전달해 준다. 주변 관광지와 장 볼 곳 등 세세한 부분을 돌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월 10여 명 남짓하던 환자 수는 어느새 100여 명으로 늘었다. 그를 통해 인하대병원을 찾았던 환자들이 입소문을 내준 덕분이다. “처음에는 혼자 한국을 찾았던 환자들도 다음에 올 땐 가족들을 함께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뿌듯하죠.” 환자를 많이 유치한 덕분에 인하대병원에서 매달 한 명에게 주는 ‘친절직원’ 상도 받았다.

승진도 빨라 같은 코디네이터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직급이다. 1명이었던 러시아 의료관광 코디네이터가 1명 더 늘었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서 그가 가진 장점은 환자의 심정을 잘 헤아리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여성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낯선 나라에 처음 왔을 때의 두려움을 잘 알거든요. 건강한 사람도 그런데 환자들은 오죽 불안할까 싶어요.” 스베틀라나씨는 2002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 달 동안 외출도 못했다. 그는 “문화도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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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교육과정 거쳐 자격시험 합격한 뒤 취업

같은 문화권 출신 환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것도 스베틀라나씨의 경쟁력이다.

“러시아에서 온 할머니와 손자가 40일 넘게 병원에 머무른 적이 있었어요. 한국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죠. 서울 동대문 쪽에 있는 한 러시아 식당에서 음식을 사다줬더니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진료를 받을 때도 러시아 병원과 한국 병원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알려준다. 그러면 주저하던 환자들도 마음을 열고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취업하기 전엔 우울증을 앓았을 만큼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던 그는 한국에 와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죠. 다시 의사 일을 하자니 비용과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일자리를 계속 찾으면서 취업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9년 스베틀라나씨는 한국관광공사의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교육과정에 등록하는 기회를 얻었다.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서 일하고 싶었고, 산부인과 의사였기에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란 일자리를 처음 알게 되자마자 기회라고 느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수개월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꼼꼼히 배워 최우등생으로 졸업했다. 그 후 기회를 얻어 인하대병원의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 이외에도 서울 서부여성발전센터, 각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성공적으로 일하는 비결에 대해 스베틀라나씨는 ‘동료’를 가장 먼저 꼽았다. “일이 어렵고 문화가 달라 힘들 때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거든요. 늘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일하며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병원을 찾은 후 행복해 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볼 때다. “한 60대 남자 환자가 러시아에서 식도암 판정을 받고 병원을 찾아온 적이 있어요. 검사 후 오진이었다는 것을 알고 부인에게 전화해 정말 기뻐했죠. 그때 제 역할에 대해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문화 여성들에게 당당히 취업에 도전하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외국인이라는 점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있게 직장을 다니는 엄마의 모습이 자랑스럽거든요.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그 노력을 인정받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글·남형도 기자 / 사진·이원근 객원기자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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