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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감성여행 <열정… 낭만 하면 부산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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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앞 큰 연못에 살던 용 가족이 있었다. 어린 용들이 점점 커 가면서 연못은 가족이 함께 살기에 비좁아졌고, 엄마 용은 아쉬워하면서도 인근 마을로 아들딸을 분가시켰다. 용 가족이 함께 살던 마을이 대룡마을, 자녀 용들이 흩어져 간 마을이 인근의 기룡마을, 용소마을이란다. 떠나보낸 자식을 그리워하다가 엄마 용은 돌이 됐다. 그 돌이 ‘용바위’다.

용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기장군 장안읍의 대룡마을은 얼핏보기엔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그런데 이 마을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을은 살아서 꿈틀거린다. 마을 입구에서 나뭇가지로 만든 거대한 짐승 떼와 만난다. 한 방향으로 줄지어 늘어선 조각 모양이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 듯하다.

좀 더 걸어가면 머리가 다섯 개 붙은 우주인 모양이 나타나고, 흰 옷을 입은 흑인 여자와 반짝이는 은색 물고기, 철근으로 만들어진 말, 거대한 코뿔소 조각도 나타난다. 오래된 방앗간은 근사하게 변신해 ‘대룡역사박물관’이 됐다. 어디선가 뚝딱뚝딱 망치질 소리와 ‘윙’ 하는 전기톱 소리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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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따라 걷다 보니 ‘아트인오리’라 이름 붙은 작업실 겸 카페가 보인다. 거대한 굴참나무 아래 빈티지한 멋이 인상적인 카페는 여행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13명의 작가 중 한 명이자 대룡마을을 예술마을로의 변신을 기획한 정동명씨와 마을에서 처음 만난 ‘짐승 떼’를 만든 조각가 문병탁씨가 그곳에 있었다. 그들에게서 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룡마을이 고향인 정동명씨가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2007년부터 작가들이 한 명씩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예술마을로 탈바꿈하게 됐단다. 예술가들은 마을 이곳저곳에 자유롭게 작품을 설치했다. 그리고 여행자를 위해 도자기 만들기나 목공예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문병탁씨가 운영하는 카페 ‘스페이스223’에서도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정동명씨의 카페는 아주 자유롭게 운영된다. 냉장고를 뒤적여 먹고 싶은 것을 꺼내 먹으며 커피를 내려 마시고 원하는 만큼 돈을 내고 가면 된다. 마을 안쪽 길을 따라 마근저수지까지 산책도 즐길 수 있다. 마을에서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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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골목’이라는 직설적이지만 애매한 이름이 붙은 이 골목을 찾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부산 사람들은 이 골목을 경성대 문화골목 또는 대연동 문화골목이라 부른다. 어떤 모습의 골목이 여행자의 가슴을 뛰게 만들까 상상하며 찾아가 봤다.

문화골목의 구조는 평범하지 않다. 2008년 6월 문을 연 문화골목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최윤식씨가 대연동의 오래된 주택 네 채를 구입해 개조한 뒤 공연장과 음식점, 갤러리와 찻집, 술집 등으로 부려 놓은 공간이다. 각각의 공간들을 좁은 골목길과 계단을 통해 연결해 놓았으며 곳곳에 나무와 꽃, 연못과 수로가 있는 운치있는 정원을 마련하고 나무 그늘 아래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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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석 규모의 공연장의 이름은 용천지랄소극장. 9월 초까지 ‘존경하는 옐레나선생님’이 상연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공연이 올라간다. 엔티크한 분위기의 찻집 ‘다반’에서는 차와 함께 질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고, 오래된 LP판들을 보려면 ‘노가다’에 가면 된다. 1백살 넘은 석류나무 앞 갤러리 ‘석류원’에서는 꽃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지짐이와 탕, 명태구이와 동동주가 그리울 땐 아늑한 창고 술집인 ‘고방’을, 따끈한 어묵과 정종이 생각나면 선술집 ‘몽로’를 찾으면 된다. 골목마다 콕콕 박힌 8개의 개성 넘치는 공간을 탐험하다 보면 진짜 부산의 얼굴과 마주칠 수도 있다.

저녁 7시. 입추와 처서 지난 지 오래이건만 이 도시의 해는 여전히 기운차다. 성급한 낮달이 정수리 위로 떠오른 시간, 다대포 앞바다는 이즈음이 돼야 북적이기 시작한다. 고운 모래사장 펼쳐진 해변의 입구, 커다란 원형광장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겹겹이 둥글게 놓인 관람용 의자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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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잡아 1천명에 가까운 사람이 광장을 둘러싸고 아무것도 없는 빈 바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바다 너머로 스러질 즈음 짜잔, 하고 둘레 1백80미터의 거대한 바닥에서 강한 물줄기가 치솟아 오른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매일 저녁 일몰시간에 열리는 다대포 낙조 분수쇼가 시작된 것이다.

고운 목소리의 여성 디제이가 어느 청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사연을 읽어 내려가는 것으로 쇼는 시작된다. 이어 흘러나온 노래는 신나는 클럽음악인 람파오의 ‘파티록앤섬(Party Rock Anthem)’이다. 강렬한 비트에 맞춰 1천46개의 노즐과 27개의 작은 분수대에서 뿜어져 솟는 분수에 박수가 절로 나오고 몸이 들썩인다. 화려한 조명까지 곁들여 한편의 콘서트를 보는 듯하다.

하치투리안의 ‘가면무도회’, 성시경의 ‘거리에서’, 영화 <007>의 메인테마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음악 분수쇼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더없이 유쾌하다. 분수쇼에 사용되는 음악은 시민들의 신청곡들이다. 낙조 분수 홈페이지에서 사연과 음악을 신청할 수 있다. 게다가 음악 분수쇼가 끝난 뒤에는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분수대 안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죄다 크고 작은 분수들 사이를 헤치고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대포 앞바다 위로 흘러간다. 즐거운 밤이다.

부산 시내의 밤 풍경을 보고 싶다면 차를 몰고 황령산으로 향한다. 부산진구와 남구, 수영구, 연제구에 걸쳐 있는 해발 4백27미터의 황령산 정상에는 동래부 때인 1422년(세종 7년) 설치된 군사상 중요 통신수단인 봉수대가 남아 있다. 이 봉수대는 동쪽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 서쪽의 구봉 봉수대, 북쪽 계명산 봉수대 등과 연결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은 해마다 산신제와 봉화제가 재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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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의 야경은 이 도시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풍경이다. 발아래 환한 불빛 요동치는 곳은 번화가인 서면이다. 쭉 뻗은 길을 따라가면 부산역과 자갈치시장까지 밤의 풍경이 이어진다.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광안리 해변과 광안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장산(6백34미터) 자락에 가려 해운대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눈에 넣기 충분할 만큼의 밤 풍경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이 도시는 낮보단 밤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이 또 바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 쏠쏠한 정보 한 가지 더. 봉수대에서 만난 한 시민이 말하길, 해마다 1백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10월의 광안리 불꽃축제를 편안하게 감상하려면 이곳이 제격이라고 했다.

글·고선영 (여행작가) / 사진·김형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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