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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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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게는 서민의 식재료이다. 꽃게는 제철이 봄, 가을로 두 번 온다. 봄이 제철인 암게는 산란기 직전이라 알과 내장이 가득한 것이 맛은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7, 8월의 금어기를 거치며 가을에 속이 꽉 차는 수게는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한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

흔히들 봄 꽃게는 게장을 해 먹으면 좋고 가을 꽃게는 찜이 제격이라고들 하지만 알만 포기한다면 가을 수게로도 모든 게요리를 다 해 먹을 수 있어 호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이 즐기기엔 그저 그만이다.

수게와 암게의 구분은 흔히 배꼽이라고 부르는 배의 무늬로 하는데, 수게는 첨제(尖臍)라고 해서 무늬가 삼각형으로 뾰족하고 암게는 단제(團臍)라 해서 무늬가 둥글다. 꽃게를 한자어로는 유모( ), 발도(撥棹), 시해(矢蟹)라 하였고 그 외에 것칠에, 살궤, 곳게 등으로도 부른다. 지역에 따라서는 날개꽃게, 꽃그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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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는 꽃게를 ‘swimming crab’이라 하는데 <자산어보>도 “대체로 게는 모두 잘 달리나 헤엄은 치지 못하는데 이 게만은 부채 같은 다리로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다”고 했다. 수게의 가장 맛있는 부위는 뭐니 뭐니 해도 해오(蟹)라고 하는 집게발의 속살이다.

오래전에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광고가 크게 히트한 적도 있었지만 옛사람들이 게맛을 제대로 알긴 했던 모양이다. 주호(酒豪)로 이름이 높았던 진나라의 필탁(畢卓)은 일찍이 “오른손에는 술잔을 들고, 왼손에는 게의 집게다리를 쥐고서 술 가득 실은 배에 둥둥 떠서 노닌다면 일생이 넉넉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당나라의 시성 이백도 유명한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에서 “게의 집게발이 바로 금의 진액이요 蟹卽金液/ 술지게미 더미 무릇 봉래산이어라 糟丘是蓬萊/ 모름지기 좋은 술까지 마셨거늘 且須飮美酒/ 누대에서 달을 타며 취해 보리라 乘月醉高臺”라고 노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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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초기의 문신 김종직은 “집게발 잘라라 하얀 살에 젓가락이 따르고 斫玉片還隨箸/ 배를 쪼개라 누런 속은 농짝에 가득하네 破腹金穰自滿匡”라고 그 맛을 찬양했다. 같은 시대의 서거정은 “동파거사는 본디 게를 유독 좋아했거니와 東坡居士宜偏嗜 / 내 또한 연래에는 게를 죽도록 좋아하노라 我亦年來抵死憐”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조선 후기의 정약용은 유배지 장기에서 지은 ‘가을을 느끼다’라는 시에서 “꽃게의 엄지발이 참으로 유명한데 紅擘有名/ 아침마다 대하는 것은 가자미국뿐이라네 朝朝還對魚羹”라며 탄식을 하기도 했다.

꽃게는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 19세기 말에 저술된 요리책 <시의전서>에는 게구이, 게간랍, 게젓, 게찜, 게탕, 게포 등 여러가지 요리법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 게의 본디 맛을 잘 살리는 게찜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게의 황장과 검은 장을 각각 걸러서 달걀에 황장을 섞고 유장을 맞추어 친다. 여기에 후추, 파, 생강 등을 넣어 굽이 없는 그릇에 담아 중탕하여 익거든 저민다. 즙국을 잘 만들어 위에 끼얹고, 달걀은 황백으로 각각 부쳐서 썰어 위에 뿌린다.”

게요리의 승패는 결국 게의 신선도가 좌우하는데, 게가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최고의 꽃게요리를 원한다면 산지에 가서 즉석으로 해 먹는 것이 해답이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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