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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묻지마 범죄자 불만 물어볼 채널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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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각계의 전문가들에게 ‘묻지마 범죄’에 대해 물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사건의 흉악함에만 주목하지 말고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 묻지마 범죄가 어떤 범죄를 뜻하는지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김지선 연구원은 “묻지마 범죄는 공식 용어가 아니다”라며 “묻지마 범죄의 개념 규정은 모호하지만 가장 근접한 설명은 ‘내재된 사회적 불만을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표출하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증오범죄’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증오범죄는 특성 성(sex)이나 특정 종교, 장애인, 외국인 등 어떤 특성에 해당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범죄를 뜻하기 때문에 최근의 상황과는 잘 맞지 않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마치 사회불만이 있는 모든 사람은 그런 식으로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며 “여의도 칼부림사건의 경우 묻지마가 아니라 원한 관계에 의한 범죄로 분류해야 한다. 성범죄의 경우도 명확한 원인이 있는 범죄이므로 ‘묻지마’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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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격화될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 환경 변화가 묻지마 범죄의 원인 중 하나라는 말이다. 미국의 범죄학자 셰이(Hsieh)는 실업, 가난, 경제적 불평등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누가 희생자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이런 범죄에서 보호막 없는 서민층,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가장 먼저 희생된다는 점이 역설적”이라며 “실제 범행은 자신과 비슷한 약자를 대상으로 저지르면서도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주장하는 것은, 죄책감을 덜어내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심리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박형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많은 살인사건이 아는 사이, 즉 면식 관계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자신이 기대하는 바가 좌절됐을 때 그 책임을 상대에게 돌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자신의 스트레스, 분노의 책임을 사회 전체로 돌리는 것”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만 화를 참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잃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직장이나 가족, 친구 등 ‘잃을 수 있는 것들’이 없는 사람들이 사소한 촉발 요인을 가지고도 폭력을 저지른다는 말이다.

이수정 교수는 ‘정신과적이나 심리적인 문제’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중에 정신분열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피해 의식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성격 장애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성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죄책감을 모른다”며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는 성격 장애에 정신분열 증상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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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급하게 ‘대증적인 조치’만 취해서는 안 되고, 좀 더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불만을 가진 채 틀어박혀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맺지 않는 사람은 밖으로 불러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경쟁이 격화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혼자 격리되어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만 하고 음란물만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겠지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기 위해선 일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든가 하는 방식이 있어요.”

곽금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는 모든 기업과 학교에 상담가가 있다”며 “언제든지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곽 교수의 설명이다.

“동료들과 상사 욕을 하면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가 풀리죠. 그런 것이 사회적 완충작용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해요. 보통, 증세가 심해지면 상담가를 안 찾아갑니다. 처음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불안을 느낄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핫라인’ 같은 창구가 있어야 해요. 외국은 많은 경우 개인상담가를 두고 찾아가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문화가 아직도 있어요. 지역사회나 기업,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양형을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징역 몇 년 감인지 미리 생각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제일 중요한 사실은 다양한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분노를 마음속에 쌓아놓고, ‘아무나 걸리기만 해봐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이나 친구들이므로, 사회적 유대 관계를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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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뿐 아니라 빈번히 일어나는 강간 등 성범죄도 문제다.

성범죄자들은 ‘성욕’이 범죄의 이유였다고 주장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곽대경 교수는 “성 충동은 원인의 일부”라며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라고 했다.

강간은 ‘분노 강간’과 ‘권력 강간’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노 강간은 여성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다. 주로 어렸을 때 어머니나 다른 여성과 관련해 학대를 받았거나 좋지 않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자라서 힘이 생기면 분노를 제3의 대상에게 폭발시키는 식이다.

권력 강간은 성폭력을 저지르면 여성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식의 그릇된 사고구조를 가진 사람이 저지르는 성범죄 유형이다. 범죄자들은 ‘성욕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과 성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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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흉포한 성범죄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강화할 게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처벌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수정 교수는 “전자발찌나 약물요법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장기투자’”라며 “영원히 성범죄자를 격리할 수 없다면 이들이 정말 제대로 교정·교화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장기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8김지선 연구원은 “처벌은 범죄를 억제하자는 취지에서 하는 것인데, 현재 성폭력 범죄자와 관련해 시행하고 있는 신상공개제도, 우편고지제도, 전자발찌 등 강력한 사후 제지수단들은 어떤 경우에는 더 강력한 범죄를 저지르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범죄자를 사형시키지 않는 한 언젠가는 사회로 다시 돌아오는데, 이때 감시만 하고 사회에 잘 정착해 살 수 있도록 돕지 않으면 오히려 더 센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이다.

곽대경 교수는 “화학요법으로 성욕을 줄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며 “여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를 것”이라고 했다. 곽 교수의 설명이다.

“성 범죄자의 경우 여성이나 아동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심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거죠. 이런 사고 체계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결코 범죄를 막을 수 없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성범죄는 광범위하게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모색된 해결책 중 상대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자신이 어떤 행동을 저지른 것인지 알게 하는 방법이다.

전자발찌 경우, 자신의 행적을 감시하는 눈이 있다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범죄 사실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효과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이를 유치원 차에 태워 보내고 집에 들어온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경우,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인생이 전자발찌 때문에 망가졌다’는 둥 전자발찌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하곤 했다고 한다.

정부는 출소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안정된 일자리를 얻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 대상 인원을 확대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취업 전담인력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글·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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