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노동연구자라는 직업때문에 전국 각지의 사업장을 종종 방문한다. 얼마 전에도 남부 지방의 대표적인 화력발전소와 제철소를 다녀왔다. 사업장 방문 때는 웬만하면 현장을 보고 오려고 한다. 땀 흘리는 현장을 봐야 그 사업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에서는 발전설비 운전 상태를 알려주는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분석하는 수십대의 컴퓨터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현대적 지식 노동자들을 보았으며, 제철소 협력업체 현장에서는 무더운 작업 환경 속에서도 안전모와 두꺼운 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숙달된 동작으로 용광로 래들(raddle)을 정비하는 현장 노동자들을 보았다. 우리 삶의 곳곳에 널려 있는 온갖 제품이나 에너지 속에는 이들의 땀과 지혜가 배어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이들의 지식이나 기술은 세계 10위권대에 진입한 우리 경제의 주춧돌이며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다.
지난 8월 말 고용노동부는 27명의 대한민국 명장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각 분야 산업 현장에서 최소 15년 이상 종사하면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자타가 공인한 사람들이다. 매년 직업능력의 달에는 숙련기술 장려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지난해에는 숙련기술장려법이 시행되고 올해에는 숙련기술장려 기본계획이 수립·발표되었다.
자고로 모든 법이나 제도의 이면에는 어떤 절박감이 숨어 있다. 근래 숙련기술 장려 법제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숙련기술 상황이 그만큼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음을 방증한다. 산업현장 인력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기업은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인적자원 경보라도 발령해야 할 판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매년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발표한다. 2012년, 숙련노동력의 활용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59개국 중 45위였으며, 엔지니어의 노동시장 내 활용성은 48위에 그쳤다. 2003년의 20위, 25위에서 각각 25위, 23위가 떨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명장을 비롯한 우수 숙련기술인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상황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하는 뿌리이다. 이들이 자신의 숙련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노고와 성취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존중받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이다.
기계화· 자동화되면 숙련기술 인력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주장만큼 천박한 인식은 없다. 그럴수록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고숙련기술 인력의 중요성은 배가된다.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 좋고 열매도 많은 법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대한민국 명장은 우리 사회를 거센 바람으로부터 지켜줄 뿌리 중의 뿌리가 아니겠는가? 젊은이들의 유쾌한 도전을 기대한다.
글·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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