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국의 헌책마을 ‘헤이온와이(hay-on-wye)’를 만든 리처드 부스는 말한다. “새 책은 저자의 국가나 지역경제를 발전시키지만, 헌책은 세계를 오가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폐광촌이었던 헤이온와이의 소방서 건물을 사들여 1960년대 초 헌책방을 열었다. 이후 40여 곳의 헌책방이 들어서 지금까지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헌책방거리가 남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국제시장 인근엔 사과 궤짝에 헌책을 놓고 파는 피란민들이 많았다. 북녘에서 피란 온 송정린씨 부부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에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나 고물상에게서 수집한 헌책 등을 팔면서부터 헌책방거리가 시작됐다.
보수동은 전국의 헌책방거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 50여 곳의 헌책방이 모여 있다. 헌책방 중흥기였던 1980년대에는 헌책방이 70여 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만화책부터 참고서와 실용도서, 소설과 교양도서·잡지·고서·외국도서·LP음반 등까지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다.
거리는 이미 문화관광지로 거듭났다. 책방 골목 주변 계단, 가게문을 닫은 셔터 등에는 벽화가 그려졌고, 주말마다 사진 찍으러 오는 관광객들이 꽤 많다. 골목길 끝에는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이라는 문화공간이 위치하고 있다. 책박물관, 북카페, 옥상정원 등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7년째 매년 9월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축제가 열린다. 지하철 자갈치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극장가 쪽으로 올라온 뒤 국제시장을 지나 대청로 네거리에서 보수동 가로에 이르기까지 동서로 길게 이어진 골목길이다. 남포역에서 내려 슬슬 걸어 남포동 상가, 국제시장까지 함께 돌아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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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송림동과 금천동 일대 ‘배다리’라 부르는 지역에 30여 년 된 헌책방 6곳이 모여 있다. ‘배다리’는 바닷물이 들면 배들이 다리 아래까지 드나들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역시 한국전쟁 이후 리어카 책방이 모이면서 형성됐다. 한창때는 50여 곳에 달했지만,
부침을 거듭하다 현재 6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1970~1980년대 건축물이 남아 있어 오래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옛 여인숙들이 모여 있는 여인숙골목, 옛 성냥공장 건물, 옛 인천양조주식회사 건물을 개조해 만든 전시공간 스페이스 빔, 배다리 전통공예상가, 사진책도서관 ‘함께 살기’ 등이 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벽화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년 5월에는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 시민모임’에서 주최하는 ‘배다리 문화축전’이 열린다. 헌책 벼룩시장, 시 낭송회,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동인천역에서 도원역, 배다리 삼거리방향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나온다. 중앙시장 건너편 국제서림부터 책방거리가 시작된다. ![]()
보통 이야기하는 ‘대구의 헌책방거리’는 세 군데 정도로 흩어져 있다. 남문시장 근처, 시청 근처, 대구역 굴다리 부근 등이다. 대구의 헌책방들도 한국전쟁 직후 좌판에서 헌책을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1970~1980년대 전성기를 지나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 등의 등장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당시 대구에만 헌책방 1백50여 곳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10곳 정도가 남아 있다. 그중 초창기부터 헌책방거리와 역사를 함께한 대륙서점, 대규모 보유서적을 자랑하는 코스모스서점 등이 대표적이다.
3년 전 시작돼 인기를 끌고 있는 ‘대구 중구 근대 골목길 투어’를 함께하면 어울릴 법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 경상감영공원~향촌동~대구역~종로초등학교~달서문~(구)조선식산은행~섬유회관~오토바이 골목~삼성상회 옛터~달성공원의 코스다. 3시간 정도 걸린다. 개화기의 고풍스러운 근대 문화유산과 풍경,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진행하는 야경 투어도 참가해 볼 만하다.![]()
충북 단양의 숲속 외진 곳에 자리잡은 헌책방이다. 1979년 문을 연 오래된 서점이지만 처음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한 것은 아니다.
2002년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의 명물 서점이었다.
규모는 꽤 크다. 보유서적이 두 동짜리 가건물에 12만권에 이른다. 주로 대학교재·전문서적·원서·논문자료 등을 취급한다. 산골짜기로 서점을 옮겨올 수 있었던 까닭은 2001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 가끔은 고려대 앞 서점을 드나들던 이들이 차를 몰고 이 깊은 곳까지 찾아오기도 한다.
주변으로 남한강과 충주호를 끼고 도는 금수산과 말목산 등 아름다운 산들이 있다. 인근 저수지와 남한강에서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조금만 나가면 도담삼봉·구담봉·옥순봉 등 단양팔경을 볼 수 있다.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나무판자에 손글씨로 쓴 표지판들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주소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56번지.
글ㆍ이로사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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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