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공연 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이미 스탠드형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해상쇼의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 시각, 공연팀과 연출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공연팀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공연을 진두지휘하는 연출진은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콘솔 박스’에서 최종 점검을 마쳤다.
해상쇼는 한국의 마당놀이를 기본으로 로드 퍼포먼스, 아트 퍼포먼스, 서커스, 워터 제트·플라이 보드 같은 수상 스턴트, 분수쇼 등이 결합한 종합예술 공연이다. 여수의 전통 설화를 모티브로 스토리를 만들어 ‘연안과 바다의 보전, 조화’라는 여수세계박람회의 정신을 표현한 주제공연이기도 하다. 거리에서 진행되는 사전 공연을 시작으로 빅오의 바다 공간 전체와 해상 특수구조물을 활용하는 메인 공연 및 커튼콜까지 약 70분간 이어진다.
마침내 공연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정영재 연출감독이 시작 사인을 내보냈다. 이제부터 1시간 남짓, 관객들은 더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지만 무대 뒤에 있는 연출·운영팀은 마치 전장에 나선 심정으로 가슴을 졸인다. 공연 도중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수상 스턴트 같은 위험한 연기가 있어 안전 문제가 가장 신경이 쓰이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가끔은 데크 앞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해 공연 내내 예의주시한다”며 “하지만 전혀 예기치 않은 재미있는 변수들도 많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변수들’의 주인공은 바로 관객들이다. 끼와 재주 많은 관객이 공연단 손에 이끌려 무대 앞으로 나갈 때다. 연출팀은 이때 객석의 반응을 살펴 예정된 시간을 좀더 늘리고, 다음 공연팀에게 ‘잠시 대기’를 지시하는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한다. 공연팀의 동선과 시간은 사전에 정확히 계산된 것이라 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몇몇 관객이 무대에서 큰 웃음을 선물했다. 덕분에 운영요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지만 이들은 “공연이 더 즐거워진다면 이 정도 수고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며 웃었다.
해상쇼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제일기획 컨소시엄’ 소속이다.
제일기획을 중심으로 각 분야 공연 전문가, 협력사들이 손잡고 만든 조직으로 이들은 그동안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APEC 정상회의, G20 서울 정상회의,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폐막식 등 국내에서 열린 굵직한 국제 행사들을 두루 기획하고 연출했다. 특히 이번 여수엑스포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에서 손발을 맞추었던 인력들이 대거 포함돼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좌장 격인 윤정섭 총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엑스포 개막식 연출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전야제 미술감독을 맡았던 인물. 조환준 총연출은 조명과 특수효과를 쓰기 어려운 야외, 한낮 공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당놀이를 토대로 한 한국적인 정서를 세계적인 콘텐츠에 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아 해상쇼의 뼈대를 만들었다.
해상무대를 맡아 현장에서 공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영재 연출감독은 한·일 월드컵 개막식 외에 인천세계도시축전, 경주문화엑스포, 세계도시문화축전 등을 연출했다. 그는 “조명도 없고, 탁 트인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공연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2~3분마다 새로운 볼거리를 터뜨려주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3분의 법칙’을 활용했다”고 한다.
이밖에 손용훈 감독이 거리 공연을, 안병달 감독은 수상 쇼를 담당한다. 운영은 김성훈·홍진수 감독이 맡고 있다. 이들 모두 국내에서 열린 다양한 국제 행사들에 참여했던 베테랑들이다.
공연팀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 초대형 공연에 투입된 연기자는 모두 1백53명, 한 번 공연 때마다 1백30명 정도가 무대에 선다. 규모도 크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호주, 러시아, 우크라이나, 체코, 일본, 프랑스 등 모두 11개국에서 온 ‘다국적’ 공연단이다. 실력이 검증된 연기자를 데려오기 위해 연출팀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오디션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 중 관객들에게 가장 큰 호응이 좋은 팀은 수상 스턴트를 선보이는 ‘모터제트’팀. 다른 공연단이 전문 연기자들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들은 현역 프로선수들이다. 한국, 일본, 미국 국적의 선수들로 이들 역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모터제트팀의 계류장은 오동도에 있다. 연습도, 공연을 위한 최종 준비도 모두 이곳에서 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15분 전쯤 주제관 뒤쪽에 마련된 간이 계류장으로 와 잠시 머물다 공연 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초대형 마리오네트 ‘연안이’는 아침에 ‘공연 창고’에서 나와 오전 내내 스카이타워 앞에 머물며 일종의 ‘포토 존’ 역할을 한다. 그러다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단의 힘에 이끌려 천천히 해상 무대로 이동한다. 공연팀마다 출발지가 다르고, 연습 장소도 달라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날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아침 조회가 있지만 분야별로 나뉘어 진행된다고 한다.
연출, 공연과 함께 해상쇼를 완성시키는 또하나의 주역은 바로 운영팀원들이다. 정 감독은 “겉으로 드러나는 연출이나 공연팀과 달리 운영팀원들은 무대 밖에서 가장 많은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마침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공연이 끝난 무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최고의 공연을 만난다.
글·최선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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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