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먹는 국수는 아무래도 칼국수가 아닐까 싶다. 음식이름치고는 좀 생뚱맞은 칼국수라는 명칭은 칼로 썰어 만든 국수라고 해서 붙은 것인데, 한국음식의 작명에 재료나 조리법이 아닌 요리도구가 쓰인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이다. 칼국수를 칼제비라고도 하는데 이는 손으로 반죽을 뜯어 넣는 수제비와 구별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전통적인 국수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치고 잡아당기고 하여 길게 한 줄로 뽑아내는 납면(拉麵)과 바가지 같은 도구에 구멍을 뚫어 반죽을 밀어내서 만드는 압착면(壓搾麵), 그리고 반죽을 면봉으로 얇게 민 뒤 겹겹이 접어서 칼로 썰어내는 칼국수(切麵)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중국식 납면은 우리의 기록에는 아예 보이지 않고, 냉면 만드는 방식인 압착면은 국수틀로 기계화되었지만, 손칼국수는 지금까지도 옛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칼국수라 하면 누구나 밀가루국수를 연상하지만 예전에는 밀이 귀해서 밀가루국수가 귀한 음식 대접을 받았던 모양이다.
1123년에 송나라 사신 서긍이 저술한 기행문 <고려도경>은 “고려에는 밀이 적기 때문에 화북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때는 오히려 메밀이 흔했던 모양으로 17세기 말에 나온 요리책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 등은 메밀로 만든 칼국수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조선 후기에 서명응이 집필한 종합농서 <고사십이집>에도 “국수는 본디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국수를 만든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토록 귀하게 여기던 밀가루 칼국수가 지금처럼 흔해진 것은 6·25 전쟁 때 미국에서 밀가루가 구호식량으로 대량 유입되면서부터다. 또 1960년대에 쌀의 공급이 부족하자 정부가 분식장려시책을 펼치면서 더욱 많이 먹게 되었다.
칼국수는 밀가루, 메밀, 콩가루, 도토리 가루 등 면을 만드는 재료에 따라서도 나뉘지만 육수와 고명, 조리방식에 따라서도 종류가 늘어난다.
흔하게는 닭칼국수, 사골칼국수, 멸치칼국수, 바지락칼국수, 팥칼국수, 들깨칼국수, 김치칼국수, 매생이칼국수, 낙지칼국수, 장칼국수 등이 있는데 경제사정과 지역별로 공급이 용이한 재료에 따라 발전해왔다.

내륙의 형편이 좋은 가정에서는 사골과 고기로 육수를 내기도 하고,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는 멸치와 바지락, 다양한 해물로 국물을 만드는 식이었다. 옛날에는 요즘 같은 육수가 아닌 꿩육수와 간장국, 오미잣국 등을 흔히 썼다. 칼국수 위에 올라가는 고명도 애호박, 소고기나 닭고기, 버섯, 달걀을 부쳐 만드는 황백지단 등 다양하다.
또 칼국수는 국수를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건진국수와 제물국수(누름국수)로도 나뉜다. 건진국수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뒤 가늘게 썰어서 삶아 찬물에 헹구었다가 육수를 붓고 고명을 얹어 먹는데 경상북도 안동의 양반집에서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던 음식이다.
제물국수는 국수를 따로 삶아서 헹구지 않고 이름 그대로 국수 끓이던 제물에 모든 재료를 넣어 먹는 방식이다. 그래서 국물이 건진 국수에 비해 진하고 걸쭉하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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