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성인 독서율은 1994년 86.8퍼센트에서 2011년 66.8퍼센트로 20퍼센트포인트나 감소했다. 도서관 이용률도 2008년 33.3퍼센트에서 2011년 22.9퍼센트로 대폭 하락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2011년에 2만5백70원으로 2003년 대비 22퍼센트 줄었다. 또한 가계 소비지출 총액에서 서적구입비 비중은 2003년 1.52퍼센트에서 2011년 0.86퍼센트로 반감되었다.
즉 국민 독서율과 도서관 이용률, 도서구입비 절대액 및 지출 비중 모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소득 증가, 대대적인 도서관 증설, 독서 관련 법제 정비 등과는 상반된 이런 현상의 원인은 몇 가지로 집약된다.
출생률 감소, 영상·오락·인터넷 콘텐츠 중심의 다매체화 및 휴대용 미디어의 발달, 생존경쟁의 가속화에 따른 시간적·정신적 여유의 박탈 등이 그것이다. 한편에서는 독서 양극화(소수의 열독자와 다수의 책맹(冊盲) 및 준책맹으로의 분화)와 지식정보 격차의 심화 또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독서인구와 도서구매력의 감소는 지식기반 경제의 토대인 출판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양질의 우수한 도서를 기획-집필-편집-제작-유통하는 가치사슬이 부식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출판시장의 침체는 창작(저작)에 전념할 수 있는 저자군의 퇴출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재생산 구조를 협애화시키며, 이미 상당수 출판사-유통사-서점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종국적으로 독자는 모국어로 된 다양한 양서를 접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독서 생태계와 그 원천인 출판의 선순환 구조 정립이 시급하다.
국민 누구나가 책을 가까이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범사회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공공 부문과 민간 영역이 합심해 독서 친화적인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독서권(책 읽을 권리)이야말로 변화 속도가 빠른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에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생존권적 기본권이라는 인식 아래 법·제도 개선과 예산 확충을 통해 독서진흥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책과 사무의 일부로 업무분장된 독서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전담 행정조직(가칭 ‘독서진흥과’)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독서문화진흥법 및 기본계획을 선언적 ‘권장’ 수준에서 구체적 ‘기준’ 제시로 진화시키는 일 ▲가계 도서구입비 부담의 경감을 위한 개인 소득공제 제도 마련 ▲각급 도서관의 국내도서 구입비증액 ▲독서 및 출판시장 생태계의 공존과 다양성 유지를 위한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실현시켜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인 삶의 터전에서 독서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활 만족도가 높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광역 및 기초단체 차원의 독서진흥조례를 제정하고 독서담당 직제를 신설해야 한다.
시민과 도서관 등이 참여하는 지역 독서진흥 추진기구를 운영하고, 독서 동아리와 독서 모임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향토출판사와 동네서점 육성(지역서점 상품권제도 도입)과 독서 강연회 및 북콘서트 개최 지원 등도 뒤따라야 한다.
또한 지역 내 소외계층 및 독서 장애인들을 위한 ▲‘책 읽어주기’ 자원활동 조직 ▲새 책을 기증하는 ‘책 나눔 센터’ 운영을 통해 공동체의 온기와 독서의 즐거움을 전하며 소외계층의 자존감을 높이는 ‘공존의 박동’을 만들어야 한다.
생업의 현장에서 책 읽는 직장문화를 일궈야 한다. 우선 기업과 직장, 병영 등에서 ▲일과시간 중 10~30분 정도를 할애하여 구성원모두가 책을 읽는 ‘독서시간’을 만들고(사내 방송으로 직원들이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 낭독하기 등을 곁들이며) ▲서가를 만들어 신간과 명저를 구비하여 제공했으면 한다.
정부는 직장 도서실 운영을 보조하는 차원에서 도서구입비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개별 직장은 연간 예산 범위 내에서 직원들에게 도서구입비를 보조하거나 각종 기념일과 생일날에 도서상품권을 선물하여 직원들의 자기계발 및 여가선용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학교교육은 아이들을 질식시키는 입시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독서중심의 학교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의 지름길도 결국은 독서에 달려 있다.
따라서 초·중·고교에서는 수업 시작 전 일반 도서를 ‘아침 독서시간’에 10분 이상 읽도록 교육과학기술부 차원에서 독려해야 한다(현재는 학교장 재량). 또 교실마다 학급문고를 비치해 도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활성화와 사서교사 배치를 통해 선진국들처럼 교과 연계 독서, 독서토론 수업 등으로 발표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교육정책이 요구된다.
청년들의 인문교양 함양을 위해서는 ▲기본 교양도서를 읽어야 대학 졸업이 가능하도록 대학교육 정책의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
아울러 의무교육 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1년에 한 권씩 ‘소중한 내책’을 서점에서 선택·구입하도록 지원하는 ‘도서 바우처’ 제도가 신설되길 바란다.

공공도서관은 관외 서비스 혁신으로 이용자 및 장서 이용률을 적극 제고해야 한다. 도서관을 찾지 않는 대다수 국민들이 지하철역, 24시간 편의점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손쉽게 도서대출(신청)과 반납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할 일은 수도 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책에는 지식과 문화, 창의력, 공감과 소통의 힘이 온축되어 있으며, 독서는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낱장의 페이지들이 모여야 한 권의 완전한 책이 되듯,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가는 놀라운 힘이 ‘책 읽는 나라’ 만들기에 있다. 독서의 해가 남길 정책적 유산이 미래 문화강국의 토양이 되길 바란다.
글·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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