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기자전거를 개발·제조하는 브이엠은 전 직원이 5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다. 그렇지만 이 회사의 기술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배터리 교체 주기와 충전 수명을 늘려 주는 패키징 기술과 제어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때문에 코스닥 상장회사들로부터 인수합병(M&A)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 작지만 강한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는 조범동(30)대표다.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는 그는 3년 전 이 회사를 설립했다. 기술 개발은 물론 판매와 홍보까지 도맡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조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조범동 대표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를 졸업했다. 이 학과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취업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마음만 먹으면 요즘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정부출연기관에 들어가는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는 안정된 직장 대신 험난한 여정이 예고돼 있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그 이유가 뭘까.
“대학 1학년 때 철도차량에 들어가는 전력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 이후 특허에 재미를 붙여 출원 건수가 40여건, 등록 건수가 20여 건에 이르게 됐지요. 뭔가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대기업이나 정부출연기관에 들어가면 이렇듯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직장에 안주하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고 창업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고요.”
대학 2학년이던 2003년 조 대표는 전기스쿠터 업체로부터 전기회로를 개발해 줄 수 없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일종의 개발 용역이었는데, 몇 달 만에 용역을 마치자 업체는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급하며 세금계산서를 요구했다. 그는 “세금계산서를 떼려면 사업자등록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며 “나도 모르게 사업의 기본을 익히게 됐고 창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때부터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수강했고, 학부 졸업 후 곧바로 기술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서 대전에 있는 정부출연기관에 취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대우가 너무 좋아 잠깐 고민했어요. 그러다 언젠가 독립하리라는 꿈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도전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창업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죠.”

2009년 조 대표는 에너지 효율이 좋은 전기자전거 개발을 목표로 지금의 회사인 브이엠을 창업했다. 대학 재학 중 몇 건의 개발 용역을 진행한 후 받은 돈과 특허청에서 나온 장학금을 모은 돈 5천만원이 창업자금이 되었다.
조 대표는 “종잣돈 5천만원은 개발비로 쓰기 위해 아껴 두고 초기 투자비용은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서 진행하던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를 활용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예비기술창업자육성사업자로 선정돼 개발비 7천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덕분에 지금껏 자금난에 허덕인 적은 없다고 한다.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기술·지식 부문 청년 창업자 중 가능성이 많은 창업자 1천명을 선발해 창업 공간과 비용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씨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창업 공간과 함께 매월 1백만원씩 1년 동안 지원받았다. 또한 수료 후 우수업체로 선정돼 지금껏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옛 마포구청사의 일부 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창업 아이템이 왜 전기스쿠터가 아니고 전기자전거였느냐”고 묻자 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스쿠터는 자전거에 비해 모듈화가 덜 되어 있어서 설비 부담이 컸습니다. 또한 스쿠터는 배달용으로 많이 사용돼 저가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가격 경쟁이 붙을 경우 저희 같은 벤처기업으로서는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반면 자전거는 설비 부담이 적어 전기전자공학적 기술만 가지고도 접근이 쉬웠고, 레저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미지도 고급스러웠습니다.”
조 대표가 개발한 전기자전거는 기존 제품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업계 최초로 엘리베이터 등 모터에 장착되는 대전력 스위칭과 제어용 파워모듈(IGBT) 소자를 자전거 구동에 적용해 구동효율이 40퍼센트 가량 높아진 까닭이다. 기존 제품의 경우 한 번 충전하면 주행거리가 길어야 70킬로미터지만 브이엠이 출시한 제품은 90킬로미터(절전모드일 경우 1백70킬로미터)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제어 방법을 디지털로 바꿔 운행 중 발생하는 발열이 대폭 줄었다. 덕분에 배터리 수명도 기존 제품에 비해 세 배 이상 길어졌다. 조대표는 “기능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경쟁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들의 경우 프레임 등 대부분의 부품을 값싼 중국산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부분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낮았지요. 저희는 이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퀄리티가 훨씬 높은 대만산 프레임을, 그것도 주문생산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산되는 전기자전거 한 대 값은 1백65만원이다. 일반 자전거보다는 비싸지만 전기스쿠터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한 편이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총 3백여 대를 생산해 1백여 대를 판매했고, 나머지는 투어링 사업용으로 제주도(우도, 제주항, 제주공항, 한림, 표선)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 한강둔치(성수동)에서도 시범적으로 15대를 운영 중이다.
조 대표는 “최근 전남도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영산강 자전거길과 청산도에서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올해 매출 목표를 6억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사업 영역을 자동차로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서철인 기자 / 사진·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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