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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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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백년 전 호주 대륙 서쪽 어느 산호섬에서 벌어졌던 지옥도(地獄圖)를 그린 논픽션이다. 1629년 6월 4일 새벽, 인도네시아를 향해 처녀항해에 나섰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바타비아’호는 암초에 걸려 난파된다.

바타비아호는 길이 48미터에 이르는 당대 최첨단·초대형 상선으로 무려 3백32명이 승선했고 향료무역에 사용할 금은보화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 전해 10월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아프리카 서부해안을 따라 내려와 희망봉을 돌아온 바타비아호는 목적지인 인도네시아 바타비아까지 한두 달이면 닿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난파한 것.

이들이 표류한 곳은 손바닥만 한 산호섬. 선장 등 40여 명이 보트를 타고 인도네시아로 떠난 후 잔류자들 중 지도자로 떠오른 코르넬리스는 ‘악마’였다. 파산한 전직 약제사인 코르넬리스는 귀국보다는 해적의 길을 선택하고, 호의호식을 미끼로 동조세력을 모은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그는 규율 위반 등 온갖 구실로 1백20여 명을 무차별 살육했다.

코르넬리스는 자기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으면서 혀끝과 손끝으로 살인을 지시했고, 추종자들은 피 맛을 본 짐승처럼 날뛰었다. 바타비아호의 비극이 끝난 것은 그해 9월 기적적으로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구조대에 제압당한 코르넬리스는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복수할 거야”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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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타비아호에서 생환한 사람은 1백10여 명에 불과했다. 고립된 인간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성이 마비되고, 야수성·악마성이 표출되는지 저자는 당대의 기록을 중심으로 차분히 파헤친다. 산호섬의 비극이 이야기의 한 축이라면, 1600년대 초 유럽의 상황을 상세히 보여준다는 것은 이 책의 또다른 미덕이다. 많게는 1백배가 남는 향료무역을 둘러싸고

스페인·포르투갈과 네덜란드·영국이 각축을 벌이면서 안전한 항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지고, 신흥도시 암스테르담엔 유럽 전역의 구직자들과 한탕을 노리는 투기꾼이 몰려들어 당시에 이미 마찻길이 일방통행으로 운영될 정도로 융성했다.

여기에 종교개혁 여파로 신·구교 간의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각종 이단들 역시 지역마다 발호하던 정치·종교적 상황이 더해지면서 이 책은 서구 제국주의가 아시아를 침탈하기 시작한 17세기 유럽의 복잡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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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유예진 | 현암사·1만6천5백원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영향을 준 10명의 작가들을 활동시기에 따라 소개하며 17세기 고전주의에서 20세기 구조주의까지 프랑스 문학의 흐름을 짚어본 책이다. 이들은 소설에 실명 혹은 가명, 익명으로 나오기도 한다. 당시 프랑스 문단을 주름잡았던 작가들의 글과 사상, 문학작품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작품에 얽힌 일화, 당시 시대 상황이나 사건, 프루스트의 삶까지 담아냈다.

에우데모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 한길사·2만2천원
‘니코마코스 윤리학’ ‘대윤리학’ ‘덕과 악덕에 대하여’와 함께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으로 전승된 윤리학 책이다. 국내에 처음 번역되어 나왔다. 저자는 행복(eudaimonia, 에우다이모니아)이야말로 모든 덕 가운데 최상이라고 주장한다. 해설과 주석은 주로 서양 고대철학이나 윤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쓰였지만, 전문적인 문헌 정보를 제외하고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버섯생태도감
국립수목원 |지오북·3만6천원
우리 숲에서 자라는 버섯 5백61종을 해설하고, 사진 1천3백장으로 보여준다. 우리 산림에서 자생하는 버섯 대부분을 수록했다. 갓, 주름살, 자루 등과 같이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버섯부터 포자, 낭상체 등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버섯까지 실었다. 또한, 해마다 독버섯 중독사고를 일으키는 잘못된 상식과 생김새가 비슷해서 혼동할 수 있는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구분법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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