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2년 2천2백명, 2013년 4천2백명…. 해외건설협회는 향후 4년간 해외 인력이 1만4천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5천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공사 현장이 급증했지만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제2중동붐’을 타고 급작스럽게 다가온 인력난은 해외건설 전문인력의 몸값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해외근무 인력이 워낙 부족해 채용 때부터 해외 현장에서 일하겠다는 직원을 따로 모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초 5천만원대의 연봉(수당 등 포함) 조건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지난 2월 경북대를 졸업한 최훈길(28·가명)씨의 경우도 그렇다. 최씨는 졸업식을 마치고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에 올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장 직원 40명 중 20~30대는 7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씨는 ‘새내기’이지만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렇듯 ‘제2중동붐’이 2030세대에게 새로운 일자리로 떠오르고 있다. 취업 후 이직이 잦았던 김재진(31·가명)씨의 경우도 그중 하나.
2011년 중동에 다녀온 뒤 ‘평생 직장’을 찾은 것이다. 2개월간 UAE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일한 결과, 김씨는 지난 5월 플랜트 건설업체인 성창E&C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면서 UAE에 재파견됐다. 김씨는 “국외 플랜트산업 미래에 확신이 생겼다”며 “내가 지은 공장 등 기반시설로 허허벌판인 중동이 경제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도 싹 달아난다”고 말했다.
엔지니어의 꿈을 갖고 있는 취업준비생 박세영(28·가명)씨는 STX 인턴사원으로 지난 2월 말부터 4개월간 요르단의 시멘트 플랜트 설치공사 현장에서 땀을 흘렸다. 뜨거운 모래바람을 맞으며 성실하게 일한 그는 정규직 채용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 등 총 24개국에 파견된 취업준비생은 약 4백명에 달한다. 2009년부터 지식경제부와 한국플랜트산업협회가 운영하는 해외플랜트인턴십에는 6개월 이상 미취업 상태인 대졸자들이 다수 지원하고 있다.
인턴사원들은 약 2개월간 외국 현장의 실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1970~1980년대 해외 건설 현장으로 진출했던 근로자는 대부분 기능공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 해외 근무자들이 관리직이나 전문 엔지니어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설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인력 스카우트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해외 건설기업들은 경력 직원을 데려온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인사고과에도 가점을 부여한다. 스카우트 대상이 된 직원은 1천만~2천만원씩 연봉을 더 올려 받는다.
“대졸 신입사원이 해외근무를 하면 연봉을 7천만원이나 주는데도 이직할까 봐 걱정”이란 우려가 건설업계에선 비명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건설협회는 대구공고를 ‘건설·플랜트 전문 마이스터고’로 지정하는 등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 건설인재를 키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이사는 “2~3년 안에 해외 사업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대형 건설사가 속출해 인력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중동붐’을 타고 활발해진 해외 건설사업 열풍은 새로운 동력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해외건설과 원전설비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이명박대통령 주재로 해외건설협회에서 개최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대표적 사례다. 회의 직후 정부는 ▲해외 건설시장 ▲해외 원전시장 ▲중동지역 건설 등 3개 분야에서 전문인력 양성 및 고용창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해외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권혁진 국토해양부 해외건설과장은 “올해 대졸 청년층 3천5백명을 포함한 4천8백명의 해외 건설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우선 청년층의 해외 건설현장 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졸자 대상 단기 실무교육 인원을 지난해 2천5백명에서 올해 3천5백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중동지역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동 진출 근로자들에게 세금 혜택과 교육비 혜택을 주고 ▲대학 마지막 학기를 해외건설 실무교육으로 대체하며 ▲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실무학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해외 건설 분야의 병역특례 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제2 중동붐’이 일면서 해외 건설현장에 올해만 2천2백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며, 2015년까지 1만4천명의 해외 건설인력이 더 공급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동 인력수요는 UAE 원자력공사가 한국이 현재 건설 중인 원전 4기의 운영인력을 전원 한국 측에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UAE 원전 설계와 건설, 운전 등에 필요한 인력은 2020년까지 연간 1천~4천명에 이른다.
글·이범진 기자
문의 한국플랜트산업협회 ☎02-3452-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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