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최근 국내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데 문화체육관광부 외 여러 정부 부처가 힘을 합치고 있다. ‘2012 하하호호(夏夏好好) 캠페인’에 행안부의 정보화마을, 농식품부의 농어촌체험마을, 국토부의 갯벌생태여행, 환경부의 국립공원 생태관광 프로그램, 산림청의 숲길 체험 프로그램 등이 참여하고 있다. 몇몇 대도시에 인구와 물자가 집중돼 있어 관광을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내관광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뚜렷하다. 우선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다. 휴가철에는 주로 대도시 주민들이 지방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면서 농어촌 주민에게 새로운 수입원이 마련된다. 농사를 짓는 땅에 도시 어린이들을 불러 체험하게 하면서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관광에 필요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는 것은 물론,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국내관광은 대도시 집중을 막고 지방분산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도시로 집중되는 이동경로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면서 지방에서는 이전보다 더 활발한 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도 지방으로 돌릴 수 있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의 83퍼센트가 서울을 거점으로 하거나 서울에만 머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관광을 더 많이 떠나면 그만큼 관광 여건이 좋아지고 외국인 관광객도 분산될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적지 않다.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국내관광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1980년대부터 국내관광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한 영국의 경우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떠난 사람 중 67퍼센트가 앞으로 국내여행을 더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여행을 다니며 몰랐던 조국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적 계층이 함께 즐겨 문화적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국내관광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노인층, 장애인 등이 어우러져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국내관광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안들이 국내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 국내관광의 주 수요자는 어린이가 있는 가족여행객이다. 여행경험은 가족의 화합을 이루고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가족여행에서는 눈으로만 보는 관광보다 문화 체험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캠핑여행이 요즘 주목받는 이유가 캠핑하면서 가족의 단결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방학은 캠핑여행의 최적기라 많은 가족이 캠핑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가족여행을 활성화시키려면 체험 중심의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세계 1위의 관광대국이다. 그런데 전체 관광객의 85퍼센트가 자국민일 만큼 국내관광이 활성화된 곳이다. 그 원동력은 지트(Gite)라 불리는 숙박시설에 있다. 6만개에 이르는 저렴한 민박, 펜션,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어 프랑스인들은 언제든 저렴한 비용에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떠날 수 있다. 거기다 걷기코스가 잘 갖춰져 있고 음식 문화도 발달해 있어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이 걷기 관광을 활성화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길만 걸을 뿐 현지에서 돈을 쓰지 않고 떠난다는 점에서다. 이런 아쉬움을 보완하려면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국내여행을 촉진하는 단기 전략으로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하루 더 여행하기’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지방의 음식 문화나 아름다운 경치를 소개하는 공모전을 개최하면 회사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사무실이나 공공시설에 지역별로 주요 관광지 포스터를 부착해 노출효과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지역을 알리는 데 힘이 되고 여행을 촉발시킬 수 있다. 서울역 지하철 역사 안에 지역홍보 안내판을 많이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자극받게 하는 이치와 같다.
장기적으로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여행과 레저 활동에 대한 조기교육을 펼쳐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간, 지방과 지방 간 ‘교환학생 홈스테이’를 한다면, 다른 지역을 이해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에 방문한 지역에 호감을 갖고 여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내 배낭여행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우리 머릿속에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배낭여행은 당연하게 해외여행을 의미하는 것이 됐다. 한국관광공사에서 펼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캠페인’ 등에 맞춰 국내 배낭여행을 장려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내여행 목적 중 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1위가 휴식, 2위가 경치 구경, 3위가 식도락이고, 숙박 관광은 4위에 불과하다. 여행 총량을 늘리면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당일치기 여행보다는 숙박 여행이 더 효과적이다. 숙박 관광을 이끌어내려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축제를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험 활동 등을 늘리는 것도 좋다.
요즘 정책적으로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체력을 증진시키려 중학생들에게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을 의무화한다고 한다. 같은 논리로 학생들이 국내여행을 떠나 캠핑, 낚시, 승마, 요트, 카누, 래프팅 등 레저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이런 여가 활동을 늘리는 데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글·오익근(계명대 호텔관광학과 교수·한국관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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