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핀란드의 높은 학업성취도는 학생 개개인의 인권과 개성을 철저히 존중하고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교실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핀란드 교실에서는 수업 시간에 뜨개질을 하거나 다른 학교 남학생이 여자친구 학교에 찾아와 수업 시간에 연애 행각을 벌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 같으면 깜짝 놀랄 일이겠지만 교실에서 그런 풍경이 벌어져도 교사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이런 교실을 바라보는 핀란드 교사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깜짝 놀랐겠지만 차라리 이게 나아요. 남학생은 수업을 듣지는 않지만 적어도 학교에는 나오잖아요. 여학생은 대충이라도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요. 그러다가 마음을 잡으면 달라지겠죠.”
자칫 교사가 학생을 방치하거나 방관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장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몇 해 전부터 학생인권조례 관련 논쟁으로 뜨거웠다. 학생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들의 방만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부딪쳤다. 찬반 여부를 떠나 우리가 핀란드에서 배운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학생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난 다음에 질서를 요구해야 앞뒤가 맞는다. 최대한 존중하면 최대한 요구할 수 있다는 어떤 교육학자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자발적인 공부가 가능해지려면 ‘우열’과 ‘다름’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열을 자꾸 따지면 자발성이 죽는다. 그러나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대부분 자발성이 살아난다.
지나치게 우열을 나누는 우리의 교육 현실과 비교할 때 우열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철저하게 학생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접근하는 핀란드 교실의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핀란드 교실에선 학생들 개개인의 학업 진도가 모두 다르다.
똑같은 것을 배우는 데 두세 배의 시간이 걸리는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속도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반복시켜서 외우게 하기보다는 학생의 의욕을 중시한다.

국내 전문가들 핀란드 교육과 직접 비교에 거부감 보여
우리나라는 학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준별 수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핀란드 교실은 이미 오래 전 수준별 수업을 폐지했다. 수준별 수업은 차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신 획일적인 진도와 평가에서 벗어났고 교사별·개인별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등수를 매기기 위한 시험이 아닌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지원하기 위한 평가로 바꿨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무리한 사교육에 매달리고 결국 공부에 지쳐 다시 사교육이 없으면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즐비한 우리 현실에서 정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 속도를 보장받는다면 분명 학생들의 성취도 또한 달라지지 않겠는가. 핀란드 교실은 ‘수업은 선생님이, 자습은 학생이 책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 있다. 교실에서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자신에게 맞는 교재를 선택해 문제를 푼다. 풀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교사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고 교사는 학생의 진도를 파악하고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도 수업 시간의 일부를 할애해서 수업 내용을 바로 복습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방과 후 수업을 새로운 진도를 나가기 위한 수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충실한 학교 수업을 위해 예습과 복습을 도와주는 시간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핀란드 교육을 직접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핀란드에선 거의 모든 권한이 일선 학교에 위임돼 있고, 관리나 감시에 소요되던 불필요한 인력을 없앤 덕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일 수 있었다. 아이의 능력에 맞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커리큘럼과 교재를 짜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뒤떨어졌다든지 특수하다든지 하는 부정적인 편견을 갖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교육과 핀란드 교육을 비교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는 신경질적인 반응도 자주 접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우리의 교육을 그저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어떤 제도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핀란드 교실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고 더 이상 탓하지 말자.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없다. 기성세대의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핀란드 교실은 우리나라 교육이 무엇을 반성해야 할지, 무엇을 본받으면 좋을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박재원(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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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