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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감성여행 <자연 속 도심 용인의 달콤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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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모현면 동림리에 위치한 ‘은하초코기사단’에 도착했을 때 인근 중학교에서 온 80여 명의 학생들이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초콜릿의 원산지는 멕시코예요. 멕시코 사람들은 카카오 열매를 ‘신의 음식’이라 부르며 차처럼 음료로 마셨죠. 당시 카카오 열매는 화폐로도 쓰였는데 10알로는 토끼 한 마리를, 10알로 노예 한 사람을 살 수 있었답니다.”

달콤한 초콜릿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는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모현면 동림리에 위치한 이곳은 쇼콜라티에 박영도씨가 운영하는 초콜릿 작업장. 이곳에서 박씨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재미난 초콜릿 강좌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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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열매에서 카카오버터와 카카오매스를 추출한 뒤 적당한 온도에서 그 둘을 다시 잘 혼합해야 초콜릿이 된다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초콜릿’이라는 정확한 표기를 붙이려면 카카오매스 함유량이 20퍼센트 이상이어야 된다는 것을 법으로 정해놓았다거나, 보통의 초콜릿이 손에서 녹아버리는 이유는 카카오버터 대신 대두유나 팜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b커다란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액체화된 초콜릿이 등장했다. 그는 토치에 불을 붙여 대리석 테이블의 온도를 높였고 적당한 온도가 되자 통에 담긴 초콜릿을 단번에 테이블 위에 쏟아냈다. 달콤한 향이 순식간에 너른 공간을 가득 채웠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리저리 주걱으로 초콜릿의 온도를 낮추는 과정인 템퍼링(tempering)이 재빠르게 진행됐다.

실제로 템퍼링은 초보자들이 하기 어렵기 때문에 체험 중에서는 전문가가 이 과정을 대신해준다. 아이들이 만들 초콜릿은 아몬드와 호두 등의 견과류와 크랜베리와 오렌지껍질 따위를 말린 것을 얹은 만디앙초콜릿. 주머니에 든 초콜릿을 5백원짜리 동전 크기로 짜낸 다음 그 위에 마음대로 토핑을 얹으면 되는데 초콜릿이 꽤 빠른 속도로 굳기 때문에 재빠르게 만들어야 된다. 조심조심 초콜릿을 짜내고 토핑을 얹던 학생들은 이내 초콜릿으로 아예 그림을 그려댄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고 양말도 만들더니 곰돌이도 하트도 만든다.

아이들이 만든 초콜릿은 진하고 달콤하며 상쾌한 쓴맛을 가졌다. 카카오매스 78.5퍼센트의 리얼 초콜릿의 맛이다. 남미 칠레에서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박영도씨는 환경적인 영향 때문에 자연스럽게 쇼콜라티에가 됐다. 고향인 모현면에 정착한 그는 마을에서 생산한 호박을 이용한 초콜릿은 물론 홍삼이나 인삼 등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우리 입맛에 맞는 초콜릿 개발에 나서 지금까지 양파·당근·마늘·시금치초콜릿 등 여러 가지를 개발했다.

지난해 김천 자두축제를 앞두고 개발한 자두초콜릿과 대구 달성의 다사농협과 함께 만든 쌀초콜릿은 지역특산물로도 성공한 초콜릿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에 오픈한 초콜릿공방의 강좌는 매년 1만5천명 이상이 찾을 만큼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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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은 멋진 갤러리와 박물관이 가득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중 단연 으뜸은 백남준아트센터이다. 내년 1월 20일까지 계속되는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이 전시 중에 있다. 백남준(1932~2006)이 생전 직접 이름 붙인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백남준아트센터’는 독특한 외관과 더불어 건물을 둘러싼 담과 바닥을 자연스럽게 이어 놓은 작은 검은 블록들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멋진 아트센터 안에 어떤 재미난 것들이 있을지 상상해보는 일도 즐겁다.

예술 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좀더 쉽게 이해하기에는 전문 해설사가 진행하는 전시투어에 참여하면 좋겠다. 갤러리에서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은 자전거를 타고 심해 잠수부의 헬멧을 쓴 칭기즈칸(징기스칸의 복권)과 꽃으로 가득 채운 자동차 마르코 폴로(마르코 폴로), 스쿠터에 올라탄 인디언(즐거운 인디언). 자전거와 자동차, 스쿠터라는 ‘탈 것’에 온갖 정보 전달의 수단(컴퓨터와 TV 등)들을 싣고 ‘이동’하며 ‘소통’한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더없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간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로봇 K-456’ 앞에서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난다. 1965년에 태어난 이 로봇은 팔을 흔들 며 걸을 수 있고 마른 콩을 배설하며 20채널의 라디오로 조정됐는데 1982년 교통사고를 가장한 퍼포먼스를 통해 죽음을 맞았다. 백남준은 로봇의 죽음을 통해 당시 사회분위기였던 기술만능주의를 비판하고 기술 역시 인간에 의한 것임을 알리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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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백남준의 작품뿐 아니라 김신일과 이불, 댄 그래험, 루츠 담백, 올라퍼 엘리아슨 등 인간과 기계, 자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을 탐구했던 백남준의 예술세계 그 궤적에 닿아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게다가 이들의 작품들은 대부분 백남준이 그러했듯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어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뒤편의 경기도어린이박물관도 한번 찾아갈 만하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 전용 박물관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체험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만 4세 미만의 유아들이 뒹굴며 놀 수 있는 자연놀이터와 운동선수가 돼보는 튼튼놀이터 등을 비롯해 2층에는 물을 이용한 다양한 과학적 원리를 놀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물놀이터(한강과 물)가 있다.

맞은편에는 블록 쌓기와 집짓기를 통해 건축물 축조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건축 작업장도 있다. 마치 어린이를 위한 거대한 실내 놀이공원 같은 이곳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가며 동시에 환경과 자연,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이끈다. 박물관 각 공간의 주제를 따라 가며 아이들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이 전시를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학습을 지원하는 안내지가 곳곳에 마련돼 있어 부모에게도 도움을 준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소규모 체험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위한 공연도 종종 열린다. 단 1일 관람 인원이 제한돼 있어 주말에는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 박물관 홈페이지(www.gcmuseum.or.kr)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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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정동 카페거리에서는 괜히 마음이 설렌다. 거대한 아파트촌 한가운데 숨은 12월의 보정카페거리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따뜻한 톤의 컬러로 페인팅한 수제버거 가게, 구수한 커피 볶는 향 흘러나오는 카페, 크림색 커튼이 드리워진 우아한 브런치 레스토랑,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멋을 낸 펍, 갓 구워낸 빵 냄새 가득한 케이크 가게, 접시 부딪치는 소리마저 명랑하게 들리는 이탈리아식 가정요리를 내는 레스토랑까지.

f이 거리에는 온갖 좋은 냄새와 유쾌한 소리, 보기 좋은 것들로 가득하다. 바둑판 모양의 9개 블록에 1백12개의 점포들이 골목골목늘어선 보정동 카페거리는 2003년 무렵 탄천변 주상복합건물과 함께 생겨났다.

보행자 전용도로인 메인로드는 잘 자란 가로수들이 있어 더 운치가 있다. 꼬마전구를 몸에 감은 겨울날의 가로수들은 낭만 가득한 분위기를 만든다. 수천 권의 책들이 천장 높은 카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카페 ‘에코의 서재’나 브런치 레스토랑 ‘플레이트 607’ 또는 디저트 카페 ‘아임홈’ 등이 유명하다.

12월의 마지막 일몰을 용인 처인구 이동면의 어비리 저수지에서 보는 것도 괜찮다. 어비낙조는 용인이 자랑하는 8가지 아름다운 풍경 중 두번째. 저수지가 들어앉은 어비리(漁肥里)는 지형이 물고기의 날개 지느러미처럼 생겼다고 해 옛날부터 어비촌이라 불렀다.

본래 이 마을을 지나는 큰 내가 있었고 오래전 이를 장호천이라 했는데 묵리, 서리, 천리에서 흐르는 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용인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황금 평야를 위해 1972년 제방을 쌓아 ‘송전저수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저수지는 용인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45번국도를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 저수지가 워낙 넓다 보니 일몰 포인트도 여럿이다.

송전에서 묘봉리로 들어서는 언덕길에서 보이는 낙조도 멋지고 저수지의 수상 좌대를 배경으로 한 일몰도 낭만적이며 주변에 있는 삼봉산, 시궁산에 올라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갈대숲 사이로 붉은 태양이 스러지는 광경도 일품이다. 이 저수지에 붕어, 잉어, 가물치, 메기 등이 풍부해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도 많고 이 신비로운 풍경을 뷰파인더에 담으려는 사진가들의 출사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글·고선영 (여행작가) / 사진·김형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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