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동해안 살아 있는 명태를 찾습니다. 최고 10배까지 보상해 드립니다.”
지난 2008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어민들 대상의 명태 현상수배 포스터를 제작해 동해안 곳곳에 붙였다. 포스터에는 ‘살아 있는 명태는 연구 목적으로 귀중하게 사용된다’는 부연설명이 써 있었다. 연구소 측은 “우리 바다에서 사라져 가는 명태의 알과 정자를 채취해 인공산란한 후 치어를 방류할 목적이었으나 어미 명태를 구하지 못해 연구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명태는 가공이나 포획 방법 등에 따라 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등으로 불리며 사랑받아 온 생선이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정어리, 고등어, 멸치 다음으로 어획량이 많았던 어류이기도 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30~1940년 명태의 어획량은 1백46만톤에 이른다.


이렇듯 흔했던 명태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 해 평균 어획량이 1만 톤 아래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국산 명태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 강수경박사는 “명태 치어인 노가리의 남획이 이어진 데다 서식지인 원산만의 온도가 올라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태처럼 우리 바다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어종은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정어리와 쥐치다. 정어리의 경우 1930~1940년대만 해도 전체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 어류였지만 현재는 5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1970~1980년대 군것질거리로 각광받았던 쥐치 역시 한때는 전체 어획량의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겨우 1퍼센트가 될까 말까 할 정도다.
한류성 어류가 급감한 데 반해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은 어획량이 늘고 있다. 멸치의 경우 과거 남해안 일대에서만 잡히던 것이 요즘은 동해와 서해 전역에서 어획되고 있고, 동해안 특산물로 여겨온 오징어는 최근 서해안에서도 적지 않게 잡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박사는 “지난해 우리나라 연근해 어획량이 1백23만 톤인데, 이 중 오징어, 고등어, 멸치 어획량이 50만 톤이 넘는다”며 “최근에는 제주해역과 동중국해에서 잡히던 참다랑어가 남해안과 동해·서해 남부에서 어획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다랑어 외에 그동안 제주 지역 특산물이었던 오분자기가 전남 진도에서 잡히고 있고, 자리돔의 경우 독도 인근에서도 어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독도에는 자리돔 산란장도 형성돼 있지요.”

전문가들은 우리 바다의 어족 자원이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변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우리 바다 온도는 짧은 기간 빠르게 상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연평균 수온은 1968년부터 2010년 까지 43년 동안 섭씨 1.29도 상승했다. 전 세계 바다 수온이 1백 년에 0.5도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 바다의 수온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오른 셈이다.
우리 바다 수온이 빠르게 상승한 요인은 뭘까.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의 황재동 박사는 “중국 대륙에서 서해로 흘러나오는 담수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원산만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이 크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은 지구온난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대륙을 흐르는 양쯔강이라든가 황허강의 수온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인데, 이 강물이 서해로 흘러들어 우리 바다 표면의 수온을 높이고 있죠.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형성되는 차가운 북극 기단 역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세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입니다. 그 때문에 원산만 일대를 중심으로 한 동해의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했죠.”
어족 자원의 변화는 단지 수온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강수경박사는 “수온 상승 외에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오염과 어류 남획으로 인한 동물성 플랑크톤의 증가, 해류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어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해파리의 급증 요인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대책반의 윤원득 박사는 “해파리는 수온 상승보다 해양오염과 어류 남획 때문에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해파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경쟁자인 치어가 없는 곳을 좋아합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경우 최근 중국 어선들이 물고기의 씨를 말리듯 치어까지 남획해 해파리가 좋아하는 플랑크톤이 폭증했지요. 그 밖에 해양구조물이 많아진 것도 해파리 급증의 원인입니다. 해파리는 방파제나 송전탑 같은 인공구조물에 붙어살면서 번식하거든요.”
국립수산과학원 적조종합상황실의 박태규 박사에 따르면 적조현상 역시 수온 상승이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수온 상승은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며 “적조는 염분, 해류, 일조량, 해양오염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고 말했다.
글·서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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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