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69년째 代이어 지켜온 유서 깊은 소방대

1

 

천안 명물은 호두과자만이 아니다. 또다른 명물이 있다. 소방차가 지나기 어려운 꽉 막힌 거리, 좁은 골목을 자유롭게 오가는 천안동남소방서 자전거순찰대다. 지난 4월 16일 출범한 자전거순찰대는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20여 명이 함께 정기순찰과 화재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동남소방서 관내에 전통시장, 주택이 밀집된 구도심이 있다 보니 ‘민·관합동’ 자전거순찰대는 더욱 유동하다.

“의용소방대원들은 지역 특성,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소방관들의 활동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또 비상연락망이 잘 되어 있어 인근 지역 재난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해 초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요.”

김장석 동남소방서 방호예방과장은 이렇게 말하며 “의용소방대원들은 공식교육 이외에도 자발적으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훈련을 받는다. 사명감이 있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5

2
우리나라에서 의용소방대 활동이 시작된 것이 1915년, 천안에 의용소방대가 창설된 것이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0일이다. 당시 20여 명의 대원으로 시작된 천안 의용소방대는 지난해 9월 천안 소방서가 동남·서북 소방서로 분리되면서 ‘동남소방서 의용소방대’로 이름을 바꿔 본대와 4개 지역소방대로 나뉘어 활동하게 됐다. 현재 동남소방서 의용소방대원은 모두 6백50명(남자 4백10명, 여자 2백40명). 동남소방서 본대만 1백90명(남자 1백40명, 여자 50명)이 활동 중이다. 서북소방서는 새로 의용소방대를 모집했다.

동남소방서 본대의 김광호(58) 부대장은 “우리 의용소방대는 69년째 이어온 유서 깊은 소방대란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천안 지역 의용소방대원들은 그동안 각종 화재현장은 물론 집중호우, 물놀이 사고, 폭설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큰 공헌을 해왔다. 또 대원들이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것은 물론 순찰차, 각종 용품을 싣는 탑차 등 2대의 차량을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김 부대장은 지난 11월 1일 ‘입대’한 지 만 30년이 됐다. 30년 동안 그는 굵직한 화재현장에 여러 번 출동했다. 대부분 주변정리, 소방호스 정리, 상황통제 등 보조업무를 담당했다. 산불진화는 수없이 나갔다고 한다. 그는 의용소방대원으로 출동했던 1986년의 독립기념관 화재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처마 밑에서 치솟는 불길이 어마어마했어요. 소방호스에서 나오는 물길이 볼펜 크기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1990년에는 송유관 파열로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기름을 퍼가는 바람에 사방에 기름이 흘러 현장통제를 하면서 정말 아찔했습니다.”

3
김 부대장과 함께 활동해온 입대 31년차의 이만성(57) 신부지역대장은 태안 기름유출사건을 말했다.

“그때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 우리 대원들이었습니다. 최고의 악조건 속에서 모두들 ‘기름강아지’가 되면서 시커먼 기름때를 걷어냈지요. 2010년 태풍 곰파스가 지나면서 논산지역 하우스농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을 때에도 대원 전원이 농가를 찾아 파이프와 비닐 뒤처리를 했습니다.”

그는 “봉사란 게 가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 했다. “대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하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해요. 힘든 일을 마무리 지었을 때의 뿌듯함은 봉사를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매력 때문일까. 이곳 의용소방대에는 ‘대를 이어’ 활동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김형수(49) 본대 방호부장은 지난 1995년 아버지 김용덕(74)씨의 뒤를 이어 의용소방대에 입대했다. 그는 “긍지를 갖고 간부직을 수행하고 있다”며 “자식들도 이 활동을 이어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딸은 대학에서 소방방호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이미 ‘소방 집안’인 셈이다.

정순택(50) 본대 지도부장 역시 부친 정택진(77)씨에 이어 19년째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내 아이가 나중에 봉사단체에 가입하고 싶다면 의용소방대를 추천하고 싶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질 만한 조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게 직접 소방관들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의용소방대원들은 소방관들의 애로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가 깊다.

김형수 방호부장은 “화마와 싸우려면 희생정신만으로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소방인력에 대한 복지 지원을 늘려야 사기진작이 되고, 대민서비스도 더욱 나아질 것입니다.”

김광호 부대장 또한 “국방은 군인이, 치안은 경찰이, 재난관리는 소방관들이 하는데, 유독 소방관에 대한 예산은 적다. 장비개선이나 치료비 지원, 특히 화상 치료비 지원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가까이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무척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의용소방대만의 고민도 있다. 의용소방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자영업자 입대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이 지속된 데다 봉사활동이 다양화되는 세태변화도 있다.

임기창 본대 총무부장은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는 대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 시간활용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신속한 출동에 어려움이 있게 된다”면서 “전에는 입대 대기자 명단까지 있었는데…”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아마도 전국 의용소방대 공통의 위기의식일 겁니다. 슬기롭게 극복해야겠지요.”

인터뷰를 마친 뒤 나이 지긋한 동남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젊은 소방대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자부심에 빛나는 얼굴들, 이들은 화마에 함께 맞서 싸우는 동지였다.

글ㆍ박경아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