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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호흡 잘 맞는 만큼 좋은 성적 거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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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올림픽에서 가장 중증의 장애를 가진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 보치아다. 뇌성마비 1·2급의 장애인만 참가할 수 있는 보치아는 장애 정도에 따라 BC1, BC2, BC3 등 3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서도 BC3 종목은 장애가 가장 심한 경우로, 선수가 손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을 굴릴 때 경사로인 ‘홈통’을 이용한다.

경기자는 표적구가 놓인 위치에 따라 홈통의 방향과 각도 등을 조절해서 공을 굴려야 하는데, 이때 비장애인인 보조자의 도움을 받는다. 선수와 보조자가 경기에 함께 출전하기 때문에 이 둘 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기간 선수의 손과 발이 되어 호흡을 맞춰야 하는 BC3 종목의 특성상 가족이 코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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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C3 종목에 출전하는 김한수(20·뇌병변장애 1급) 선수와 윤추자(52) 코치는 모자(母子) 관계다. 김 선수의 어머니인 윤 코치는 “선수라면 누구나 목표하는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왔다”며 “아들과 함께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이니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모자 콤비’는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인 정호원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전력이 있다.

김한수 선수는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윤 코치는 숫자가 적힌 판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한다. 김 선수가 숫자판의 특정 번호를 짚으면 윤 코치가 번호에 따라 사전에 약속된 대로 홈통의 높이를 조절하면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윤 코치는 “이번 대회의 목표는 BC3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개인전에서도 한수와 같이 출전하는 세 명의 선수가 모두 좋은 성적을 내어 시상대에 태극기 3개가 나란히 걸리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BC3 종목에서는 세계랭킹 2위인 김 선수를 비롯해 1위인 정호원 선수, 12위 최예진 선수가 함께 출전한다.

김 선수는 주몽초등학교 5학년 때인 8년 전부터 보치아를 시작했다. 윤 코치는 “아들에게 취미활동과 운동을 하면서 좀 더 많은 사람과 어울릴 기회를 주고 싶어서 보치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치아를 처음 시작할 때 한수는 그다지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2009년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국제대회에 출전했는데, 너무나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후 한수가 운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보치아를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동기부여를 많이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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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보치아 BC3 종목에 출전하는 최예진(21·뇌병변장애 1급) 선수는 어머니인 문우영(50) 트레이너와 함께 런던으로 간다. 최예진 선수는 2011년 벨파스트세계월드컵보치아대회에서 개인전 은메달을 땄으며, 현재 국내순위 2위다. 어머니 문우영 트레이너는 “딸이 보치아 역사상 BC3 개인전에서 여자 선수로는 첫 메달을 따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예진 선수는 5년 전부터 보치아를 시작해 지난해 국가대표가 되었다. 문 트레이너는 대학시절 태권도를 전공했고, 아버지는 합기도 선수 출신으로 스포츠 가족이다. 문씨는 “딸이 처음 보치아를 시작했을 때 시합만 나가면 하위권을 맴돌았다”며 “이후 내가 달라붙어 지도하면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딸의 경기를 비디오로 찍어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시합 전에 상대 선수의 전력을 분석하는 등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한 것이 성적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딸이 보치아를 하기 전에는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허약 체질이었는데 지금은 몸도 건강해지고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이 넘칩니다.”

문 트레이너는 “예진이의 장점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점수를 내려고 하는 악착같은 성격”이라며 “큰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대범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예진 선수는 현재 나사랏대학교 특수체육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최 선수는 “나의 장래희망은 졸업 후 보치아 전임강사가 되는 것”이라며 “후배들도 지도하고 보치아 교실도 열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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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한 사이클의 진용식(34·지체장애 3급) 선수는 형인 진용철(35) 코치와 함께 출전한다.

진용식 선수는 2000년부터 올림픽에 세번을 출전한 베테랑 선수다.

이번 런던 대회가 네번째 도전이다. 2000년 시드니장애인올림픽 때 도로 독주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개인 도로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8년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 밖에 아시안게임과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항상 상위권 입상을 유지했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진용식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이클을 탔고, 형인 진 코치는 그보다 나중에 사이클에 입문했다고 한다. 진 코치는 초등학교 때 유도를 했는데, 부상을 당해 회복을 기다리던 중 동생의 권유로 사이클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 코치는 대학교 2학년 때 큰 부상으로 더는 선수생활을 하지 못하고 사이클 지도자의 길로 방향을 전환했다. 진 코치는 동생인 진 선수의 장점으로 ‘의지’를 꼽았다.

“동생이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도로 독주를 하다가 자전거에서 떨어졌습니다. 사이클은 빠른 경기이기 때문에 한번 낙차(落車)하면 순위가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위축되어 그대로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동생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더니 결국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저도 사이클 선수였지만 존경심이 저절로 들더군요.”

진 코치는 “동생이 2007년에는 자전거에서 떨어져 무릎을 크게 다쳤는데도 강한 의지와 연습으로 이를 극복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어 땀의 대가를 보상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이상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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