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다. <신 없는 사회>라니. 신앙이 있건 없건, 신 없는 사회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21세기에도 섬기는 신이 다른 두 문명권이 무력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어쩌면 인류는 신에 너무 집착하고 있어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 없는 사회라니? 혹 무신론자인 지은이가 이상사회를 그린 책이 아닐까 하는 짐작도 하게 한다.
책을 읽어보면 제목을 왜 그리 붙였는지 알게 된다. 종교사회학자인 지은이는 덴마크에 머물면서 이 사회의 독특한 특징을 눈여겨본다. 루터교가 국교인데 상당수 젊은이들은 자신을 근본적인 의미의 기독교인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논문과 자료,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 사실을 확인하고 왜 그런지 이론적으로 해명한다. 지은이의 탐사는 스웨덴까지 확장되는데, 두 사회가 상당히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덴마크나 스웨덴 종교현상의 특징은 한마디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러 있고, 교회 출석률이 지독히 낮고, 종교가 확실히 목소리를 죽이고 일상생활의 변경으로 밀려나 있는 사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두 나라가 루터교가 국교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미국인 학자 입장에서 보면 근본주의 기독교가 득세하는 미국보다 두 나라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현실은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지은이는 두 나라에서 루터교 영향력이 낮아진 이유를 짚어본다.
첫째 게으른 독점. 다양한 종교들이 규제받지 않고 경쟁하는 사회는 종교에 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국교가 있는 두 국가는 아무래도 자신의 존재를 적극 홍보하지 않게 되니, 시민의 관심 영역에서 멀어졌다고 본다.
둘째는 안전한 사회다. 두 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상당히 튼실하다. 이것이 바로 종교성을 낮아지게 했다는 것.
셋째는 일하는 여자들이다. 종교에는 아무래도 여성들이 더 관심이 많고 적극성을 띠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성들이 직장일에 관심을 쏟고 매달리면서 종교에 대한 에너지가 줄어들었다. 다른 종교전통의 위협을 장시간 받지 않아 발생한 문화적 방어욕구의 결여,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초자연적인 종교신앙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점, 사회전반에 종교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사회민주주의의 정책은 기타 요소로 꼽았다.

지은이의 분석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안전한 사회론이 가장 설득력 높다 여겼다. 현지 인터뷰를 보면 할아버지 대는 신앙심이 강했고, 사회는 그만큼 어려웠다. 아버지 대부터 신앙심이 약화되었고, 아들 대에 이른 오늘 종교의 영향은 현격히 줄어들었으나 경제력은 훨씬 높아졌다. 어느 신앙에나 기복이 있게 마련인데, 이 점이 해결되면 그만큼 종교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듯싶다.
지은이가 두 나라에서 본 특이한 현상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교회에서 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았고, 아이들의 견진성사도 대체로 찬성했다. 이런 현상을 일러 지은이는 ‘문화적 종교’라 이름지었는데, 그 의미는 “오랫동안 전해진 종교적 전통에 분명한 소속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기들 종교의 다양한 관습과 축제에 참여하지만, 자기네 종교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의 비율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기독교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가난한 자와 병자를 돌보고,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라 했다.
이들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했다. 무엇을 믿고 얼마나 신봉하느냐 하는 점보다 그 종교가 궁극적으로 가르치려고 한 바를 삶에서 실천하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종교가 과잉된 사회든, 아니면 지나치게 축소된 사회든 이것만은 동의한다면 인류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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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