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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답십리역 1·2번 출구를 나오면 과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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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2번 출구로 나가면 고미술상가가 나온다. 발길을 옮길수록 생경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상가 밖이며 복도에 불상, 탑, 고가구들이 마치 터줏대감처럼 앉아 있다.

고미술상가의 위치를 알려주는 낡은 표지판에는 ‘Sam Hee’라는 말이 쓰여 있다. 삼희는 아파트 이름이다. 고미술상가는 삼희아파트 2, 3, 5, 6동의 1층과 송화, 우송빌딩 1층에 자리해 있다. 80년대판 주상복합 아파트인 셈이다.

공기의 흐름마저 고즈넉하게 느껴지는 이곳에서 현재 1백50여 곳의 상가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원래 고미술상가는 중구 황학동과 서대문구 아현동 일대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에 비싼 자릿세와 교통난을 피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상가 안은 마치 박물관과도 같다. 도자기부터 서책, 자수 공예품까지 세월을 이겨낸 골동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유리창 안에 있지 않아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조상의 유품들이다. 상가 안에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골동품을 감상하는 젊은 엄마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들도 자주 보였다. ‘입문’ 단계를 지나 한국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외국인들이 인사동 대신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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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상점 ‘가람’을 운영 중인 이상근씨는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며 많은 것을 잃었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1970~80년대까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게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근대를 잃어버린 거죠. 예전 영화포스터나 소품 등 근대의 물건들이 눈에 띄면 사들여 놓고 있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켜켜이 보존해 놓으면 그게 또 골동품이 되고 고미술이 되는 것이지요.”

서울관광마케팅은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도보관광투어 코스로 개발해 인근의 약령시장과 함께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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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도 80년대 수준의 낡은 간판을 정비하고, 관광객용 휴게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했다. 사람들이 상가 위치와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홈페이지도 만든다. 상인들도 상가 문화명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사단법인 답십리고미술회가 출범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회가 11월7~13일까지 인사동에서 열렸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문을 연다. 아침 9시30분에 문을 열어 저녁 7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해가 짧은 동절기에는 저녁 6시가량이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고미술상가의 상인들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구경나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골동품의 매력에 눈을 뜬 아이들은 언젠가는 골동품, 고미술 애호가가 될 것이니 말이다.

글·하주희 기자 / 사진·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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