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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화제의 책 <대하의 한 방울> <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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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그것을 ‘잃었을 때’에야 비로소 ‘가졌을 때’의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

제법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 이런 평범한 질문에 귀중한 답을 들려줄 만한 책 한 권이 출간됐다.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츠키 히로유키(80)의 <대하(大河)의 한 방울>이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이에게 가족들은 종종 “살아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곤 한다. 병구완의 고통 따위는 잊어버린 채 ‘지금 생활은 힘들지만 참 행복하다’는 말을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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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키도 자신의 신간에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들려준다. 하지만 왠지 따뜻해 보이는 푸근한 수채화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힘을 내세요” 따위의 ‘인생론 염가판매’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4작가는 “나는 지금까지 두 번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첫번째는 중학교 2학년 때이고, 두번째는 작가로 일하기 시작한 후의 일이었다”면서 자신의 치부부터 끄집어낸다.

아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 음침한 지옥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작은 기쁨이나 우정, 타인의 선의, 기적과 같은 사랑과 조우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을 가리켜 또 극락이라고 불렀다.

작가는 인생이라는 큰 바다, 즉 대하가 존재하고, 우리는 그곳을 흘러가는 한 방울의 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절박한 인생에 분개하거나 한탄하지 않고 세월을 보내는 게 과연 옳을지, 뭔가 조금이라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불안하다고 계속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되뇐다.

독자가 각오를 굳혔을 무렵 작가는 다시 우리에게 “인생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죽을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기에 스스로 죽지 않아도 되고, 괴로움이 계속된다고 해도 그것을 희망의 씨앗으로 삼자”고 말한다.

자신의 잘못과 비겁함을 적나라하게 털어놓는 작가의 서술방식은 나락에 빠진 듯한 현대인의 지치고 메마른 가슴을 보듬어 준다. 현대인을 위한 힐링 메시지인 셈이다.

이츠키의 힐링 메시지는 12년 전에도 건넸다. 12년 전 낸 <타력>이란 책이다. 타력에 의해 인간은 생로병사를 겪고, 그때 생겨나는 자비를 감사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제는 <대하의 한 방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지난 200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애독서로 꼽으면서, 한때 일본어판을 구하려는 국내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기도 했다. 고맙게도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되면서 갈증은 뒤늦게나마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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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력’은 낯선 불교용어로, 자력(自力)이 자신의 능력에 의해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라면 타력은 자기 이외의 아미타불의 힘을 빌려 구원을 얻는 수행법이다. 저자는 타력을 주된 수행법으로 삼는 일본 정토교의 시조 호넨, 그의 제자 신란과 렌뇨의 가르침에서 삶의 지혜 1백 가지를 추려내 소개한다.

그리고 불가의 수행법을 현대인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로 재해석했다. 마냥 하늘의 뜻을 기다리다 보면 조금씩 일이 풀려 갈 것이란 불가사의한 안도감은 조금 낯설다. 그렇게 아등바등하며 인생을 살지 않아도 잘 풀릴 것이란 희망이 바로 타력인 셈이다.

책 전반에는 “마이너스의 용기, 잃어버리는 것의 용기, 혹은 버리는 것의 용기, 현실을 직시한 궁극의 마이너스 사고에서 진정한 플러스 사고가 나온다”는 신념이 묻어 있다. 다만 <대하의 한 방울>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매우 독특한 삶의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울 순 있다.

글·오상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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