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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인의 사랑, 이웃에 돌려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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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예요? 맛있어요! 더 주세요!”

지난 연말 점심시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있는 ‘카티풀 레스토랑’은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이 음식점의 주인인 네팔인 가네쉬 리잘 씨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주축인 ‘지구촌합창단’을 점심에 초대한 날이다. 이 합창단은 안산시가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내국인 아이들이 잘 화합하도록 돕자는 취지로 만든 것으로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이들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 리잘 씨가 아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 것이다.

전체 단원 60명인 합창단원 절반 이상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지만, 아무래도 네팔 음식은 신기한 눈치다. 식사를 하면서도 리잘 씨에게 질문세례가 이어진다. 리잘 씨는 종업원과 함께 음식을 내오느라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네팔 음식의 이름부터 먹는 방법까지 꼼꼼히 일러준다. 네팔 전통 모자인 토피를 쓴 그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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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잘 씨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 네팔 산업연수생으로 방한해 경기도 김포시의 한 플라스틱 사출업체에서 일했다. 처음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아 한국인들과 거리감을 느꼈다.

일도 녹록하지 않았다. 상품 포장 등 허드렛일부터 지게차 운전까지 고된 일과가 이어졌다. 이곳에서 리잘 씨는 야간 근무와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좋은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상응한 대가를 받았지만,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들었다”며 그때를 돌이켰다. 당시 리잘 씨에게 가장 큰 보람이라면 한국인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냈던 일이라고 한다. 지금도 그들과 안부전화를 주고받을 만큼 깊은 인연을 이어간다.

3년 연수기간이 끝난 후에도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주변사람들이 한국에 남아 일해 달라고 청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네팔로 돌아간 뒤 한동안 고향에서 4층 건물을 빌려 호텔을 운영했다. 1층에서는 음식을 팔고 위층에서는 숙박업을 하는 형태였다. 그렇게 돈을 모으는 한편으로 틈틈이 네팔 음식 만드는 법을 익히면서 그는 ‘꼭 다시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2007년, 사업비자로 다시 한국을 찾은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친절한 한국인들에게 네팔의 전통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실천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비싼 점포 임대료 등 때문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전국을 돌면서 시장조사를 한 끝에 지금 정착한 원곡동에 레스토랑을 내기로 결심했다. “이때도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안산시청과 시장님, 경찰서 등 헤아릴 수 없죠.”

리잘 씨는 자신이 원곡동에 정착하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을 일일이 꼽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외국인주민센터는 식당 인수, 홍보, 영업 등 전반에서 매번 큰 도움을 줬다고 그는 말했다. 레스토랑을 개업한 뒤 탄두리 치킨과 카레가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과 한국인 단골이 점점 늘어났다. 칸티풀 레스토랑은 성공한 맛집으로 소문났고 2012년 4월에는 안산시 한대앞역 인근에 2호점을 열기도 했다.

“1,000원을 벌면 200∼300원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익을 적게 내더라도 어려운 사람을 도울 생각입니다.”

다시 한국에 정착한 뒤 그는 또 다른 꿈인 사회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2012년 1월, 안산시 원곡본동의 주민자치위원이 됐다. 외국인 가운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는 단순히 그가 성공한 외국인 사업가라서 생긴 일은 아니었다. 이 지역의 독거노인과 어려운 학생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벌여왔고,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 홍보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한 덕분이다. 리잘 씨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1년에는 ‘제 4회 세계인 날 기념식’에서 안산시장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밖에도 법무부 범죄예방 자원봉사위원 안산지역협의회위원을 비롯해 안산시 단원경찰서, 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등으로부터 다양한 직함을 위촉받아 활발하게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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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주민센터의 다문화교류 담당 이종훈 씨는 “안산시청에서 일할 때부터 국내 상인 등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지만, 모범적인 납세실적 등을 감안하면 리잘 씨는 손꼽을 정도로 훌륭한 외국인”이라며 “누가 요청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독거노인을 도우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봉사활동은 한국에 있는 네팔인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고국인 네팔 사람들이 한국에 오거나 떠날 때도 네팔대사관이 그에게 교통편을 부탁할 정도다. 그런 일에도 리잘 씨는 아무런 대가 없이 발 벗고 나선다.

리잘 씨의 꿈은 점점 더 커간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기 위해 보증금을 마련했는데 매월 들어가는 운영비 부담 때문에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며 “새해에는 외국인이 만든 쉼터 1호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고향인 네팔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위협받는 사람들을 위해 앰뷸런스를 제공하는 날을 꿈꾼다.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리잘 씨는 ‘제 2의 리잘’을 꿈꾸는 외국인들에게 해줄 말이 많은 듯하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 영주권을 얻은 그는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2012년 10월 현재 안산시 등록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67개국 이상에서 온 4만4216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특히 안산시는 세계 각국의 음식점과 상가가 밀집한 원곡동 지역을 2009년 5월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해 다문화 대표도시로서 이미지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글·현윤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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