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06~07년 약 10개월 동안 북미지역을 자동차로 여행한 적이 있다. 이때 도시의 형성과 발전에 대해 경험적으로 느낀 바가 있다. 50킬로미터 안팎, 즉 자동차로 대략 한 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도시들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발전해 나간다는 점이다. 반면 100킬로미터 이상, 즉 차로 1시간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위치한 두 지역은 별개의 광역생활권을 형성할 확률이 크다.
미국 중동부 지역의 경우 피츠버그(펜실베이니아)·클리블랜드·콜럼버스·신시내티(오하이오)·루이빌(켄터키)·내슈빌(테네시) 등이 대표적이다. 독립적인 광역권으로 발전한 이들 도시는 나열한 순서대로 인접해 있다. 하지만 근거리에 붙어 있지 않고 차량으로 이동할 때 최소한 1시간30분 이상 걸린다. 이는 미국 동부지역도 마찬가지여서 뉴욕·필라델피아·워싱턴 등은 미국 동해안을 따라 연이어 있음에도 별개의 광역도시권을 형성한다.
현대적 도시가 뒤늦게 형성된 한국의 모습도 비슷하다.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 등 광역도시 사이의 거리는 자동차로 1시간30분 이상 걸린다. 반면 다른 광역도시인 인천과 광역도시 급인 수원·성남은 서울과 하나의 생활권을 이룬다.
미국은 대륙국가인 반면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그다지 넓지 않다. 이런 차이에도 두 나라의 도시 형성 과정과 발전 양상이 닮은 이유는 무엇일까? 선뜻 짚이는 대목은 주거지에서 직장까지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다. 보통 하루 8시간을 근무하고 7~8시간 잠을 잔다고 가정할 때 출퇴근에 3시간 이상 쏟아부으면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세종시의 탄생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도시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리적 측면에서 세종시의 입지조건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남동쪽으로 대전과 북동쪽으로 청주를 잇는 중심에 위치한다. 대전과 청주는 최근 십 수년 동안 우리나라 대도시들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도시로 꼽힌다.


대전의 인구는 155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청원군과 통합을 앞둔 청주는 80만 명이 넘는다. 이들 두 도시에 현재 10만 명 가량이 거주하는 세종의 인구를 합치면 세종과 이를 중심으로 한 주변 권역은 그 규모가 250만 명 남짓인 대구와 맞먹는다.
교통과 수송을 기준으로 한 지리적 여건에서도 청주-세종-대전권역은 대구와 크게 차이가 없다. 대구의 동구청과 대구 달성군청 사이의 거리는 약 30킬로미터다. 북쪽인 청주시청에서 남쪽인 대전시청까지가 40킬로미터이니 중간에 끼어있는 세종시가 연계되면 이들 3개 도시가 하나의 생활권역으로 지금보다 더 밀착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을 가운데 두고 북서쪽의 일산 동구청과 남동쪽의 분당구청이 서로 50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전-세종-청주가 하나의 광역생활권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행정구역 차원에서 세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특별자치시다. 세종으로 이전한 중앙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세종을 특별한 위상을 가진 도시로 만든다.
세종은 당장 인구규모에서는 대전이나 청주에 비할 수 없이 적다. 그러나 청주-세종-대전을 잇는 광역생활권의 중심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은 잠재조건을 갖췄다. 인적구성에서도 서울에 버금가는 다양한 색채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과 청주 역시 비교적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을 끌어모아 성장했다. 이런 점에서 세종은 서울의 축소판이 될 확률이 크다.
대전이나 청주보다 인적 구성은 한층 다양하되 서울에 버금가는 도시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여건이 완벽한 도시는 없다. 그러나 좁게는 청주-세종-대전을 하나로 묶는 광역생활권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으로서 세종만한 입지 여건을 가진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종은 장차 서울과 부산에 이어 우리나라 3대 광역도시권에 진입할 잠재력이 가장 풍부한 곳이다. 도시는 어떤 면에서 생물과 같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한다. 50년 후 혹은 100년 후 대한민국은 또 다른 행정중심도시를 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 앞서 대전-세종-청주가 하나의 단일생활권으로 자생력을 확보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광역도시로 거듭나는 것도 가능하다. 만일 그런 시대가 온다면 후세들은 행정중심도시인 세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하지 않을까?
글과 사진·김창엽(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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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