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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딸기! 그것을 알려주마… 1대1 ‘밀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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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부직포 같은 것도 작은 아이디어지만 겨울철 하우스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노하우죠.”

지난 10월 17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주상면의 딸기농장 ‘봉농원’ 내 비닐하우스 옆 도랑. 두 사람이 삽으로 퍼낸 흙을 비닐하우스 가장자리에 덮어주는 작업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 농사를 배우고 있는 전용진(가명·35)씨와 딸기농사로 귀농을 준비 중인 이상만(가명·29)씨가 그들. 주변에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귀농 예정자다.

두 사람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진행하는 ‘귀농교육과 연계한 농촌 일손돕기 시범사업’에 지원해 9월 말 이곳에 왔다. 교육 희망자는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 한 달(20일)을 기본으로 한 달을 더 연장해 최장 40일까지 교육받을 수 있다.

전씨와 이씨는 평일 아침 9시에 출근해 농장일을 돕다가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집이 수도권인 전씨는 농장주 류지봉(44)씨가 내 준 빈방을 숙소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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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까지 푹푹 빠지는 도랑에서 두 사람은 다시 삽질을 계속했다. 전씨는 단순한 노동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딸기농가에서는 12~1월에 한 번, 4~5월에 한 번, 1년에 두 번수확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수확이 겨울에 내는 하우스딸기인데, 농가에서는 8월부터 11월까지 준비합니다. 마침 그 시기에 딱 해야하는 일을 실제로 해 보는 것이죠.”

전씨는 이러한 내용을 농장주 류씨에게 들었다. 텁수룩한 턱수염이 인상적인 류씨는 이웃들에게는 ‘털보’, 교육생들에게 ‘형님’으로 불린다. 사람냄새 나게 교육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은 네덜란드의 딸기 컨설턴트인 에릭 부트(55) 박사가 국내 원예기업 요청으로 방한해 거창지역 딸기농가를 돌며 재배법을 점검하고 질문에 답하는 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을 응대하느라 잠시 두 사람과 떨어져 있던 류씨는 작업을 마치고 쉬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부트 박사의 강의를 들으러 오라고 손짓했다.

부트 박사는 한창 한 농민과 질의응답 중이었다. 부트 박사는 “한국의 딸기농가에서 노엽(자라난 지 오래된 잎)을 따내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고, 한 농부는 “노엽을 빨리 따야 새로운 뿌리가 빨리 내리고, 그만큼 딸기가 커진다”고 답했다. 부트 박사는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노엽이 흙으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딸기가 더 충실해진다고 반박했다.

설명을 듣던 전씨와 이씨는 “귀농교육을 받아 보면 교수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다”며 “결국 농가에서 실천과 경험으로 해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곳에 와서 농부가 직접 농기구를 개발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농가마다 일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저마다 필요한 도구를 조금씩 개발하는데, 농장주 류씨가 이런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 줬다는 이야기였다.

이씨는 농작물과 농기계, 농장 이곳저곳을 찍어 놓은 사진이 가득한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면서 “농업 교과서는 흑백사진이 많아 공부에 어려움이 많다. 여기서는 생생하게 현장에서 보면서 직접 농사짓는 사람에게 설명을 듣기 때문에 공부가 잘된다”고 말했다.

약 1만제곱미터 대지에 15개 비닐하우스가 들어선 봉농원은 고품질 딸기 생산으로 한 해 억대 소득을 올리는 류지봉·김이순(44) 부부의 딸기농장이다. 봉농원은 이번 일손돕기 시범사업 대상 농가중에서도 귀농교육 중심 7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딸기재배 농가 사이에서 “교수보다 더 잘 가르치는 곳”이라는 평가도 있다.

류씨는 잘 가르친다는 평가에 대해 “그냥 농사짓다 알게 된 것을 우리들끼리 하듯이 쏙쏙 와 닿는 말로 설명해서 그런 것 같다”며 “교육장에서 수십 명씩 한 번에 교육받을 때는 궁금한 것이 있어도 마음대로 못 묻지 않느냐. 여기서는 알고 싶은 것 속시원하게 물어보고, 또 아는 만큼 가르쳐 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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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씨는 농사로 바쁜 중에도 친환경 농산물 유통관리사와 친환경농업컨설턴트 자격증을 획득할 정도로 학구파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이곳에 딸기농장을 세운 류씨는 거창지역 최초로 수경재배를 도입하고 지역 농업인과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해 농가수입을 증대시킨 공로로 올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선정한 ‘2012년 신지식농업인 20인’에 선정됐다. 류씨는 농업의 현실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귀농인 중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요. 다른 작물은 잘 모르겠지만 딸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일본 딸기는 유통문제로 국내에서 경쟁이 안 돼요. 지나친 낙관도 안 되지만, 지나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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