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경기가 지속돼 살아가기 어려운 요즘, 소위 ‘묻지마 범죄’로 세상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란 전문용어는 아니다. 언론의 작명인데 과장과 선정성이 없지 않으나 잘 지은 말이다.
묻지마! 무엇을 묻지 말라는 것인가? 범죄학 이론에 따르면 범죄가 발생하려면 다음의 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범죄를 저지를 합리적인 ‘동기가 있는 가해자’, 두번째는 범죄자가 나름 ‘합리적으로 선택한 피해자’, 마지막 세번째는 상황적인 요소로서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적합한 보호요소’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묻지마 범죄는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가해자의 동기가 분명하지 않다.
‘화가 나서’, 심지어는 ‘그냥’이라고 한다. 묻지마 범죄의 두드러진 특징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마구잡이식 범죄라서 합리적으로 선택한 피해자도 없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치고 쉽게 잡히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묻지마 범죄는 백주 대낮에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발생한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범죄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묻지마 범죄자의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정신이상자, 소위 ‘싸이코패스’는 아니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동기일 것이다. 동기화한 가해자가 없다면 범죄는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묻지마 범죄자들은 ‘화’가 났을까? 묻지마 범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범죄이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범죄, 특히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폭력범죄는 ‘보복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범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범죄자가 이해한 상황이 옳다는 전제는 없다. 즉 범죄자가 당한 피해 혹은 억울한 일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정말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어떤 때 화가 나는가? 상황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자기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 화가 치민다. 더구나 특별한 이유 없이 되는 것도 없고 모든 희망이 무너졌다고 느낄 때 절망감과 더불어 화가 난다. 화가 치미는데 화를 해결할 방법도 없을 때 자포자기 상태에서 하늘에 대고 주먹질을 하듯 마구잡이식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들의 범죄가 나름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낼수록 묻지마 범죄는 증가할 것이다.
묻지마 범죄를 신속히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방법은 없다. 장기적인 대책수립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사람, 특히 소외된 사람을 더 이상 화나게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회 정의가 확립되어 화나는 사람이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 생각한다.
글·김준호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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