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국민 생활과 밀접한 만큼 소방관의 업무는 다양하다. 첫번째는 ‘구조’ 업무가 있다. 화재나 재난·재해 및 테러, 기타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돕는 업무다. 흔히 소방관 하면 생각하는 불 끄는 일이 이에 속한다. 두번째는 구급 업무다. 응급환자 이송과 응급처치 등이 이에 속한다. 세번째는 방호 및 예방업무다. 화재진압 및 대책을 수립해 각종 소방훈련에 대한 사항을 관리한다.


소방대상물의 관리를 맡아 위치, 구조, 출동로 등 소방여건을 사전 파악하는 경계활동을 말한다. 화재진압 기술을 연구·개발해 풍수해·설해 대비 종합대책 등을 수립하는 업무가 이에 속한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봐주소서….’
1958년 스모키 린이라는 미국의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3명의 어린이를 구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죄책감에서 썼다는 ‘소방관의 기도’란 제목의 글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사명감과 눈물이 맺혀있다.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당시 순직한 한 소방관의 책상 위에서 발견돼 널리 알려졌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매일매일 눈에 잘 안 띄는 ‘전투’를 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현실과 처우는 어떨까. 소방관 6명이 한꺼번에 숨진 참혹했던 홍제동 화재 이후 11년이 지났지만 소방관의 순직은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을 제외한 지난 5년 동안 소방관 순직자 수는 매년 7~9명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에는 3명이 사망했다.
올해에는 11월 현재까지 6명의 소방관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7월 20일 전라북도 군산소방서 구조대의 김인철(40) 소방교가 물탱크에 추락한 사람을 구조하다가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아내와 세 살배기, 두 살배기 두 아이를 남겨두고 목숨을 잃었다. 그 다음달인 8월 1일에는 부산시 사상구의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을 하던 소방대원이 화재건물에서 추락해 순직했다. 부산 북부소방서 삼락센터의 김영식(52) 소방위였다. 26년차 베테랑 소방관인 김 소방위는 화재건물 5층에서 불을 끄며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찾던 중 균형을 잃고 2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같은 달 24일에는 포항시의 포항북부서 119구조대의 서명갑(37) 소방교가 산장에 고립된 사람을 구하러 가기 위해 하천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사망도 잦다. 지난 9월 27일에는 남양주 소방서의 김성은(45) 소방위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롯데물류창고에서 구조할 사람을 찾던 중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10월 30일에는 울산 동부소방서 전하센터의 박용복(33) 소방교가 구조활동 중 순직했다. 박 소방교는 구급대원이었다. 하수처리장에서 추락한 작업자를 구조하기 위해 출동해 현장 상황판단을 위해 맨홀 입구에서 내부 확인 중 황화수소를 흡입하고 추락해 순직했다.
지난 11월 2일에는 소방관 경력 25년의 베테랑인 김영수(54) 소방위가 인천 대형 물류창고 지하 화재현장에서 순직했다. 김소방위는 지난해 늦장가를 든 ‘새신랑’ 이었다.
소방관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문제도 심각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껴,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전국의 소방관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 중 5퍼센트에 해당하는 1천4백52명의 소방관이 PTSD에 대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40퍼센트는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결과를 반영하듯 2008년부터 2011년 7월까지 26명의 소방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듯 상황이 심각하지만 PTSD 치유를 다루는 지침이나 행동요령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소방관들은 신체적 위험뿐 아니라 정신적 위험에도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소방관들은 근무 중 순직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소방관과 경찰, 군인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현충원 안장 여부가 결정된다.
경찰과 군인은 법 조항이 포괄적이라, 순직하면 대부분 현충원에 안장된다. 유독 소방관에 대한 조항은 업무 성격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법 제5조 1항은 현충원 안장 대상 순직소방관을 ‘화재 진압, 인명 구조 및 구급 업무의 수행 또는 그 현장 상황을 가상한 실습훈련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근무 중 순직한 소방관이 현충원 안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직한 35명의 소방관의 약 30퍼센트인 10명의 현충원행이 거부됐다. 지난해 7월 건물에 고립된 고양이를 구하다 추락사한 강원 속초소방서 김종현(당시 29세) 소방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 소방교의 유가족은 현재 현충원 안장 거부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선 소방서의 소방관들이 잠긴 문을 따는 등의 민원성 출동과 화재 진압 출동 등을 선별해서 출동할 수도 없는 실정에서 근무의 성격을 구분해 현충원 안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글·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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